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 한눈에 보는 서양미술사
유승연 지음 / 하준서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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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훌륭한 예술을 차별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물가 높기로 유명한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상설 전시는 무료이다. 약탈 유물이 많아 속죄의 마음으로 무료 전시를 한다는 루머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내셔널 갤러리는 약탈한 작품이 한 점도 없다. 이는 오로지 영국 정부의 확고한 문화정책으로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예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도 내셔널 갤러리 음악회를 열고 매달 한 점의 작품을 선정해 전시했던 과거 역사를 보며 단순히 걸작을 소장한 미술관이 아닌 대중과 소통하고 시대의 목소리를 내려 했던 내셔널 갤러리의 신념을 보여주는 듯한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은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500일을 보내며 200회 이상 작품 해설을 진행한 유승연 도슨트가 예술을 통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작품 속에 담긴 화가의 삶과 역사의 발견하고, 이를 독자와 나누고자 하는 열정적 여정이 담고 있다.

서양미술을 문을 연, 가장 오래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세인즈버리관
16세기 르네상스 전성기 회화들을 전시하는 서관
푹신하고 편안한 소파가 곳곳에 자리해 17세기 바로크 회화를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북관
18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작품으로 예술의 진화와 혁신을 만날 수 있는 동관

르네상스 양식의 핵심 개념인 원근법이 적용된 세인즈버리관을 시작으로 원근법 혁신의 태동을 소개한 파올로 우첼로<산 로마노 전투>, 서관의 한스 홀바인<대사들>, 북관의 램브란트의 자화상 작품 들, 동관의 에두아르 마네 <막시밀리안의 처형>, 빈센트 반고흐 <해바라기>등 13세기 초기 르네상스부터 20세기 현대미술까지의 여정을 숨 가프게 이어간다.

17세기 폴랑드르 미술을 대표한 화가 램브란트의 작품 이야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데, 특히 80점 이상의 자화상을 남겼던 그를 보며 저자의 말처럼 그는 왜 그렇게 많은 자화상을 그렸을까, 그는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묻고 싶었다. 자신감 넘쳐 보이는 <34세의 자화상>, 늙고 다소 지쳐 보이는 <63세의 자화상>을 비교해 보며 그의 삶의 궤적을 작품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지치고 체념한 듯 보이던 63세의 램브란트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살짝 미소 짓는 듯 보인다. 화려한 삶을 살았던 젊은 시절, 가난과 고독만 남은 노년의 시절, 어쩌면 그는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평온함을 이 자화상으로 보여준 건 아닌지... (내 글에 답변해 준 유승연 도슨트 말에 공감된다.)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140점 이상의 생생한 도판이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라파엘로<교황 율리오 2세의 초상>의 우아하고 화려한 그림
루브르 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가 각각 소장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암굴의 성모>의 차이점
같은 전시회장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아뇰로 브론치노 <비너스와 큐피트가 있는 알레고리>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아픈 삶과 그녀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들은 시각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작품의 역사를 깊이 있게 몰입하게 만든다.

그림 한 점에 담긴 불멸의 순간을 공들여 바라보았고, 황홀한 미술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오랜만에 다녀온 미술 여행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간의 여행 이번 겨울 여행으로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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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것을 믿게 되는 이유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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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기극', '최고 의식 조작자', '음모 지도자'
그는 인류를 파괴할 악인으로 찍혀있었다. 심지어 가까운 지인들조차 그를 의심했다.
문서와 영상을 보여주며 거짓된 정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들은 그들이 믿는 정보만이 진짜라 한다. 상처와 혼돈 속 그는 사람들이 왜 잘못된 믿음에 빠져들고 거짓 정보를 퍼트리는지 알아내야 했다.

나만이 옳다는 착각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댄 애이얼리의 제언 『미스빌리프』 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왜 특정 믿음을 고수하는지, 잘못된 정보가 어떻게 퍼지는지, 그리고 이를 완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잘못된 믿음이 만들어지는 과정
잘못된 믿음의 깔때기와 착각의 알고리즘
성격적 요소와 개인별 차이로 쉽게 잘못된 믿음에 빠지는 사람들의 특징
허황된 이야기가 그들에게 믿음이 되는 이유
그럼에도 서로를 믿어야 하는 이유

댄 애리얼리는 현대 사회를 잠식하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해 명쾌하게 해부하며 믿음의 문제를 중심으로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과 마주한다. 가짜 뉴스는 단순히 정보의 문제가 아니었다. 저자는 이를 "왜곡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심리적 사고방식"이라 정의하며, 잘못된 믿음이 개인과 사회를 파괴하는 과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내란 아닌 소란'
12.3 내란 사태를 '내란 아닌 소란'이라는 윤석열 측근 변호사의 주장
'국회를 포위한 민주당 지지자들 때문에'
계엄 때 민주당 지지자들 때문에 국회에 들어가지 못해 비상계엄 해제 투표를 할 수 없었다는 나경원의원

인간은 왜 이렇게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말과 사고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여기에 동조하는 집단과 사람들

책에 언급됐듯 감정적, 인지적, 성격적, 사회적 네 가지 요소를 통해 인간은 가짜 뉴스에 휘둘리고 공동체와 소속감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능은 가짜 뉴스를 통해 극단적인 집단주의와 편향적 사고로 발전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이런 위험성이 결국 한 국가를 파괴하려 했던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타인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들이 왜 그런 믿음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사회적 화합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 말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미물과 과연 화합이 될지 책을 다 읽고도 마지막 신뢰와 희망에 대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겠다.

잘못된 믿음의 문제는 심리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구조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개인적, 심리적 차원에서의 해결만으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국에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다. 끝까지 몰입했고 흥미로웠으며 조금은 그들을 이해하려 하는 나를 발견했다.

저자가 음모론의 희생자가 되어 얻은 데이터와 인터뷰는 이 책에 생동감을 더하지만, 일부 독자에게는 자신의 결백을 변호하려는 해명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믿음의 기저와 현대 사회에서의 갈등과 대립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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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시크릿, 법칙 101 - 패턴 뒤에 숨어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들!’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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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이 이미 알고, 남모르게 쓰고 있는 성공 방정식은 무엇일까?'
'지금 세상은 어떻게 움직이고, 그런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들은 어떻게 발전되었는가?'

『세상 읽기 시크릿 법칙 101』은 세상을 살면서 품은 의문들을 직관적이고 흥미롭게 설명하는 101가지 법칙을 모아, 이를 통해 세상을 읽고 성공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각각의 법칙이 어떻게 작용하며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특히 요즘 시국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하인리히 법칙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있다.

깨진 유리창 법칙
작은 문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란체스터 법칙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전략

단테의 법칙
침묵은 곧 동의다.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했고, 경미한 사고들이라며 무시했다.
결국 엄청난 국기문란이 일어났지만 란체스터 법칙의 연대와 퀀텀 점프의 도약으로 수많은 별들이 나라를 빛내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작은 행동이 전체 사회 구조를 바꾸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책의 수많은 법칙들을 보며 깨닫게 된다.

이키다랑독토 발제
영선 : (단테의 법칙) 내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반 친구가 있는데 어떻게 할지 상담해온다며?
혜련 : (활주로 이론, 퀀텀점프 이론) 살면서 포기한 일 중 다시 시작해 보고 싶은 일은?
춘환과 이키다 : (나비효과, 장미의 법칙) 장미처럼 가시가 있는지 의심하는 일, 윤석열 탄핵 사태를 바라보며 책에 나온 다양한 법칙들과 연관해 토론

혼자 책을 읽고 혼자 이 상황들을 지켜보고만 있었다면 아마 불안과 우울증에 빠졌을지 모른다.
평친클라쓰 친구들과 신나게 토론으로 우아한 욕지거리를 해대니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법칙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법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세상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성공의 방향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101가지라는 법칙들을 책 한 권에 담으니 짧은 성명과 간단한 사례만 볼 수 있었다. 다음 책은 적은 수의 법칙을 담더라도 좀 더 다양한 사례와 깊이 있는 설명을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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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 2024.11 - Vol.125, 한강 작가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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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
스웨덴학술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며 한강 작가를 이렇게 표현했다.

문화잡지 《쿨투라》 11월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명해 보는 테마로 꾸며졌다.

한국문학의 시간은 세계문학의 시간과 거의 동시간대에서 흐르게 되었다는 이광호 평론가
한강의 시적 산문을 '혀 없는 말'로 풀어낸 함돈균 평론가
원작 <채식주의자>,<흉터>의 영화를 신랄하게 평한 김시무 평론가
<소년이 온다>의 연극 무대 <휴먼 푸가>의 해석과 기대평

그리고 나도 잘 몰랐던 한강 작가의 그림책 <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 동화책 <눈물 상자>에 대한 칼럼은 엄마가 된 후 한강 작가의 아이를 향한 사랑과 애틋함을 느낄 수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강의 시언어처럼, 한강의 소설 역시 죽은 자의 시선-목소리로 발화된다. 산 자의 세계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목소리를 붙잡는 것, 그것을 현전시키는 언어를 써야 한다는 것이 작가 한강의 각성이라는 함돈균 문화평론가의 문장에 격한 공감이 갔다.

"채식주의자는 쓴 지 10년 넘었는데 갑자기 해외에서 호평을 받는다고 그 책이 변한 것도 아니고 제가 변한 것도 아니어서 담담한 편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그 삶의 시기 동안 저의 시간과 감각과 몸은 죽은 소년에게 빌려드려 제가 썼다기보다는 소년이 쓴 거나 마찬가지여서 먹먹합니다." _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후 인터뷰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한강 작가의 소설을 접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함께 아팠고, 울었다. 그 매개의 역할을 한강 작자가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어주고 있었고 독자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는 듯하다.

예전에는 잡지를 자주 접했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 많이 사라져버렸다.
특히 문화 예술잡지는 더욱 만나기 쉽지 않은데, 쿨투라가 그 자리를 잘 지켜내주고 있는 거 같아 응원해 주고 싶다.
11월 호는 한강 작가 테마로 꾸며졌지만 드라마, 영화,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의 정보를 한 권의 책으로 접할 수 있으니 문화 예술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매달 반가운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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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나를 죽이려고 해
천지수 지음 / 닥터지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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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현장에 출동을 나갔지만 이토록 겁에 질린 건 처음이었다. 이런 짓을 한 살인자의 악의에 진저리를 쳤다.

"여기! 생존자가 있어!"

살아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참혹한 모습의 한 여자가 진흙 바닥에 진흙보다 더 뭉개진 채 누워 있었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박마리.
오직 그녀의 기억만이 사건을 해결할 유일한 단서지만 사고의 충격으로 그녀는 그날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녀의 기억이 돌아오길 바라지 않는 거 같고, 마리의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날수록 주변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가족조차도......

단 하나의 끔찍한 사건으로 시작한 소설은 주인공 마리의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며 새로운 사건들과 인물들의 등장으로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주인공 마리가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점차 진실로 다가가며 독자는 함께 스릴을 느끼고, 누가 진실을 숨기고 있는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무엇보다 흩어져 있던 마리의 기억의 조각들이 퍼즐을 맞춰 갈 때 더 강렬한 긴장감을 주며, 예측했던 범인이? 범인들이? 설마 하며 뒤로 갈수록 어깨가 더욱 뻣뻣해지고 긴장되는 순간들이 계속된다.

모두가 나를 죽이려고 해

그런데 마리의 기억은 진실일까?
돌아온 기억조차 조작되었다면?

소설은 시원한 결말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난 끝까지 그 반전의 해석을 놓지 못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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