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사도들 - 최재천이 만난 다윈주의자들 드디어 다윈 6
최재천 지음,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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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9년 ' 다윈의 해' 를 기념하여 한국의 석학 최재천교수가 세계적인 생물학자 열둘(부부포함)과의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다윈의 사도들' 이라는 책 제목이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다 읽고나니 과연 그렇게 제목을 붙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는 일대일로 진행하지만 첫 장은 부부가, 아홉 번째 장은 두 학자가 동시에 만난다.

학자는 모두 열세명이지만 부부를 하나로 엮어서 모두 열두 사도로 칭한다.

저자가 만난 첫 번째 사도는 피터와 로즈메리였다.

이들은 다윈에게 있어 진화생물학의 토대였던 갈라파고스에서 생활경험과 다윈이 걸어갔던 길을 탐구하며 거두어들인 학문적 성과들을 이야기한다.

피터와 로즈메리 진화연구가 규칙적이 아니라 갑자기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굴드의 단속평형이론과 일치하는 것 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는 언급은 있는데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두번째 장의 헬레나 크로닌은 성차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크로닌은 두가지 관점에서 페미니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첫째는 과학적인 관점인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성차 논란은 드러나는 현상만을 볼 것이 아니라 다윈주의적 시각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특성들을 수학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것과 둘째로 정치적 관점으로 성차의 문제를 단지 편견과 장벽으로만 보게 되면 정책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고 한다.

지금의 정책 토론들은 성차가 적은 평균쪽에 집중되어 있어 남녀 능력의 분포도는 무시되는 경향이 있어 합리적인 대책이 나올 수 없다고 한다.

세번째 장에서 스티븐 핑거는 사회생물학의 명칭이 진화심리학으로 바뀐 배경과 일부학자들은 행동생태학으로 부른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그 차이를 설명한다. 즉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감정은 진화적 과거를 훨씬 잘 보여준다고 한다.

네번째 장에서는 기획자의 인생 책인 <이기적 유전자> 의 작가 리처드 도킨스를 만난다.

도킨스와의 대담은 주로 <이기적 유전자> 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특히 종교에 관한 두 사람과의 대립이 엿보인다. 철저한 반기독교주의자인 디킨스와 철저한 기독교인을 아내로 둔 저자와의 미묘한 갈등이 엿보인다.

다섯번째 장은 대니얼 데닛과의 만남이다. 데닛은 철학을 전공했지만 연구는 인지과학 분야에 더 많이 쏟는다. 그는 철학 안에 과학을 끌어들여 다시 19세기 이전의 철학과 과학이 공존했던 시기로 돌리려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의 연구는 뇌의 발달과 의식현상을 <종의 기원>의 사상적 입장에서 해석함으로 과학철학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여섯번째 장은 피터 크레인과 대담이다.

크레인은 식물학자이며 우리나라 연구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크레인 역시 식물학 연구에 다윈의 진화론적 배경은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역설하면서 다윈이 식물의 생식과 진화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점들을 강조한다.

일곱번째 장은 일본의 마쓰자와 데쓰로와의 대담이다.

마쓰자와는 철학을 전공했고 연구 분야는 뇌과학 쪽이다. 그는 침팬지의 인지연구로 탁월한 성과를 얻었으며 독보적 영역을 구축했다. 다윈이 왜 중요한가라는 저자의 질문에 대담했던 열두사도 중 유일하게 다윈은 자신에게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라고 답했다. 인본인의 근성이 보이는 장면이었다.

여덟번째장은 스티븐 존스와의 만남이다.

유전학자인 그는 '진화는 끝이 났다' 라는 말로 유명하다.

그 의미는 진화가 멈추었다는 뜻이 아니라 거대한 평균화 과정속에 있다는 것이다. 존스는 다윈 진화의 세가지 조건인 돌연변이,선택,부동이 그 힘을 잃었다고 내다본다

아홉번째장은 매트 리들리와 마이클셔머가 등장한다. 리들리는 성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셔머는 진화와 종교간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처음엔 따로 따로 인터뷰를 하다 후반부에는 삼자가 대담하는 형식으로 다윈이 경제학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열번째 장은 제임스 왓슨과의 인터뷰다.

그는 다윈이 엄마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다윈주의자다. 미래에는 생물학이 심리학을 통합할 것이라고 내다보았고 인류를 구원하는 것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과학을 신뢰하는 학자이다.

마지막장은 열두번째 사도로 재닛 브라운이다. 브라운은 여성학자로서 다윈의 일대기를 깊이있게 다룬 다윈 전문가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다윈의 일상생활, 삶의 태도 그리고 성격 같은 개인적 성향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다윈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는 인터뷰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생각을 쓴 책이 아니라 여러사람의 의견을 종합하다보니 조금은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인터뷰 도중 질문자가 주제를 갑자기 바꾸는 바람에 기존 주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대충 넘어가는 인상도 풍긴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 기획한 것이지만 대담자들이 외국인이라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을 종종 발견된다.

이러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진화생물학과 관련된 다양한 학문들을 다윈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과 무엇보다 이 시대의 탁월한 학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인터뷰했던 학자들은 하나같이 다윈의 열렬한 팬들이다

마치 신을 대하듯 다윈의 책들을 신봉하고 있었고 다윈을 엄마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는 사실에서 그들이 얼마나 다윈에 심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다윈이 인류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본서는 대중에게 다윈을 널리 알리려는 의도가 확연히 보인다.

기독교 복음을 전파하기위해 열두 사도를 파견하였듯이 기획자는 다윗의 열렬한 추종자인 열두 학자(부부포함) 들을 통해 다윈의 복음을 증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 소임을 달성했다고 본다.

완독하고나니 갑자기 다윈의 책들을 읽어 봐야겠다는 충동이 생겼다.

본 서평은 출판사 서평단 행사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 받아 자율적으로 작성한 것임을 알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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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무비의 유튜브 엑시트 - 무일푼 취준생을 월수입 억대 크리에이터로 만든 실전 노하우
지무비(나현갑)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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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시대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유튜버들의 역할이나 제작과정이 궁금했다.
그리고 경제적 수단으로 훌륭한 메리트가 있다는 세간의 이야기도 이 책에 관심을 갖는데 한 몫 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비슷한 동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일단 책은 읽기 쉽게 잘 구성되어 있다. 활자크기와 줄간격이 적절해서 가독성을 높여주고 도표나 그림도 적당하게 삽입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있다.

내용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첫장은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 용기를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누구나 한번씩은 유튜버를 꿈꾸지만 막상시도하려면 두려움이 앞서 주저하게되는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 동기를 부여한다.

제일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시작할 유튜브 주제는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또한 까다로운 저작권의 문제와 유튜브의 수입구조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본격적으로 영상 만들기 과정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편집기술보다는 콘텐츠 기획능력이라고 한다.
자기 채널의 차별적인 매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저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두가지 요소는 알고리즘과 섬네일이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이다' 라고 말 할 정도로 알고리즘에 대한 저자의 연구는 열정적이다. 이 알고리즘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작가가 공을 드리고 있는 또 하나가 섬네일이다.
섬네일은 마치 선물을 싸고 있는 포장지와 같기 때문에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한다고 역설하며 섬네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중간 중간 영상제작에 필요한 팁들과 유용한 사이트를 공개하고 있어서 새로 시작하는 유튜버들에겐 매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을 보면 작가가 지금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이 애를 썼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뿐 만 아니라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앞으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각인 시킨다.

이 책은 읽다보면 누구나 쉽게 시작은 할 수 있으나 어느정도 수준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그만큼 혹독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막연히 유튜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결단을 종용하고 시작하려고 결단한 사람들에게는 좀 더 빠른 길로 가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누가 읽든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서평은 출판사가 행사차원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주관적으로 작성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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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망상 - 욕망과 광기의 역사에 숨겨진 인간 본능의 실체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노윤기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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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돈과 종교에 극단적으로 치닫을때 어떤 결과 로 이어졌는지를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기술하고 있다.

처음 책 소개부분은 진화심리학적 이론을 토대로 인간 본성에 대한 설명이 있고 그 이후로는 그런 인간 본성이 돈과 종교에 기생해서 만들어가는 황당한 사건들을 시대순으로 서술하고 있다.

돈과 관련해서는 투자열풍의 어리섞음을, 종교에서는 종말론적 신앙의 참상을 파헤친다.

현대판 찰스 맥케이의 <대중의 미망과 광기>라 불리는 이책은 경제적인 버블과 기독교 휴거를 군중의 망상이라고 보고 이 두가지 배후에는 확증편향과 인간의 모방 본능이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마치 숲속의 토끼가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달아나니까 주변의 동물들이 영문도 모른채 같이 따라 달리듯이 합리적인 이성보다는 상황과 분위기에 휩쓸리는 어리섞은 사람들의

군중심리를 잘 전달하고 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하듯이 이 책은 종말론적 신앙인들이 휴거에 대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접근하는가를 사례를 통해 잘 보여준다.

이런 사람들은 예언이 빗나가도 그에 걸맞는 이유를 다시 찾아 자신의 믿음을 고수한다.

망상에 사로잡힌 주식거래자들도 역시 확증편향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주식이 오를 거라고 확신을 하게 되면 주변의 온갖 정보들을 긁어모아 자신의 생각을 더욱 공고하게 다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사건에 대한 기대측면에서 종교적 광기와 돈에 대한 광기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

하나는 현실세계에서 또 하나는 내세에서 기회를 놓치면 회복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열광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작가는 인간의 광기를 수학공식으로 계산할 수 없다는 뉴턴의 말을 인용한다.

예수재림의 날짜도 알 수 없고 경제적 버블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집단 심리에 쉽게 휩쓸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인은 똑똑한데 집단은 어리섞고, 인간은 도덕적이지만 사회는 비도덕적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집단의 광기에 대한 실제적 사례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군중심리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자 하는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주식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분위기에 뇌화부동하지않고 버블과 가치주를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책 광고대로 주식에 관련된 여러책을 읽는 것보다 <군중의 망상> 한 권 으로 주식의 흐름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입장에서 자율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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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 - 어떤 철학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마루야마 슌이치 지음, 송제나 옮김 / 지와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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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개인주의가 이기주의와 같은 뜻으로 오해되어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기주의자가 세계와 관계없이 자기만을 생각한다면 개인주의자는 세계와의 관계속에서 자기를 구분하는 자라고 볼 수 있다.

이솝 동화에 보면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에 놀란 토끼가 달아나자 숲속에 있던 모든 동물들이 영문도 모른채 토끼를 따라 달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집단속에서 자기를 잃어버린 전형적인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동화다.

깃발들고 광화문을 쫓아다니는 사람중에 자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건강한 집단이 형성되려면 건강한 개인이 존재해야 한다. 자기를 잃어버린 개인은 사악한 무리속에 쉽게 휩쓸리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자기를 의식하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고 있는 개인주의 수업이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개인주의가 담긴 철학이나 사상을 소개하며 오늘날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시대는 나쓰메 소세끼의 말을 인용한대로 '죽느냐 사느냐' 가 아니라 '사느냐 사느냐' 라는 경쟁의 사회로 도입한 것 같다.

이런 사회에서는 각 개인의 다양한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가끔 물건구입을 위해 당근을 이용하다보면 나는 전혀 관심이 없는 물건에 사람들이 몰리는 풍경을 본다. 그것도 아주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는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자꾸 이런 광경을 보다가 우연히 가격이 다운된 비슷한 물건을 보면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갑자기 일어난다. 라깡이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살다보면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

우리는 타인의 평가가 두렵기 때문에 자신의 색깔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집단이 추구하는 바를 따라가게 된다.

이로써 나는 상실되어 버린다.

작가는 이러한 현대사회의 맹점을 지적하면서 집단속에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개인주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번역서는 번역이 거칠어서 진도가 잘 안나가는데 이 책은 술술 잘 익힌다.

더구나 철학책에 가까운 내용인데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잘 쓰여진 것 같다.

삶의 가치관이 분명치 않거나 기준이 왔다갔다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는 흰트를 분명 얻으리라 생각한다.


이 서평은 서평단 행사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받고 자유롭게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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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현대시학 시인선 107
이경선 지음 / 현대시학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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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만 읽어보았을 땐 작가의 나이가 대략 사오십은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필 사진이 너무 젊어 인터넷을 뒤져보고 깜짝 놀랐다.

30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물론 사람들이나 책을 통해 이전 시대의 분위기나 느낌을 간접 경험 할 수는 있지만 직접 살아온 사람처럼 글을 쓰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시의 형식을 빌어 쓰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마치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처럼 글을 쓴다.

매화꽃 피울 적에

어미는 서울로 간다고 했다.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아이는, 다섯 남짓의 아이는

엄니따라 서울 간다 했다.

어미는 아이를 달래고

멀리 한발짝 지주목 삼아

매화 한 그루 심었다.

서울 길 나설 제

아이는 흙바닥서 발버둥을 치었다

두 발 동동 어미 가는 길

쥐똥 같은 눈물 뚝뚝 흘리었다

해지나 지주목 내리고

매화는 가지마다 꽃을 피웠다

담 너머 어미 온 날 있다

아이는 펑펑 울었단다

어미도 눈물을 쏟았다

매화 잎 마당서 춤추고

별빛은 처마 끝 나란히 섰다 (p37)

사오십대가 아니면 이런 시정이 생길 수 없다.

이 시는 그 시절을 겪어온 나에게 당시의 절박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

엄니 따라 서울 간다고..., 흙바닥서 발버둥치고..., 쥐똥 같은 눈물...,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매우 소란스런 상황이지만 왠지 소란스럽지 않는 묘한 정서가 흐른다.

시인은 나이를 초월하는가 보다. 영혼이 맑아 시대를 넘나드는 감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튼 시인의 무한한 감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책에서 시들은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소제목으로 1부는 꽃, 2부는 가을, 3부는 눈, 4부는 여름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식상한 패턴에서 벗어나고 순서 역시 여름이 맨 마지막이다.

그리고 계절간의 경계도 뚜렸하지가 않다. 이것 역시 인간이 만든 사계절의 틀에서 벗어나 자연의 순수한 세계로 나가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1부에서 시작한 꽃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의 시들은 대게 자연에 소재로 하고 있어 읽을 때 마다 하늘이 열리고 바람이 불고 꽃이 핀다.

그래서 읽는 이의 마음을 평화롭고 잔잔하게 만든다.

혼탁한 세상을 건너가면서 가슴 답답하고 지친 영혼이 있다면 소란이 소란하지 않는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주관적인 입장에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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