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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 한 권으로 독파하는 우리 도시 속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ㅣ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함규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7월
평점 :
한국사를 공부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세상일을 쉽게 하는 비법은 정복하고자 하는 일에 친숙해지고 적응하여 더는 어려울 것을 못 느끼도록 하는 것이지요.
어느덧 암기과목으로 전락한 한국사와 친해지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중에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를 만났습니다.
거의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엄청난 역사와 사진, 서사를 담은 책인지라 하나라도 더 알리고 싶은 저자의 열정과 긍정적인 욕심에 감사할 지경이네요.^^
저자 소개 중 관심가는 부분이 있네요.'역사와 그 속의 인간'이라는 주제를 품고 역사와 인간사를 탐구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답니다.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함규진 교수의 또다른 소개도 관심을 끄네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으시대요.
지은 저서로 보니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리더가 읽어야 할 세계사 평행이론>, <세계사를 바꾼 담판의 역사>, <영조와 네 개의 죽음> 등 역사를 정치적인 관점, 리더의 조건에 맞춰 현시대와 미래 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집중하는 저자의 태도가 사뭇 진중합니다.
특히 <리더가 읽어야할 세계사 평행이론>이 관심이 가네요. 동서양고금을 막론하고 리더라면 통용되는 리더의 조건에 대한 고견이 담겨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에는 30개 도시를 선정하여 한국사와 도시간의 유의미한 서사를 집요하게 찾아내어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설과 사설, 견해의 차이를 보이는 지점 모두를 설명하면서도 저자 본인의 견해를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아요. 근거에 입각한 주장이기에 '정말로 그러한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선정된 도시로는 서울, 수원, 공주, 천안, 전주, 광주, 남원, 여수, 제주, 부산, 대마도, 김해, 울산, 경주, 대구, 안동, 강릉, 인천, 파주, 연천, 개성, 해주, 평양, 원산, 함흥, 신의주, 단둥, 지안, 룽징, 닝안 의 30개입니다.
저는 이 중에서도 특히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의 역사가 궁금했는데요, 조선족 연변의 역사이기도 하고, 독립투쟁의 한이 서린 장소이기도 하여 잘 알지 못하나, 무시할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담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대마도와 북한 지역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고대사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곳도 있고, 방대한 역사서를 뒤져 도시별로 분류한들 한줄 역사를 찾을까 말까한 작업을 감행한 저자의 노고에 사뭇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더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 민족의 혼과 얼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어요.
이 책은 700페이지에 육박하는데요, 도시간이 서사가 개별적이라 앞에서부터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원하는 도시를 골라서 읽기 시작하는 방법도 있고, 뒷 페이지에 나오는 도판출처를 살펴보고 관심이 가는 유적이나 유물을 골라서 그 부분부터 읽어도 재미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하루 아침에 술술 읽고 내어버릴 책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친숙하고 익숙해질 때까지나 어떤 지역을 방문할 때 그 유서를 기리는 용도로도, 한국사를 학습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한국사에서 한 줄 혹은 겨우 단어 정도로 언급하고 지나가는 용어에 대한 친절한 해석과 시대적인 의미를 알려줍니다. 예를들면 고려의 연등회가 5번의 전란으로 피폐한 가운데서도 의미를 갖는 점에 대해 민족적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현재 논란 중 하나로 성춘향 영정 사진에 대해 관심이 있던 저는 자연스레 남원편을 읽게 되네요. 이렇듯 현안과 관련하여 유적이나 유물의 연관성을 들어 책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이 책은 지난날 읽었던 <하얼빈>, <길을 배우다>를 추억하게 합니다. 독서의 유익함이란 연관성을 띤 도서들의 고리를 연결해가는 즐거움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저는 이런 책을 만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방대한 한국사에 대한 재미있는 융합을 도시에 녹여낸 책.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