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한다 - 게임이론이 알려주는 인간 행동 설명서
모시 호프먼.에레즈 요엘리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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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돈이되?"
"아니, 그냥 하는 건데."
"돈도 안되는데 시간을 들여서 책 읽고 글을 쓴다고? 왜?"
"그냥, 내가 좋아하니깐."


책스타그램을 하는 나를 도통 이해 못 하겠다고 고개를 가로 젖는다.
아마 많은 인친분들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돈도 안되는 이 일에 왜 이리 다들 열정적인지...


돈벌이가 아닌 취미에 열정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인간은 왜 이타심을 발휘할까?
왜 차별과 혐오, 편향에 빠질까?


취향과 신념, 협력과 배신, 과시와 겸손까지 모든 인간 행동에는 게임이론이 숨어 있다.
제로섬 게임에서 죄수의 딜레마까지, 인간 행동을 둘러싼 게임이론의 비밀을 이 책이 소개한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검은건 글씨고 흰건 종이라. 책을 며칠 잡고 있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분명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는데, 책장 한 장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전혀 이익이란 없을 것 같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이 사실 '합리적으로' 설계된 것이라며 여러 사례들을 들어 각종 게임이론을 설명한다.


게임은 원래 재미있는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미적분보다 어려운지, 이해하는 걸 조금씩 포기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일관성 없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인간의 행동은 결론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배신을 계속 선택할 경우 장기적으로 관계를 망쳐버릴 수 있기 때문에 협력과 배신을 적절히 선택한다는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 게임',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아예 없는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증거로 내는 '편향적 증거 왜곡',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고 공정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눈치를 보는 '독재자 게임', 이 외에도 인간행동에는 생존을 위한 전략적 게임의 법칙들이 숨어있었다.


그래서 돈도 안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는 무슨 생존전략인 거지?
내가 이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한 거라면, 나중에 물질적, 사회적으로 보상을 받는다는 거다. 사례로 나온 이들의 열정 후 보상은 막대한 재산, 존경과 명성을 얻었다. 그럼 나를 비롯한 책스타 인친들도 엄청난 재산과 존경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거겠지. 뭐 그런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긴 하다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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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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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_<노래 : 당연한 것들>


코로나로 힘들었던 시기 한 방송을 통해 들었던 음악에 나도 모를 눈물이 흘렀다.

그래 그때는 몰랐지. 우리가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던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다시 일상을 찾아가는 지금 어쩌면 우린 또 그 소중한 일상을 잊어갈지 모르겠지만 우린 분명 느꼈고 알고 있으니 잠시 잊더라도 그 소중함을 다시 떠올릴 거다.


단순히 노래 가사일 뿐인데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며 감동을 주는 이적의 노랫말에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울었을지 모른다. 늘 그렇듯 그의 단어 하나하나가 모여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적 답다고 해야 할까 군더더기 없이 단어 하나 툭 던져놓고 사적이고 철학적인 짧은 소회를 밝힌다. 어떤 단어는 격하게 공감하고 어떤 단어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지만 그의 단어에서 촉발된 이야기들은 웃음 짓게 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언어가 주는 힘은 참 크다.

유머와 감동에 웃음과 눈물을 짓기도 하고, 자만에 빠진 배려 없는 말이 독이 되기도 하니깐.


이적의 산문집의 웃음 한 국자, 눈물 한 꼬집으로 오늘 하루 또 즐거운 독서가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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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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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를 재독하며 예전에 힘들게 읽었던 기억에 다소 버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1만 3,000년 동안 인류가 겪은 역사를 단 한 권의 책으로 즐길 수 있다는 거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그땐 어려웠던 책이 지금은 어느새 너무 흥미로운 책이 돼있었다.




책은 유인원으로부터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진화와 역사를 약 730페이지를 활용해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다. 페이지 수만 보면 벽돌 책에 가깝지만 1만 3,000년이라는 시간을 담기에는 아주 티끌 같은 내용에 불과하다. 하나의 종으로 탄생한 인간이 지금은 각기 다른 대륙에서 다양한 인종을 이루고 각자의 언어를 쓰며 서로 협력하기도 대립하기도 한다. 그리고 문명의 발전에 따라 총과 균과 쇠를 앞세워 다른 대륙의 종족들을 정복하며 제국과 식민지로 나뉘었다.



특히 환경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었던 모리오리족과 마오리족의 야만적인 충돌 결과는 저자가 말했듯 고대 세계에서나 현대 세계에서, 월등한 장비를 갖춘 다수의 종족이 그러지 못한 소수의 종족을 상대할 때마다 벌어진 많은 비극과 닮아있어 섬뜩할 정도였다.




책은 대륙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는 역사에 대한 의문을 근접요인과 궁극 원인으로 나누며 다양하게 접근해 설명하고 있다. 방대한 내용이지만 결론은 식량 생산을 먼저 시작한 종족들이 총,균,쇠에 대해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역사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기나긴 충돌을 이어오고 있다는 거다. 거기에는 무엇보다 지리적 차이가 컸음을 알 수 있었는데,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원히 부유한 국가도 가난한 국가도 없으며, 누가 정복하고 지배의 대상이 될지도 알 수 없지만 분명 지난 역사에서 우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 그 답은 어쩌면 오늘에 있을 수 있다.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앞으로 10년 후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온다면 아마 다음 장은 AI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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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고전 (합본 뉴에디션) - 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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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 틀린 말 하나 없다'라는 말이 참 꼰대처럼 들릴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만큼 살다 보니 어르신들의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거 같다.

시대가 변해도 선조들의 경험에서 우려 나온 지혜는 인생에 큰 고비가 찾아왔을 때 좋은 이정표가 돼준다.



책은 도덕경, 논어, 맹자, 한비자, 명심보감 등 동양 고전의 한 구절의 해설과 현대적 의의까지 명쾌하게 짚어준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담긴 저자의 짧고 강렬한 격언은 완독을 하고 난 후에도 다시 한번 보게 될 정도로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물론 시대착오적인 유교적 사상이 심하게 묻어나는 구절도 간혹 보여 거슬린 점도 있었지만 대부분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구절들이 많아 좋았다.



'요즘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문득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이런 잠깐의 근심이 자꾸 늘어나고 깊어지면 나 자신이 싫어지고 주변 환경도 원망스러워질 때가 있다. 이 구절은 일시적인 근심에 휘둘리지 않도록 마음을 잡아준다.


옳음을 추구하면 호연지기가 생겨난다, 내가 싫은 일을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 어리석은 척하되 미치지는 말라, 가시 같은 혀 솜 같은 말, 구하면 얻을 것이요, 버리면 잃을 것이다, 칭찬과 비난에 일희일비하지 말라, '한 방'의 유혹을 조심하라, 최선을 선택하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등 40여권의 고전에서 길어 온 수많은 명 구절들이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해준다.


책을 읽다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우린 그 당연함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매일 3분 이 책과 마주한다면 어쩌면 생각과 행동의 작은 변화들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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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꽃 한 송이 - 매일 꽃을 보는 기쁨 날마다 시리즈
미란다 자낫카 지음, 박원순 옮김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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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바람에 쏟아지듯 내리는 벚꽃비를 보며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바라봤었다.


게으름 피우는 나도 단 2주간 피고 지는 그 꽃을 놓치기 싫어 온 가족을 이끌고 벚꽃 구경을 가니 사람 반 벚꽃 반이라 정신없기도 하지만 일년에 한 번 보는 벚꽃 구경은 정말 놓치기 싫은 장면이다.


그러다 봄비가 내려 예상보다 더 빨리 지는 벚꽃에 서운할 쯤 노랗고 하얗고 푸른 꽃들이 마치 경쟁하듯 동네 곳곳 하천 곳곳에 피어 발길을 닿게 만든다. 식물 무식자인 나도 보는 눈은 있다고 또 예쁜 꽃에 발길이 머무는 건 어쩔수 없는지 특히 봄이면 가열차게 강제 산책을 나서기도 하는데, 매일 예쁜 꽃을 곁에 놓고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화려하고 어여쁘고 아름다운 사진들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산책길에서 쉽게 마주치는 꽃부터 특정지역에서만 자라는 꽃과 멸종 위기의 꽃까지 전 세계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을 소개하한다. 한 해의 첫 시작을 알리는 설강화는 마치 작은 전구를 닮은듯 너무 앙증맞게 피어있고,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를 내는 알제리붓꽃은 추위를 이겨내고 1월에 꽃을 피우는 생명의 신비함을 보여준다. 빈센트 반 고흐가 조카 탄생의 기쁨을 그림으로 그렸던 아몬드 꽃, 인간의 피를 먹고 자라는 오드리 2세, 동박박사들을 인도해준 별이 지구에 떨어져 꽃이 됐다는 오르기니토갈룸 움벨라툼, 산불이 난 곳에 가장 먼저 자라는 캘리포니아라일락, 샤넬 No.5의 주요 성분인 로사 센티폴리아,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을 자랑하는 라플레시아 아르놀디 등 총 366가지의 꽃들을 생생한 사진 작품집으로 보여준다.



아름다운 만큼 그 독성을 지니고 있어 동물이나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꽃도 있었고, 우울증, 피부염, 해열 진통제로 효능을 발휘하는 꽃들, 식용과 향수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꽃등 다양한 정보들도 알 수 있어 흥미롭기도 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꽃을 잘 모르는 사람도 누구나 기쁘게 365일 볼 수 있는 책.

혹여 식물을 죽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나도 기쁘게 매일 볼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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