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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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세계에서 영혼번호 103-683의 심판이 벌어진다.

재판정은 지난 생의 대차대조표를 참조하면서 피고인의 다음 생애를 결정한다.

그런데 지상에서의 가치관과 영혼의 세계에서의 삶의 기준이 다르고 수호천사인 변호사와 냉정한 검사와의 의견차이로 재판은 난항을 거듭한다.

하지만 지상에서의 삭막하고 피폐한 법정과 달리 천상에서의 재판은 유머와 농담으로 가득하다.


'심판'은 인간이 죽은 후에 다시 환생하기까지 과정을 풍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는 삶에 대한 집착을 해체시키는 동양종교 사상에 대한 저자의 관심이 다분이 녹아 있다.

윤회를 통해 반복되는 인생은 시지프스의 신화와 같은 절대절명의 운명이 아니라 평이한 일상이 돌아가듯 대수롭지 않는 사건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때문에 삶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크게 놀라거나 실망할 일도 아니라는 작가의 인생관이 웃음과 해학으로 극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도 다양한 소재를 조합하고 연결시켜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베르나르의 상상력과 탁월한 구성 능력을 엿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숨에 읽어낸 만큼이나 단숨에 써내려간 인상도 들어 다소 성의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이미 익숙해진 베르나르의 서술방식에 따른 권태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거장의 거침없고 유연한 서술 방식과 창의적인 진행은 여전히 그를 위대한 작가의 자리에 머물게 하는 요소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책 소개란에 내용을 스포하는 바람에 반전의 스릴을 앗아가 버렸다는 점이다. 물론 반전에 포인트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독자로 하여금 현장 상황이 죽은 후의 세계라는 것을 나중에 발견하는 것도 좀더 흥미를 유발하는 설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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