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의 끝
정해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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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전화.
"엄마, 사람을 죽였어.“

그날 이후, 세상은 박희숙에게 완전히 뒤집혔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지독할 만큼 아들을 위해 살아온 삶.
그 모든 노력이 산산조각 난 순간.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순 없다.’

‘그건 정말 이상한 죽음이었다.’
아버지의 의문사 이후 어머니를 의심하며 살아온 남자, 형사 이인우
어머니에게 차마 묻지 못한 말이 있다.
”아빠는 누가 죽였어?“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는 어머니
어머니를 살인자로 의심하는 아들.

두 개의 모성, 두 개의 진실이 하나의 거대한 매듭으로 얽혀가는데....

『홍학의 자리』로 소름 돋는 반전의 미학을 선보였던 정해연 작가가 이번엔 "모성"이라는 이름의 어두운 심연을 파헤친다.

조금 뻔한 듯 느슨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중반 이후부터 정해연 특유의 압도적 서사 전개가 본격 시작된다. 숨죽이며 넘기는 페이지, 곳곳에 뿌려놓은 복선, 그리고 '비정한 다정함'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이 소설의 무게를 단단히 붙잡는다.

그러나, 『홍학의 자리』에서 보여준 전율과 비교하자면, 이번 작품의 결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모성'이라는 키워드가 과연 이렇게만 소비되어야 했을까? 끝까지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힘은 여전했지만, 마지막 한 방의 파괴력은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비정한 다정함"이라는 아이러니한 표현은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정서를 정확히 대변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감정으로 여겨지는 모성이 때로는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 파국마저도 어쩌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일 수 있다는 섬뜩함을 작품은 끝까지 묻는다.

"이 모든 비극은 결국 사랑이었을까.“
”과연 사랑은 어디까지 파괴적일 수 있는가“

이 불편한 질문에 나 또한 시험대에 오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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