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와 소음 - 불확실성 시대, 미래를 포착하는 예측의 비밀, 개정판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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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서가에는 미래전망에 관한 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미래에 관한 관심이 많다는 증거이다.

미래는 인간의 불안이 집결되어 있다. 따라서 미래를 확인하기위한 인간의 노력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21세기가 되어도 사주와 점집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을 볼 때 이것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한 과제라고 보여 진다.

미래가 과거에는 주로 주술적이며 종교적인 무대에서 다루어진 반면 현대로 들어서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접근하면서 보다 합리적인 예측을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미래를 전망하거나 예측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과 경향에 대한 책이며 첫 출판은 2014년에 이미 나왔고 이번에 개정판이 다시 나온 것이다.

담긴 내용은 처음 생각했던 스타일과 많이 달랐다. 인문계열인 나로서는 수치와 객관적 지표를 앞세운 문장들이 그다지 달갑지가 않았다.

또한 철저히 통계학적인 베이스위에 인문의 얼굴을 하고 등장했기 때문에 느슨하게 접근했다가 큰 코를 다친 케이스였다.

책의 구성은 모두 13장으로 되어있고 각 파트별로 다양한 예측방식들을 소개하고 있고 주로 역사적으로 실패한 사건들을 예화로 들면서 예측이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작가는 나름대로 설파하고 있다.

읽는 방식은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어나가면 더 좋겠지만 관심 있는 장을 골라서 먼저 봐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분량이 방대하고 글자가 없는 지면에는 데이터와 그래프가 차지하고 있어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례를 들어가며 상황을 설명하고 있고 나름대로 중간중간 위트있는 문장을 삽입해서 잠시나마 심각한 얼굴에 미소를 베푸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예측에 대한 작가의 경고는 사람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는 한때 음식 사업을 한 적이 있다. 비록 다 말아먹었지만, 당시 나는 수 많은 매체와 떠도는 정보들을 보면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표현대로 데이터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게 내가 듣고자 하는 이야기들이고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만 보게 되었다. 그들 또한 내가 원하는 데이터만 보냈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이해가 얽혀 있을 때는 특정한 편향에 사로잡혀서 그 편향에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도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p728) 그리고 사람은 어떤 대상을 해석할 때 자신이 해석하기 편하거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p606)

또한 저자는 우리가 지금 우리 자신이 깨닫지도 못하는 많은 착각 속에서 살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90%라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은 10%라는 말인데 사람들은 90%와 10%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p144) 그리고 우리는 자기가 한 예측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예측을 바꾸면 당혹스러움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잘못된 예측을 했다고 생각할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면 그 예측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그 예측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p146)라고 강조한다.

불교에서 깨달음에 관한 말로 ‘돈오점수’ 와 ‘돈오돈수’ 가 있다. 이 책은 철저하게 돈오점수 편에 있다. 하루에 생기는 정보의 양은 2.5퀀티리언(250경)바이트씩 이지만 유용한 정보는 많지 않고 대부분 소음일 뿐이라고 한다.(p63) 그러니까 소음에 대한 신호의 비율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와 혹은 확신하고 있는 믿음에 대하여 끊임없이 회의하고 반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책은 오래된 나의 편견을 깨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굳어진 사고방식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래도 주관적인 삶의 방식이 더 편하고 행복한 느낌을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소음과 신호를 분리할 수 있는 방법들과 지표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앞으로 적용해야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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