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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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종양 내과 의사로서 완치목적이 아닌 생명연장을 위해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돌보면서 경험한 그들의 마지막 순간들을 기록한 글들이다

따라서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죽음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인 진술보다는 병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한계와 그 실존적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항암치료를 거부했던 암환자의 80% 가 이미 치료시점을 넘어서야 처음했던 말을 번복하고 치료를 요구한다는 사실에서 죽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라는 새삼 느꼈다.

항암치료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 때문에 차라리 조금 일찍 죽음을 맞이하려 했던 사람들도(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암이 자라면서 장기를 압박하는 고통은 오히려 더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치료시기를 놓치고서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체로 죽음 앞에 놓인 환자의 상황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묘사해놓은 숭고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이글어진 몰골과 종양이 썩어 인체의 모든 구멍에서 고름이 흐르는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인간의 품격과 존엄에 대한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절박한 상황에서 환자는 의사에게 절대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작가는 의사를 바라보는 환자의 심정을 자신이 환자가 되어 경험한 사건을 통해 들려주기도 한다.

환자에 대한 무성의와 타성에 젖은 태도 등을 환자의 입장에서 꼬집기도 한다. 하지만 수 많은 환자를 만나는 상황에서 환자가족들이 생각하는 드라마에서나 등장할 수 있는 가족같은 의사는 존재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이 책은 부작용이 있다. 읽고난 다음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 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성찰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성숙한 관점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독자로 하여금 현재 건강함에 대한 감사를 넘어 남은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죽음을 어떻게 맞해야 할 것인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다음의 이야기가 아마 작가가 독자들에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인 것 같다.

<비록 인간의 생이란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지만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주어진 남은 날들을 조금 다르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p146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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