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상 입문 - 데리다, 들뢰즈, 푸코에서 메이야수, 하먼, 라뤼엘까지 인생을 바꾸는 철학 Philos 시리즈 19
지바 마사야 지음, 김상운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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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철학은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루고 있었다.

근대 이전 철학을 좀 더 공부하고 도전해 보겠다는 작은 소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이 책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입문서인데다 작가가 일본철학의 흐름을 바꾸는 탁월한 학자라는 평가가 한 몫 했다.

책은 머릿 말과 부록을 빼면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 3장은 후기구조주의 대표주자인 데리다,들뢰즈,푸코를 다루고 있고 다음 2장은 후기구조주의를 발생시킨 원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지막 2장은 현대사상의 생성원리 및 후기구조주의 이후 최근 동향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가 말하는 대표학자 세 사람에 대한 평가를 간략하게 본다면 먼저

데리다는 세계를 떠 받치고 있던 이항대립의 구조를 탈구축했고,

이분법적 구조를 해체시켜 본질적인 것보다는 비본질적인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나와 너의 대립적 관계에서도 나 중심에서 타자 중심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여기에서는 레비나스의 '타자의 철학'을 인용하여 설명한다.

하지만 무조건 타자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따라 (책 표현대로 하자면 )케바케로(케이스 바이 케이스) 대응해야 한다고 한다.

즉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들뢰즈의 키워드는 '차이' 이지만 작가는 여기에서도 중용적인 측면에 관심을 모은다.

모든 것은 서로 섞여있고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한쪽만을 강조하다보면 또 다른 구조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문제에 관하여 인간관계를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관여 할 필요가 있어도 너무 관여하지 않는 다는 안배가 요구된다'<p76>

역시 균형의 논리에 따라 타자와의 공존을 모색한다.

푸코편에서도 권력에 관한 푸코의 사상을 균형의 논리로 정리한다.

푸코는 인간을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양분하고 지배자에게 나쁜 역할을 맡긴 지난 역사를 반성하며 피지배자에게도 그런 체제를 요구하는 무의식적 욕망이 있음을 간파한다.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현대 권력자들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는 상태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것은 생명정치를 통해 사람들을 통제 한다고 보았다.

양자 갈등에 관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이상하게 너무 깊이 반성하지 말고 그래도 건강을 챙기려면 챙기고 그 다음에 따로 마시러 가고 싶으면 가면 되잖아"<p107>

역시 작가는 데리다와 들뢰즈가 이야기한 것처럼 푸코 역시 어느 쪽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균형의 상태를 추구했다고 평가한다.

4장에서 작가는 현대 사상을 일으킨 원류를 니체, 프로이트,마르크스에서 찾는다.

이들은 그동안 사고(표상)의 세계에 무게 중심을 두었던 가치체계를 현실(사물)에게로 돌림으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진단한다.

작가는 이 세사람이 현대 지성에 공헌한 대목을 니체는 디오니소스, 프로이트는 무의식, 마르크스는 하부구조에서 찾는다. 이들은 모두 탈질서적인 것으로부터 창의성을 이끌어 냈다는데 공통점이 있다.

이 작업은 인류가 그동안 억압해 온 내면에 숨겨진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었고 이것이 바로 현대 사상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5장은 또 하나의 원류로써 정신분석을 거론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다른 학자들에 비해 정신분석에 많은 비중을 둔다는 점이다. 주로 라깡 사상을 다루고 있다.

6장은 현대 사상의 생성원리를 다루고 있는데 독자들에게 현대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 뿐 만아니라 철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차원에서 의의가 크다.

7장은 후기 구조주의를 잇는 다음 세대의 철학자들을 소개한다.

21세기에 일어난 사변적 실재론의 대표주자인 메이야수는 수학을 이용하여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하며 세계가 갑작스럽게 변화 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작가는 그가 후기 구조주의자들에 대한 역주행을 통해 더 극단적인 상대주의로 나간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어려운 내용이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철학 서적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철학 입문자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여 진다.

본서는 친절함이 잘 묻어난다. 문장이 권위적이거나 딱딱하지 않는데다 존칭어 사용으로 인해 문장이 한결 다뜻하다.

그리고 어려운 내용 뒤에는 일상의 예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작가의 친절한 글쓰기는 설명하는 방식에서도 잘 나타난다.

권위적인 작가들이 보통 독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무작정 글을 쓰는 바람에 독자들이 길을 잃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독자와 함께 동행 하듯 글을 쓴다.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는 씀씀이가 보인다.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그렇다.

" 예를 조금 생각해 볼까요"

" 이쯤에서 깊이 파고들고 싶은데요"

" 여기서 앞에서 언급한 예로 돌아가 볼까요"<p48>

다음으로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철학을 자기 생활에 적용하여 독자에게 이해를 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들뢰즈의 '생성변화'의 개념을 작가는 '모든 것은 도중이고 시작이나 진정한 끝은 없다' 라고 해석하며 자신의 글쓰기 작업에 응용한다.

즉 뭔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무거운 짐을 덜어 버리고 가볍게 도중에 올라탄다는 기분으로 작업에 임함으로써 긍정적 성과들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근대 이전의 철학적 배경이 없어도 읽을 수 있도록 쓰여 졌다.

다만 너무 핵심적인 내용만을 간추리다보니 많은 내용들을 생략할 수 밖에 없고 특히 후기 구조주의 이후의 철학사조 부분은 이해 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부정신학적 X, 혹은 무한히 반복되는 X 등에 관한 내용은 X에 대한 개념설명이 충분치 않아 의미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

그러매도 불구하고 후기 구조주의 철학의 대략전인 흐름을 간파하기에는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포스트 모던 또는 후기 구조주의 철학에 관심이 있는 입문 학도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받아 자율적인 조건하에 작성한 것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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