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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평점 :
이 소설의 원제는 <대성당>이다. 한국어판으로 번역하면서 제목을 <신을 죽인 여자들> 로 바꾸었다.
왜 하필이면 여자들일까.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여성이다. 남자도 나오긴 하지만 대체로 우유부단하고 패기가 없는 존재로 비춰진다.
작가는 페미니스트 여성이 아닌가 싶다.
니체가 신을 죽인 이후로 여성도 한 몫 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예수는 십자가상에서 육체적인 죽임을 당하고 니체에 의해 정신적인 죽음을, 그리고 여자들에 의해 확인 사살 된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저물어가고 있는 종교의 목과 다리를 끊고 불태웠다.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이라기 보다는 사회 및 문화를 담은 종합선물 같은 느낌이다.
최고등급의 잔혹한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혐오감이나 전율 보다는 왠지 안타까움이나 동정심이 발동한다.
가족의 잔혹사도 다룬다.
사실 전체가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희망의 메시지로 수습하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가족은 콩가루가 된다.
인간에게 있어 가족은 행복의 진원지이기도 하지만 고통의 뿌리이기도 하다.
등장인물 중 하나가 이렇게 고백 한다 " 이 세상에는 살기 어려운 곳들이 있다. 사막, 무인도, 산꼭대기, 화성, 전쟁 중인 나라, 그리고 밀림이
그곳이다. 하지만 내게는 우리 가족과 함께 것이 가장 어렵다"
형제간의 경쟁은 아들러의 출생 순위에 따른 이론적 배경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엄마가 리아에게 "너는 영락없는 둘째다" 라고 말한다.
둘째는 심리적으로 반항적이며 첫째를 이겨먹으려는 성향을 타고 난다고 하는데 이 소설에 중요한 뼈대를 형성하고 있다.
심리학적인 동일시 개념도 나오는데 막내딸이 큰 언니를 동경해서 말이든 행동이든 옷 입는 스타일까지 따라한다.
결국 연인까지 같이 좋아하게 됨으로써
지옥의 문이 열린다.
도플갱어는 둘 중에 하나는 죽는다고 했는데 이 소설도 하나를 죽인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종교가 연루된 법과 도덕과 양심에 관한 인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자연적인 현상도 종교가 드리워지면 죄가 살아나는 교조주의와 반대로 종교를 도구로 삼아 도덕적인 책임을 모면하는 인간의 행태를 고발한다.
교회에서 만능 해결책으로 쓰이는 ' 하나님의 뜻' 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마지막으로 책 뒷표지에도 나오지만 " 우리는 각자 자신이 견뎌낼 수 있는 진실까지만 도달한다" 라는 말이 인상깊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바라지 않은 진실이 밝혀질까봐 두려워 한다.
이번 이선균 사건도 이런 맥락과 닿아있다.
이 소설은 답답하지 않고 명료하다. 문장이 애매하거나 오리무중 같은 혼란스러운 구절이 없고 시원스럽게 진행된다.
따라서 지루하거나 문맥에 걸려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없다.
그리고 진행방식이 재미있다.
주요 등장 인물이 각각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나와 한 쳅터식 맡아서 퍼즐 맞추듯이 이야기를 짜집기해 간다.
단순한 범죄 소설이 아니어서 만족스러웠다. 까다로운 독자가 아니라면 모두 '구독과 좋아요'를 누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책으로 자유롭게 작성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