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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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죽음은 시대마다 빼놓을 수 없는 큰 주제였다.

변화가 있다면 과거에는 신의 영역으로만 존재했다가 이제는 과학의 대상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죽음이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달라졌다.

바로 노화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 질병이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입 버릇처럼 말한다. 생명은 살기위해서 태어났지 죽기위해 태어나지 않았다고.

이 책은 지금까지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해 온 과학의 산물이다. 획기적인 발견은 생식세포나 줄기세포 같은 노화하지 않는 세포를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불행이도 육체의 대부분을 이루는 체세포가 죽으면 같이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동안 과학이 밝힌 불멸로 간주될 수 있는 동물들은 히드라, 홍해파리,플라나리아 등이 있는데 과학자들의 최대의관심은 이들이 영생하도록 진화해온 메커니즘을 이해해서 인간에게 적용하는데 있다.

책 내용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미국의 사업가인 데이비드 고벨이 제기한 <수명 탈출 속도> 이다. 이것은 기대 수명이 수명이 경과하는 시간보다 더 빠르게 연장되는 상황을 말한다고 한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1년을 살 때마다 기대수명을 3개월씩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렇게 2029년까지가면 수명 탈출 속도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데 이는 우리가 무기한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p161>

이러한 발전을 가속화하는데는 인공지능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예를들어 생물학에서 가장 복잡한 문제 중의 하나가 단백질 접힘인데 이 접히는 과정에서 건강에 관한 많은 정보가 담긴다고 한다.

그런데 이 비밀을 인공지능이 풀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희망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노화 찬양주의자들과 노화종식주의자들간의 논쟁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경제적 이득에 대한 쌍방의 주장이다.

노화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수명연장으로 인한 노년기의 쇠약 및 질병과 관련된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노화 종식주의자들은 장수인구가 경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한다고 본다. 또한 노화치료는 생각보다 저렴하게 들 것이라는 주장을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해 펼친다.

또 한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불안 완충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에게 노화를 거스릴 수 있다는 생각은 최근 일이고 우리의 무의식은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기본신념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공포를 해소시키는 차원에서 여러가지 문화적 신념(종교)이나 자존감을 통해 '불안완충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죽음이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마음에 평화를 준다는 것인데 이런 뿌리깊은경향성을 저자는 드 그레이의 말을 인용 '노화찬성 무아지경'이라고 비꼬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생하면 행복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쇼펜하워는 '인생은 수지맞는 사업이 아니다' 라고 했는데 만일 그가 살아서 이런 소식을 들었다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계층간의 갈등이다. <인타임> 이라는 영화를 보면 모든 사람이 25세가 되면 노화가 멈추고 1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이 때 사람들은 시간을 사고 팔 수 있게 되는데 가난한 사람은 하루를 겨우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노동으로 사거나 누군가에게 빌려야 하지만 부자들은 몇 세대에 걸쳐 영생을 누린다.

앞으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약이 나온다면 결국 부자와 가난한자의 운명은 더욱 극단적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영화처럼 수명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지구별의 미래는 암울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노화역전주의자들은 문명이 낳은 초기의 결과물은 부유층의 값비싼 전유물이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조금 비싸고 궁극적으로는 거의 무료가 된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상대적 고통에 대한 문제는 알 수가 없다.

건강하게 장수한다는 것은 바람직하고 인류가 추구해야 할 목표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아직도 죽는게 사는 것보다 더 나은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인간에게 있어 죽음이 주는 숭고함이 있다.

재미있게도 작가는 이러한 독자의 생각을 미리 알았는지 사람들이 노화를 인정하려는 경향성을 대륙이동설과 의학의 여러 예를 들며 오래된 내면화된 가치가 얼마나 바뀌기 어려운가를 책의 한 챕터를 할애하며 피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뒷 부분에서는 철학적이며 윤리적인 관점에서 노화역전에 대해 변호하고 있고, 페르마의 정리와 핵융합의 역사를 거론하면서 과정이 험란하지만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토해 놓는다.

이 책은 지금까지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축척되어 있는 연구물이기도 하지만 사업적인 전망도 함께 포함되었다.

관점에 따라 이러한 학문적 성과를 부와 연결시키는 작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컴퓨터와 인공지능 시대로 들어가면서 관련된 사업들의 시가가 엄청 솟은 것처럼 노화혁명이 불러온 장수 산업들 역시 엄청난 개발 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저자 역시 연구에만 매달려온 호세 코르데이로와 스마트폰 선구자인 데이비드 우가 공동지필 했다.

책은 학문적 성과와 함께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함께 다루어진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이 서평은 출판사 행사로 책을 받아 자율적으로 작성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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