-
-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평점 :
나는 2년 후 죽는다.
하지만 나는 거부한다.
또한 산송장이 되어 '연명'하는 것도 거부한다.
"아무래도 내 몸의 일부를 기계로 만들어내야 할거 같다."
루게릭병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남자, 그는 스스로 기계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것은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다. 실화다!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모건은 서서히 죽어가는 불치병을 선고받고 공포에 덜덜 떨기보다 오히려 기뻐한다. 자기 몸을 실험 대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처럼 죽어가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번영'을 누릴 방법을 찾아 나서 길 시작한다.
MND(루게릭병)은 치료법이 없어 걸리면 죽는다는 것이 의학계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피터 박사는 그런 '암묵적 규칙'에 반격하며 의료 문제가 아닌 공학적 해법으로 다룰 것을 결심한다. 바로 자신의 몸에 배관을 다시 깔자고 제안한 것이다. 위에 음식과 물을 공급하는 관인 '인풋', 방광에서 소변을 내보내는 관인 '아웃풋 1', 그리고 결장에서 대변을 내보내는 관인 '아웃풋 2'를 자신의 몸에 설치하는 '배관 공사'를 위해 그는 수술대에 오른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탑재된 '피터2.0'은 학습을 계속하며 점점 피터 박사처럼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인류 최초로 완전한 사이보그가 되려 했던 그는 자신의 일부는 로봇이 될 거지만 그것도 진짜 자신이라 말했다. 온몸이 마비되지만 뇌는 멀쩡히 작동하는 사이보그. 평소처럼 수다 떨고 웃고 농담하고 인상을 쓰는 인격체가 아바타로 존재하며 살아있는 존재. 그는 자신이 죽는 게 아니라 변신하는 거라 말한다. 인간으로서는 죽어가지만 사이보그로 살아가는 또 다른 인간? 아니 사이보그?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뇌와 몸이 없어져도 온라인에 영원히 살아남아있는 존재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까지 영원히 살아가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었다. 그건 살아있는 존재도 아니고 영원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피터 박사가 서서히 사이보그로 변해가는 과정을 생생히 보고 있자니 기계와 인간의 융합은 또 다른 인간의 탄생인듯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건 영생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여전히 물음표다. 영원한 인간의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