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헴 폴리스 2049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1
박애진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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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국가기업은 정치인들과 손잡고 인간을 선별하고 있어. 계속 살아갈 사람과 사라질 사람으로...
자네들은 안전하리라 믿지 말게.

AI와 로봇의 등장으로 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슬럼가인 라마스 지구로 밀려든다. 범죄의 온상이 돼버린 라마스 지구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라비헴 시장은 라마스 시민들을 몰아내고 그곳에 대규모 공연장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라마스 지구에 큰 화재가 일어나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게 되고 라마스 시민은 살기 위해 라비헴 지구로 넘어가려 하지만 라비헴은 라마스 시민 그 누구도 들일 생각이 없다.

부의 도시 라비헴, 극빈의 도시 라마스,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할 바에야 내가 나를 지켜내야겠다. 소외된 시민들이 이제 분노하기 시작하는데...

2045년 가상의 도시 라비헴에서 일어난 사건을 수사하는 하이아와 라인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1989년작 <라비헴 폴리스>작품을 리메이크한 『라비헴 폴리스 2049』 는 순정만화와 SF소설 시리즈라는 콜라보 첫 번째 작품으로 순정만화 세대였던 나에게 너무나도 설레게 다가왔다.

특히 청춘 남녀의 로맨스에 집중되어 있던 순정만화계에 SF라는 장르를 개척한 강경옥 작가의 작품들은 세련되고 신선해 마니아층을 만들며 인기 작가가 됐다. 만화광이었던 난 이미 책 표지에서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 강경옥 작가 그림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덧입혀진 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린 박애진 작가의 글까지, 책을 읽으며 이미 내 머릿속에는 장면 하나하나가 만화로 그려져 여러 권의 만화책을 읽는 느낌이다.

로봇한테 일자리를 뺏긴 사람들은 마약거래와 아동 성매매 범죄에 노출되고 가족들한테조차 버려진 아이들은 그들만의 조직을 만들어 또 다른 범죄에 이용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들이 그런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들의 무능함, 게으름으로 치부하는 정부와 언론을 보며 자칫 우리의 무관심과 방심이 어느새 이런 미래를 앞당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섬뜩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늘 거듭되는 나의 고민이 책 말미에 그려진다.

"사람에 기대어 가는 시스템은 한계가 있어요. 제도를 만들고 보완하며 가야해요."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행크스도 제니스도 선거에 따라 합법적으로 선출된 시장이에요."
"민주주의의 한계까지 논의가 확장되나요?"
"자본주의가 잠식한 민주주의에 대해서라면 저도 할 말이 산더미지만..."

미래 디스토피아는 AI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라는 걸 난 점점 더 그렇게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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