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RELIGION 인간의 궁극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해결 최준식의 메타 종교로 가는 마지막 춤 2
최준식 지음 / 주류성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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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대한 관심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한 때 기독교에 깊게 몰입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특정 종교에 신앙을 두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인간의 궁극적 문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삶의 제일 앞자리에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이런 궁극적 관심은 한번 갖게 되면 그 질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아무리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마음의 저류에는 이 관심이 도사리고 있다.

본서는 서론과 결말을 빼고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와 2부는 현실의 실체를 다루고 3부와 4부는 궁극적 실체를 다룬다.

1부는 거의 자의식에 대한 문제에 집중한다. 현실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 자의식의 유무는 절대적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서론에서 인간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을 느끼지는 않는데 그것은 아직 자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기는 생후 1~2년을 전후로 두번째 탄생을 하게 되는데 이때 비로소 자의식을 갖게 된다고 한다.

자의식의 생성은 관찰하는 자아와 관찰의 대상이 되는 자아로 이원화되는 자아의 분열이자 타자와 세계에 대한 인식이 가능해지는 계기가 된다.

고통은 이렇게 이원화가 먼저 일어나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의식의 발현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소재로 기독교의 에덴동산 신화를 든다.

아담이 선악과를 따 먹고 눈이 밝아짐을 자의식의 생성이라고 본다.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기전에는 마치 금방 태어난 아기처럼 자기와 세계가 혼합된 일원론적 상태에 있다가 선악과를 먹고 눈이 밝아져 비로소 세상에 대한 인식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작가는 자의식의 내부적인 통일성을 위해 기독교 전통의 핵심 이론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해석을 한다. 물론 캔윌버의 이론을 차용하고 있지만 에덴동산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천국과 같은 것이 아니라 지옥이라는 것이다.

단지 선악과를 먹음으로 무의식적 지옥에서 의식적인 지옥으로 바뀐 것 뿐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같은 지옥이라도 의식적인 지옥은 고통을 느낀다는데 문제가 있다.

의식적인 지옥의 현장에 떨어진 인간은 업그레이된 전자기기처럼 이전 버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이곳에서 주어진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와 세상이 분리됨으로 발생하는 불안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끊임없이 온갖 소유물로 사이의 공백을 메우려하나 인간의 욕심은 구멍난 항아리처럼 채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2부에서 작가는 이러한 인간의 한계상황을 극복하기 벙법으로 의식의 진화를 소개한다.

첫째는 신비주의에서 나눈 3단계로 단계1은 자의식이 없는 전인격적 단계이고, 단계2는 현실의 인격적 단계, 그리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3단계인 초인격적 단계다.

둘째로는 윌버의 7단계인데 제 1단계는 신비주의처럼 자의식이 없는 전인격적단계에 해당되고 2단부터 4단까지는 인격적 단계 그리고 초인격적 단계로 5단부터 7단까지를 이야기한다.

셋째로 우리가 잘 아는 매슬로우의 인간욕구의 5단계를 거론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루는 것은 매슬로우가 죽기 1년전쯤에 보완한 6단계로 자아초월 욕구 단계를 말한다.

인간은 이 단계에 와서야 비로소 진정한 자아해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의식을 벗어나 진화의 마지막단계에 이르는 일은 너무 어렵다는데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 도달한 사람들이 있는데 붓다나 예수 같은 분들이라고 한다.

이분들이 바로 초월의 단계에 이르렀고 또 절대실재의 세계로 갈 수 있는 방법들을 인류에게 가르쳤다는 것이다.

3부는 절대실재와 그 속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절대실재에 이르는 길은 세계적으로 너무 많이 있지만 작가는 대표격으로 인도철학의 우파니샤드와 중국의 장자를 예를 들고 있다.

우파니샤드에서는 '범아일여', 장자에게서는 '지대무외/지소무내' 표현을 통해을 이원론적 사고로 이해할 수 없는 절대실재를 설명한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절대실재를 이해시키기 위해 다양한 예를 들면서 갖은 노력을 다 하면서 동서양의 모든 위대한 말씀들은 모두 언어상으로 모순을 품고 있다고 아쉬워 한다.

예를 들면 "절대실재는 가장 크면서 가장 작은 존재" 또는 " 없는 곳이 없지만 어디에도 없어야" 등이 그렇다.

이어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종교에서 말하는 영원한 천국은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이다. 즉 끝이 없으려면 시작도 없어야 한다는 논리다. 때문에 영원의 반대어는 순간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한다.

작가는 화엄경을 요약한 법성게의 말을 인용해 영원이란 바로 이 순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간은 의식이 만들어낸 이원론적 세계의 부산물이기에 마치 흐르는 것처럼 느끼지만 물리학자들이 보는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있다고 한다

시간이 의식의 영향을 벗어나는 경우는 환각제 체험이나 종교체험을 통해 가능한데 이때 절대 실제 체험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광인이나 자폐인들이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더 절대실재에 근접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의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고 약물이나 종교적 체험은 일시적이지만 그들은 늘 그런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간 역시 절대 영역은 없다고 한다. 아무리 천국이라도 일정한 장소가 있다면 그것은 상대적인 영역이기에 절대 공간이라고 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절대 공간이 되려면 무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절대실재는 전체이기에 모든 공간을 품고 있어사 공간없음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뭔가를 표현해야 함으로 작가는 보나벤투라의 말을 인용해 절대실재의 공간을 " 중심이 모든 곳에 있으면서외곽선은 아무데도 없는 하나의 구" 라고 표현했다.

도마복음에도 비슷한 글이 있는데 " 신은 모든 것에 내재된 동시에 모든 것을 초월해 있다" 고 했다.

이처럼 절대실재는 볼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작가는 3부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절대실재의 정체를 밝힌다.

바로 우리의 절대적 주체의식 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순수의식인데 '진아' 또는 '참나' 라고도 불린다. 불교에서는 우리 안에 불성이 이미 존재한다고 했다. 우리는 이미 깨달은 존재이지만 단지 우리 의식이 흐려져 있어 이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4부는 대망의 궁극적인 경지로 가는 여러 방법들을 소개한다. 유일신교 입장에서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작가는 다른 종교나 철학보다는 힌두교의 3가지 요가 방식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요가란 길이나 방법을 뜻하는 것으로 첫째, 지혜의 길(즈냐냐 요가) 둘째,헌신의 길(박티요가) 셋째 행위의 길(카르마 요가) 나누어 각각 방법들을 기술하고 있다.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면 지혜의 길은 말 그대로 머리 중심으로 인지를 사용하는 지적인 방식으로 스스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고, 헌신의 길은 가슴을 중심으로 기독교의 예배처럼 신적 대상을 향해 마음을 바치는 일이며, 행위의 길은 자선 사업과 같이 몸으로 세상을 위해 뛰는 삶을 사는 것이라는 것이다.

세가지 길은 배타적으로 선택해야 되는 것은 아니며 세 길을 다갈 수도 있고 한 길만 고수할 수도 있는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궁극의 경지까지 가는 방법을 소개하고서는 조금 맥빠진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길을 선택해서 열심히 수행한다해도 절대실재를 체험하리라는 보장은 못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반드시 이 길을 가야만 한다고 주장하며 세 길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이 책은 작가의 성향이 인도 철학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보니 타종교나 철학보다 그 방면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모든 종교에 온전히 중립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절대실재로 가는 방법은 있지만 갈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함으로써

요가의 세 길보다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은혜가 더 낫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붓다와 같이 스스로 깨달아 해탈 할 수 있다는 불교 사상 보다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의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결국 한바퀴 돌아 제 자리에 온 느낌이다. 하지만 여행은 아주 재미있었다.

편파적인 경향은 있지만 인간의 궁극적인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세계의 종교들을 아주 재미있게 비교 분석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또한 기타 다른 서적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종교 이론과 달리 내용 설명이 실감나고 감각적이다.

친근하게 안내하는 듯한 서술방식도 가독성을 높이는데 한 몫 하는 것 같다.

종교 분야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한 번 읽어 볼 만 책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책을 공급받아 자율적으로 작성한 것 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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