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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 1 - 고향편 ㅣ 청춘의 문 1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박현미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청춘의 문. 이츠키 히로유키. 이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한다. 그런데 단숨에 팬이 되어 버렸다. 정말이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게 책 속의 신스케라는 인물에 흠뻑 취해 있었다. 탄광촌에서 자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의 입문까지 한 소년의 성장기, 인생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 하다. 다른 누군가의 드라마가 아닌 바로 내 자신의 인생이기도 하다. 일본 근 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시대적 배경보다는 한 어린 소년이 원초적으로 가지는 감정들, 인물에 대한 심리묘사가 섬세히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소설의 신스케가 아닌 내가 가졌던 많은 감정들을 다시 한번 회상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거미줄 타고 올라가는 거미’ 아버지 주조. 그리고 어머니 다에. 어려서부터 신스케는 어머니로부터 어떠한 아버지였는지 듣고 또 듣는다. 이는 앞으로 펼쳐지는 사건마다 신스케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사건을 헤쳐 나가게 되는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내 어렸을 적, 내게도 영웅이었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현재 나의 모습은 어쩌면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는 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 말이다.
중학교 음악선생님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다. 당연 여자 선생님이다. 호기심이 많은 나이다. 성에 관한 것도 그렇지만, 여성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나이임에 분명하다.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제법 많이 등장한다. 흥미롭기 보다는 동감 하면서 책장을 넘겼음이 정확하다. 중학교 때, 미모의 미술 선생님이 계셨다. 남녀 공학이 아닌, 남자들 밖에 없는 학교라 교내에서 단연 인기가 많았다. 미술 시간만 되면, 누구랄 것도 없이 저요, 저요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부르던 장면이 선하다. 선생님이 친히 미술 지도를 위해 바로 옆으로 오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관심은 미술 실기가 아니다. 미술 선생님 자체다. 여전히 호기심을 품은 체 겉으론 드러내지 않고 성장하는 신스케.
이별. 어머니.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한 사내의 아내. 자신의 배에서 난 아이는 아니지만, 오직 신스케만을 바라보고 살아오신 분. 결핵에 걸려 죽음이 임박한 순간, 신스케는 어머니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된다. 한 순간 여성으로 자신에게 비춰졌던 어머니, 때론 용서 할 수 없었던 이기적인 마음들. 한 아이의 마음, 아니 남성, 아니 인간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으로부터 자신도 모를 해방감을 느낀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신스케라는 인물이 짊어 지고 나가야 할 삶의 모습이 소설 전반을 통해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출발.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청춘의 문을 향해 힘껏 나가보자고. 자신을 믿고. 너무나 감사한 소설이다. 소설의 인물을 통해 분명 저자는 말했다. 평범한 이의 삶이다. 신스케는 어느 것 하나 남들보다 뛰어 나거나 소질을 발휘 해 본적도 없고,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 그러하기에 자신을 찾고자 이제 여행을 떠난다. 나도 그 문을 통과한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는 나를 찾았는가? NO.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아무도 모르는 길이 눈 앞에 펼쳐져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