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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천국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평점 :
독창적이고 기발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휘감아버리는 정유정 작가, 특히 인간의 악의 본능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며 인간의 가장 파괴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냈던 그녀가 이번에 SF 스릴러 로맨스 장르로 우리를 찾아왔다.
'롤라'에서 '드림시어터'라는 1인칭 가상 극장을 만드는 설계자 해상은 어느 날 한 남자의 집으로 초대받는다. 그는 해상에게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드림시어터를 만들어달라는 이상한 의뢰를 하는데....
의료사고로 직장을 잃고, 노숙자촌에서 사망한 동생으로 괴로워하던 경주는 어느 날 노숙자 재활시설인 삼애원의 보안요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삼애원에서 듣게 된 야릇한 소문, 인간이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세계, 롤라에 대해 알게 되고 그것이 동생의 죽음과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행동에 나서는데...
루게릭병을 앓는 연인 해상을 위해 '롤라'의 티켓인 유심을 찾아야 하는 제이, 눈동자만 겨우 움직이는 그녀를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살려내야 한다. '롤라'의 비밀을 알고 있는 노숙자촌 삼애원으로 들어가야겠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현실과 가상세계, 가상세계 속의 가상세계 등 복잡한 플롯과 구성으로 인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읽고 있는 이 장면이 가상세계인지 현실인지 미래 세계인지 혼란스럽다. 마치 영화 '인셉션'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그 당황스러움과 놀라움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초현실적 세계, 가상세계 '롤라'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인 '불멸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롤라' 속 또 다른 가상세계 '드림시어터'는 인간의 욕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걸 말해주는 듯하다. 분명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만들어낸 세계인데, 인간은 왜 불행해 보일까. 행복에 대한 탐욕이 결국 불행을 불러오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악의 연대기를 그린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보며 섬뜩함과 분노를 느꼈다면 『영원한 천국』은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SF 스릴러가 중심 이야기지만 제이와 해상, 경주와 지은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가슴을 치게 만든다. 그런데 작가님 분명 '젊은이들 제발 밖으로 나와 사랑 좀 해라'라는 의미로 사랑 이야기를 넣었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아픈 사랑 이야기냐구요. 사랑 이야기도 정유정 작가답다.
이 책 한번 읽고 전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초반 분명 무게감 있게 그려졌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후반 흐지부지 사라지며 맹숭맹숭한 숭늉을 마신듯한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시킬 정도의 기발하고 흥미로운 전체 구성과 마지막 반전은 다시 한번 이 책 첫 페이지를 펼치게 만든다. 내가 잘못 읽었나? 내가 이해를 못 했나? 이렇게 또 재독을 부르는구나.
그곳은 진정한 천국일까요? 오히려 지옥일까요?
모두 평등하고, 뭐든 할 수 있고, 아무도 죽지 않는 세계,
영원한 천국에 산다면 인간은 과연 평화로워질까요?
모든것이 가능하고 이뤄진다면 과연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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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읽는 방법
이어폰 귀에 꼽고 람슈타인의 Adieu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