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오디세이 : 라이프 - 인간.생명 그리고 마음 과학오디세이
안중호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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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가운데 하나는 인간을 우주의 주인으로 인식한다는 것이지요.

고대 철학과 종교를 통해 인간은 늘 만물의 척도이며 신이 세상을 맡긴 대리자라고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점차 발전하면서 인간은 만물의 주인이 아니며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진화론이 탁월한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조상이 유인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데는 늘 저항을 해왔던 나에게 마음을 열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작가는 최근 발굴된 화석을 소개하며 최종 사피엔스에 이르는 경로와 과정에서 진화에 합리적인 증거를 제공함으로써 불편한 진실에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책의 구성은 <1부.우리는 어떻게 인간이 되었나, 2부.생명이란 무엇인가, 3부.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로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내용적으로 볼 때 1부는 몸에 관하여 2부는 유전자 3부는 뇌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1부에서는 인간의 몸에 관해 현생인류의 뿌리는 약 2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한 여성에게서 시작되었다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윌슨팀이 분자시계 방법을 통해 발견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인류의 시작이자 고향이고 이곳을 떠나 세계 각지로 흩어졌고 유럽에 정착한 이들은 햇볕이 줄어드는 바람에 구루병이나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 자외선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피부가 하얗게 되는 전략을 썼다고 했는데 그래서 1만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인의 피부색은 하얗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작가는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가 지상에 정착하기까지 수많은 자연재해와 진화과정에서 비슷한 종과의 참혹한 투쟁을 거치면서 성장해 왔음을 여러 자료들을 통해 설명합니다.

진화를 거듭하면서 포유류중 인간은 침팬지와 함께 약한 이웃 무리를 기습하고 암컷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종이라고 보고한 학자 랭엄에 대해서 인간의 본성을 선한 천사라 언급한 스티븐 핑거와 지금 이시대는 인류가 처음 맞는 평화의 시기라고 주장한 유발하라리의 말을 비교하면서 작가는 긍정적인 평가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생존이나 물질적 충족을 위한 불행한 전쟁은 점차 사라져갔지만 다른 종들에게 없는 이념이나 명분 자존심과 같은 허깨비를 위해 목숨을 던지고 투쟁하는 일들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에게 축복으로 주어진 상상력과 같은 정신적 능력이 오히려 인류를 파괴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생명이라는 주제로 모든 지구 생물의 공통조상은 LUCA 라는 DNA를 가진 단순란 형태의 박테리아라고 이야기한 한 칼 워즈의 제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숭이가 조상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만물의 영장 인간은 생명의 근간이 박테리아에서 왔다는 주장에 또 한 번 자존심이 무너집니다.

내용 중 흥미로운 이야기는 섹스가 단세포 미생물들의 포식활동과 공생에서 비롯되었다는 마굴리스의 가설입니다.

원래 원핵 박테리아는 세포핵도 없고 섹스도하지 않으며 예정된 죽음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암수의 성이 시작되면서 죽음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원생생물은 환경의 악화로 먹이가 고갈되자 옆에 있는 동족을 잡아먹게 되는데 이 때 먹힌 녀석의 유전자 때문에 1개의 세포에 유전물질 2벌을 가지게 되었고 따라서 생식세포는 그 중 하나를 버리기 위해 감수분열을 한다고 합니다.

DNA는 40억년동안 단 한번도 끊기지 않고 이어졌는데 과학이 만들어낸 첨단 반도체가 5~20년만 지나도 물리적 성질이 조금씩 변하는데 반해 조건에 따라 DNA는 수만년 동안도 안정적일 수 있으며 저장능력에 있어서도 1g의 DNA안에는 4,550억 기가바이트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2부는 유전자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이야기에 대부분의 지면이 할애되었습니다. DNA는 오늘날 지구상의 생명을 이어주는 물질임과 동시에 모든 생물이 비슷한 유전자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인간이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다시금 상기시켜 줍니다.

저자도 언급하고 있지만 인간의 우월성은 인간의 자만에서 나옵니다. 모든 동물은 자기의 입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발전시켜나가기 때문에 인간의 기준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지요.

모든 동물이 비슷한 유전자구조를 가졌으나 모양이 다른 이유는 로메오박스라는 유전자 세트가 있는데 이는 발생단계에서 세포가 머리가 될지 몸통이 될지를 조절하기 때문이랍니다. 초파리, 쥐, 사람의 몸을 형성하는 로메오박스의 조절방식은 동일한데 몇 차례 되풀이되거나 미소하게 변형되는 점이 다를 뿐인데 이것이 각각의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 결국 모든 동물은 한 가족이라는 이야기입니다.

3부는 뇌로 이어지는 마음에 관한 것 입니다. 작가는 눈과 능동적 움직임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눈의 진화로 인해 많은 정보들을 처리해야 했고 이를 위해 이전에 분산된 신경을 동시에 처리하기 위한 중추 신경계가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뇌로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뇌와 마음에 대해서 철학이나 심리학에서는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과학에서 마음은 뇌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작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뇌가 벌이는 다양한 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의 예술 활동은 뇌의 가공물인데 그것은 과거 사냥과 도피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음악이나 미술도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 피질보다는 오래된 원시 뇌에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음악의 강약이 그렇고 미술에서 애매한 그림을 즐기는 것도 수풀사이에 숨은 맹수를 발견하는 원시 시대의 경험을 느끼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 부분은 의식에 관한 내용인데 그동안 의식은 영혼으로 확장되어 과학으로 다룰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복잡계의 창발이론을 통해서 의식은 뉴런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가 해체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표상들의 연속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사람이 죽으면 신경세포가 해체되기 때문에 영혼은 따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 입니다.

여기까지 내용들을 읽어 본다면 인류의 운명은 암울하고 희망이 없는 듯 보입니다.

종교와 철학은 지금까지 인간의 허무와 부족함 점을 채워주는 소중한 도구였지만 과학이라는 첨단 무기로 이러한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무자비하게 털어버리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맺는말을 통해 과학으로 직시하는 허무야말로 우리의 삶을 희망으로 인도하는 정직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역설적인 증언을 합니다. 과학적으로 인간를 분석하면 무의미한 존재입니다. 자아는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살아있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재합니다. 이렇게 있기도 하면서 없기도 한 인간의 모순된 존재를 양립하기위한 방법으로 작가는 명상과 긍정심리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인간을 분해해 놓고 마지막 부분에서 해결책으로 명상을 소개하는 것은 유발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도 있었습니다.

결국 과학의 한계점에서 다시 종교와 철학의 도구를 빌려 쓴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순수한 과학은 2부인 생명부분이고 1부는 인류문화사를 3부는 종교와 철학을 과학적으로 접근했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작가도 언급했지만 그동안 과학은 ‘어떻게’라는 영역에 집중했고 ‘왜’라는 영역은 종교나 철학에 맡겼는데 이제 과학도 ‘왜’라는 영역을 다룰만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명쾌한 해답은 아직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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