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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딩 유어 도그 - 과학으로 반려견을 해석하다
미국수의행동학회 지음, 이우장 옮김 / 페티앙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침대 위에 소변 폭탄 투하한 그날,
친구가 진지하게 물었다.
“얘… 나를 미워해서 이러는 걸까?”
"아니, 얘는 널 미워하는 게 아니라 말을 못 해서 ‘다르게’ 말한 것뿐이야“
“서열 잡으려고 덤빈다”
“잘못한 거 알아서 눈치 보는 거다”
“한 번 혼나면 다시는 안 한다” 같은 말들.
우리가 알고 있던 반려견 상식 중에 꽤 많은 게 틀렸다.
『디코딩 유어 도그』는 이 오래된 말들을 싹 걷어내고
“그건 속설이고, 과학적으로는 이렇다”고 아주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구조가 명확하다는 거다.
실제로 있었던 문제 행동 사례 딱 보여주고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우위 이론”, “죄책감”, “버릇”)를 짚은 다음
과학적 설명으로 “그게 왜 아니냐”를 말해주고
마지막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인도적 해결책을 준다.
그러니까 “너 잘못 키웠어”가 아니라
“그 방법이 아니라 이 방법으로 하면 개가 훨씬 편안해져요” 하고 방향을 바꿔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계속 말하는 건
“강아지가 문제인 집보다, ‘잘못된 말’이 문제인 집이 더 많다.”이다.
우리가 인터넷, 유튜브, 카페에서 주워온 말들을 짜깁기해서 적용하는 순간 개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인 미국수의행동학회(ACVB) 수의행동학자들은 아예 선을 그어버린다.
👉 체벌로는 불안이 줄지 않는다.
👉 우위 이론은 사람과 개의 신뢰를 깨뜨린다.
👉 개는 우리가 바라는 행동을 보상해줄 때 가장 잘 배운다.
이 세 줄만 기억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느낌.
솔직히 말하면 책이 쉽지만은 않다.
수의학 + 행동학 + 실제 사례가 촘촘하게 들어 있어서 한 번에 훅 읽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파트별 요약이 정말 잘 되어 있어서 필요한 부분부터 골라 읽기 좋다.
‘우리 집은 분리불안만 문제다’, ‘산책 때만 난리다’, ‘아이랑만 부딪힌다’, ‘나이 들면서 성격이 바뀌었다’ 이런 반려견 관련 장만 먼저 읽어도 바로 도움이 된다.
그래서 초보 보호자한테는 기준을 세워주는 책이고,
이미 강아지 키운 지 오래된 반려견 가족한테는 “아… 그때 내가 했던 그 방식이 그래서 별로였구나”를 뒤늦게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많은 이들이 개를 사랑하지만,
개가 사랑을 이해하는 언어는 사람과 다르다.
이 책은 바로 그 언어를 해독해준다.
그래서 제목이 ‘디코딩 유어 도그(Decode Your Dog)’
결국 중요한 건.
말 안 통하는 게 아니라, 번역이 잘못됐다는 거.
이 책을 읽고 나면, 개가 짖는 게 아니라
“말 걸고 있었다”는걸 깨닫게 될 것이다.
왈~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