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 -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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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뭔가를, 또는 누군가를 믿고 싶어 한다.
그건 신일수도 동물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있다. 믿음은 온전히 내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그 믿음을 이용해 무참히 짓밟는 이들이 있다.

인간이 인간을 먹이로 삼는 섬뜩하고 충격적이고 무서운 이야기.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컬트』 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방송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며 신도들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온갖 만행을 저지른 그들의 실체를 보며 사람들은 경악했다. 한편으론 사람들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이비에 현혹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늘 이런 컬트를 다룬 방송을 볼 때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에 주로 초점이 맞춰줘 정작 지도자라는 사람의 면면은 희석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 책 또한 차마 리뷰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집단 광기의 단체에 동조했던 추종자의 심리에 맞추기보다 그 지도자들의 탄생 배경과 공통적인 특징을 추적하며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행적을 분석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억압된 성적 취향, 악성 자기도취증, 반사회적이고 과대망상적이며 교묘하게 잔혹하고 폭력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맹목적으로 의지하게 만들어 그가 오로지 자신의 삶을 바꿔주리라 믿게 만든다. 찰스 맨슨이 어린 시절 소년 학교에 수감됐을 당시 상주하던 심리학자들을 조종했던 사건을 보며 더욱 소름 돋았다. 그들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책에는 20세기 최악의 살인마로 불리는 찰스 맨슨과 패밀리, 존슨 타운에서 일어난 집단 자살 짐 존스와 인민사원, 컬트 지도자 모두를 통틀어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낳은 음웨린데와 하느님의 십계명 회복 운동 등 9명의 컬트 지도자와 단체를 정밀하게 취재하고 조사한 내용을 서술한다. 집단을 사회와 대립하게 만들고, 공개 고백을 강요해 취약점을 노출시키고, 집단을 물리적으로 고립시키며 급기야 가족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짜 맞춘 듯 같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너무 충격적인 내용들에 읽는 내내 공포에 사로잡혔다.
역사적으로 희생제물 같은 극단적인 신앙의 연대기는 이어져왔다. 그런데 지금 현대에도 희생제물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고 끔찍했다. 어쩌면 엽기적이고 불쾌감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약한 마음을 노리고 언제 어느 때 비집고 들어올지 모를 컬트 집단, '범죄 실화를 위한 필독서'라는 평가는 받는 이 책이 그 실체를 면밀히 고발하며 예방책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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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흑역사 - 이토록 기묘하고 알수록 경이로운
마크 딩먼 지음, 이은정 옮김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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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이 이미 죽은 시체라고 믿는 코타르 증후군, 신발을 한 쪽만 신고 얼굴의 반만 화장하는 편측공간무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을 때리고 자신의 목을 조르는 손 때문에 난처한 외계인손증후군, 자신이 고양이나 늑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는 임상적라이칸스로피, 솜 흙 비누 유리 배설물 머리카락 등을 식용으로 여기는 이식증, 에펠탑과 사랑에 빠진 사물성애자, 배워 본 적 없는 피아노를 하루아침에 마치 피아니스트처럼 연주할 수 있게 된 후천적서번트증후군 ...... 그 외 거울망상증, 강박장애, 페티시, 다중인격 등 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믿지 못할 놀라운 이야기들이 책에서 펼쳐진다.

과학이 상당한 발전을 가져왔지만 뇌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모든 신체와 정신을 의식하고 통제하는 뇌 어느 작은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신체조차 왜곡해서 바라보는 인지장애를 겪게 될 수도 있다. 난 분명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한다고 하지만 타인이 바라본 나는 기괴하고 이상하고 공포스러운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책에 나온 기괴한 사례들의 환자들은 지극히 자신들이 정상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약물치료를 통해 다행히 호전을 보이는 환자들도 있지만 이미 손상된 뇌로 인해 평생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반면 뇌에 드러나는 손상이 없음에도 감정적, 감각적으로 이상 현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이런 경우는 약물치료로 빠른 회복을 가져오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우리는 예기치 못한 하나의 사건이 나의 정체성, 그리고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삶을 살아간다. 여러분의 정신적 삶도 순식간에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했던 일상이 결코 이전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_p.18

오늘 일상도 다른 날과 별반 다른지 않았나요?
오늘 경험한 일들이 진짜 현실일까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현실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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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폭발 - 타락과 광기의 시대, 그 근원에 관한 도발적인 탐구
스티브 테일러 지음, 우태영 옮김 / 서스테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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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은 권력과 부를 손에 쥐어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인간의 삶은 왜 이토록 끔찍하며, 고통과 박탈감, 비통함으로 가득하게 되었는가?

그 모든 비극은 인류가 자아에 눈뜨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아주 오래전 사람들은 평화롭고, 가부장적이지 않고, 평등했으며, 성과 육체에 대해 건강하고 개방된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비옥했던 땅이 건조화된 환경으로 변하며 인간의 파괴적인 폭력성이 증폭되었다. 그것은 전쟁, 가부장제,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며 인간은 타락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기후의 변화로 생존에 위협받은 인간이 '공공성'에서 '개인성'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타락하기 시작했다 말한다. 이 타락을 '자아폭발'이라 명명하며 자아의식이 폭발적으로 크게 팽창해 과도한 발달을 가져왔고 이것은 곧 인류가 퇴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타락의 원인이 사하라시아의 환경적 대재앙에서 시작됐으며 그에 따른 문화적인 파멸, 전쟁·남성 지배·불평등·억압과 같은 사회적·정신적 병리 현상들을 역사적 사건과 구체적인 고고학적 증거들로 이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며 탐구한다. 그리고 타락하지 않은 사람들과 타락한 사람들의 차이점, 모성선호에서 부성선호로 바뀐 계기, 인간의 타락이 끔찍한 결과를 낳았음에도 기술과 문명이 혁신적으로 발전하며 새로운 시대로 도약한 긍정적 면도 기술한다.

출간 이후 13년이 지난 후지만 '자아폭발'로 인류 역사에 나타난 타락의 결과들에 대한 의견은 진화심리학자와 인류학자와 고고학자 사이에서도 여전히 분분하고, 이 책은 새로운 '인종 차별'을 가져온 책이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고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일부 남성과 여성의 차별성을 단순 호르몬과 신체적, 성향 차이로만 단정 짓는 게 너무 가볍게 일반화 시키는 게 아닌가 아쉽기도 했다. (기존에 들어왔던 의견과 좀 더 다른 관점을 듣고 싶었다.)

전쟁, 가부장제, 사회적 불평등은 역사가 기록된 이후 인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고 그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각하기 시작했고 변화의 물결은 조금씩 일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각의 물결은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저자 또한 인간의 광기가 극에 달했을 때 사람들은 자각하기 시작하고 행동하며 분명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거라 말한다.

물론 그 선택은 바로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그건 다가오는 선거에 우리가 보여줘야 하는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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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올든 위커 지음, 김은령 옮김 / 부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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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고 난 후 온몸이 가려워 며칠을 고생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몰랐다. 그전과 달라진 점이라곤 침대 패드를 새로 바꿨을 뿐이다. 설마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충격에 빠졌다. 우리가 매일 입고 깔고 덮고 자는 것들이 우리의 몸에 치명적인 화학물질 범벅이란걸. 그리고 그것들은 지금까지 철저히 은폐된 채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다.

4,900원에 무료배송 면 티셔츠라니... 바로 클릭을 했다. 아무리 저렴한 옷이라도 리뷰는 봐야지.

'포장을 연 순간 역한 냄새에 바로 베란다에 걸어놨네요. 하루 지나면 괜찮아진다니 내일 입어야겠어요.'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이 가격에 혜자스럽죠.'
냄새가 조금 신경 쓰이긴 하지만 조금 있으면 빠지겠지. 구매 버튼 클릭.

유독 저렴한 옷을 사면 나는 역한 냄새의 원인은 무엇일까?
구김 방지, 방수, 냄새방지, 얼룩 방지 등 기능성 옷을 늘 입고 있는 사람들.
수만 피트 상공을 날던 건강한 이들이 호흡곤란, 갑상선 질환, 탈모, 난임을 겪으며 삶이 처참해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각 잡힌 유니폼을 입으며 성실히 근무한 항공 승무원들의 건강이 날로 심각해진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바로 그들로부터 시작된다.

승무원들의 유니폼을 분석 의뢰한 결과는 과히 충격적이었다. 영구적 화학물질인 과불화화합물, 분산염료, 크로뮴, 납, 비소 등 호르몬을 교란하고 암을 유발하는 총 97개의 화학 화합물이 발견된 것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를 제외하고 섬유 원단에 어떤 종류의 화학물질이든 사용할 수 있다.) 미국조차 이러한데 다른 나라들은 오죽할까 싶어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유럽이나 미국은 좀 더 저렴한 인건비와 제작비용을 이유로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아등에 공장을 세우고 온갖 화학물질들을 섬유에 쏟아붓고 있었다. 섬유 공장이 들어선 중국과 인도의 강 색만 봐도 다음 시즌 유행색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었다.

항공 승무원의 유니폼이 만들어지는 공장에는 일반인들이 입는 티셔츠, 청바지, 재킷, 스커트, 모자 등 다양한 품목들이 생산 유통되고 있었다. 최종 소비자인 우리에게도 치명적인 화학물질을 바로 곁에서 만지고 흡입하는 노동자들은 더욱 심각한 질병에 시달리다 급기야 사망에 이르렀다. 하지만 패션기업들은 개인의 질병으로 치부하며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하다. 그로 인해 오늘도 외출 전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은 우리 역시 옷에 첨가된 수많은 화학물질들을 흡수하고 흡입하고 있다.

옷에 감춰진 비밀 / 싸구려 옷, 값비싼 대가 / 화려한 색상의 어두운 이면 / 옷이 내 아이를 아프게 한다면 / 숨은 용의자, 염료 / 독이 묻은 향수 장갑 / 순면도 안심할 수 없다 / 기능성 소재라는 함정 / 석탄통에서 탄생한 색채 / 죽음을 부르는 검은색 / 단 한 방울도 위험할 수 있다 / 은폐된 진실

책의 목록만 봐도 지금 유통되는 옷이 우리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뭘 사라는 이야기야?"

이 책이 좋았던 건 옷에 숨겨진 비밀과 패션기업의 행태를 고발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더 깨끗한 옷장과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안해 준 것이다. 독성 없는 옷을 고르고 관리하는 법 10가지와 누구에게나 안전한 패션을 위한 3가지 제안은 정부와 기업, 개인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으로 어떻게 관리하고 잘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해준다.

이 책은 옷장 속 '침묵의 봄' 이었다. 우리가 모르는 옷의 숨겨진 비밀, 이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진실이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읽고 고민해 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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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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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기생의 삶을 청산해 준 은인인 윤숙의 애인과 눈 맞아 결혼까지 결심하는 순애, 순애의 구원자가 되기로 한 윤숙은 자신의 애인까지 그녀에게 양보하며 둘의 행복을 빌고, 사회운동가인 윤은 윤숙을 애인으로 순애를 동지라 칭하며 두 여인 사이를 오간다.



백 년을 뛰어넘는 김말봉 작가와 박솔뫼 작가의 만남은 무척 신선했다. 특히 1932년 중앙일보에 연재된 「망명녀」의 뒷이야기를 2023년 박솔뫼 작가가 그 뒷이야기로 이어 쓰며 「기도를 위하여」로 완성했다. 자신 자체가 이제 구원자가 되기 위해 투신하기로 결심한 순애의 마지막 모습을 박솔뫼작가는 그들의 애틋한 재회보다 계몽운동에 초점을 맞춘다. 


"나도 사람이다"

순애의 이 말에 박솔뫼 작가는 흔들리지 않았을까, 그 뒤에 이어진 이야기는 그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구원자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으로 보인다. 


<애욕의 한국소설>에서 소개된 길말봉 작가는 이미 파격적인 이야기로 나를 놀라게 한지라 이 책을 읽기 전 이미 상상의 나래를 잔뜩 펼쳤었다. 요즘 흔한 막장드라마 코드가 이미 그 시절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인 듯 소개된 세 편의 단편은 도덕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몰래 숨겨둔 애인을 친구의 여동생으로 소개하며 버젓이 집 근처에 두고 두 집 살림을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고행」


또 다른 단편인 「편지」는 남편의 장례식 후 도착한 편지 한 통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편지 속 인물인 '인순'이 남편에게 부족한 학비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며 그의 아내가 마음에 걸린다는 글이 쓰여있다. 아내는 죽은 남편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동안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분노하며 울분을 토하는데, 아내는 뭔가를 결심하고 자신에게 와달라며 남편인 척 답장을 보낸다. 얼마 후, 나타난 편지 속 '인순'을 마주한 아내는 큰 충격을 받는데...


기생이었던 여자가 사회운동가로 변모하고, 불륜을 저지른 뻔뻔했던 남자가 벽장에 갇혀 마치 기도하듯 고행하는 모습에 웃프고, 남편에 대한 믿음이 편지 한 통으로 무너지는 여인의 모습 등이 짧은 단편이지만 무척 흥미롭게 담겨있다. 


특히 「편지」에는 반전이 있었는데, 박솔뫼 작가처럼 그 반전의 뒷이야기를 내가 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나라면 상상이상의 파격적인 막장으로 쓸 수 있을 텐데 ㅋㅋ (이건 내 머릿속에만 있는 걸로 ㅎㅎ 너무 위험해)


소설, 잇다로 몰랐던 옛 작가들을 만나는 일은 무척 특별하다. 특히 길말봉 작가의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시대를 고발하는 이야기는 분노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유쾌한 매력이 있어 그의 소설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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