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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인문학 - 인간의식의 진화에서 꿈의 역할은 무엇인가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조은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책 제목만 보고는 오판하기 쉽다. 표지 그림까지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마치 초현실 세계를 다루는 판타직 소설같은 책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같은 류의 책으로 생각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를 기대했는데 예상과는 달랐다. 물론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꿈이야기가 등장하지만 그리 썩 재미있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꿈이 과거와 미래를 융화함으로써 현재의 생존에 중요한 도구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 책의 주제를 꿈을 연결고리로 한 인간 정신의 짧은 역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밝히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의미를 간파하기가 쉽지 않다.
독자가 느끼는 책의 분위기는 수면과 인지발달의 상관관계에 대한 뇌과학적 정보들이 정신없이 부유하는 느낌이다.
책은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오리엔테이션이고 2장부터 4장까지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꿈 이야기들이 나온다.
5장부터 13장까지는 뇌과학에 근거하여 렘수면과 꿈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어쩌면 이부분이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4장에서 마지막 장까지는 다시 꿈이야기로 돌아가는데 여기에서는 약간의 초현실적인 부분도 언급하고 있다.
대중을 대상으로 나온 책이지만 만만치 않다. 방대한 양의 정보들도 그렇고 과학책의 고전적 뉘앙스와 경직된 설명들이 진도를 호락호락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뇌과학을 바탕으로 수면과 인지발달에 대한 최신 정보들을 가득 담고 있어서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어렵든 쉽든 큰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본다.
특히 각성이 수면을 침해함으로써 환상과 현실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조현병에 대한 설명은 흥미로웠다.
아이들과 정신증환자 그리고 고대문헌에 나오는 꿈에 대한 설명을 비교했을 때 비슷한 점이 많이 나타났다는 점, 그리고 렘수면 시간과 학습능력 사이에 관계성과 수면중에 꿈은 외부자극 없이 신경계의 깊은 곳을 자극하게 되고 과거의 기억과 경험들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도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이후 반프로이트 학자들에 의해 묻혀진 꿈의 의미들을 다시 불러일킨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어 볼 만하다.
두꺼운 책들 중에 빈수레처럼 요란하기만한 내용들이 상당부분 차지하지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은 꽉찬 느낌이다. 지적바다에 빠지는걸 즐기는 독자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책으로 자유롭게 작성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