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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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이란 단어의 뉘앙스는 별로 달갑지가 않다. 나이트 클럽이나 학창시절 일진회 또는 5공세력의 기반이었던 하나회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의 클럽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 위대한 인물들의 집단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에는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집중되고 있는 사람은 새뮤얼 죤슨이다. 그는 세익스피어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문학세계에서 만큼은 확고부동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기념비적인 업적은 단연 <영어사전>의 편찬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단어목록에 불과했던 사전의 개념을 오늘날 진정한 의미의 사전으로 탄생시켰다.


'더 클럽'은 새뮤얼 죤슨을 중심으로 형성된 친목모임과 이를 배경으로 그의 생애를 다각적으로 그려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이라면 그의 삶의 언행들을 세밀하게 묘사했던 보즈웰이다.

그가 작성한 새뮤얼 죤슨의 일거수 일투족의 기록들이 없었다면 아마 이 책도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보즈웰의 기록들을 중심으로 17,18세기의 유럽 상류층, 그보다는 지식인들의 인간관계 및 일상을 적나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위대한 인물들의 삶을 바로 옆에서 들여다 본다는 느낌이 들게끔 쓰여졌다는 사실이다.

사실 루소나 볼테르같은 역사적 인물들은 단지 학문적인 루트를 통해 습득되었기 때문에 거리감이 있지만 여기서는 일상에서 만나는 친구처럼 현장감을 경험할 수 있다.


아쉬웠던 점은 가끔 이해가 잘 안가는 문장들이 나오는데 이는 문화와 어원에서 나오는 차이를 직역하다보니 생기는 현상으로 보인다.

게다가 소설처럼 이야기가 한가닥으로 몰아가지 않고 산발적이다보니 가독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통독을 하고나면 독자 역시 위대한 지식인 클럽의 한 회원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당시 사회의 분위기나 문화사적인 관점에서도 눈요기할만 장면들이 많이 있어서 관련된 영역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함이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한가지 첨언한다면 이 책은 부르주아적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것처럼 삶의 긴박감이 묻어나지 않는다. 고풍스러운 책장 옆에 와인잔과 함께 놓여진 책을 연상하면 된다. 때문에 치열하게 삶에 매달려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사치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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