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솔로 - 유리의 지평선
라인홀드 메스너 지음, 김희상 옮김, 김동수 감수 / 리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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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면 무엇보다 산꼭대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느끼는 성취감과 고양감을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작가는 이 책 서문에서"등산은 정상보다는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씨름하는 것이다"(P11)라고 선언한다.


이 책은 인간의 삶이 반드시 쾌락의 원칙에 지배받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왜 산에 오르려느냐" 라는 어머니의 질문에 작가는 자연의 경이로운 장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인간 실존에 대한 도전적 정신이 있었다.그는 "인생에 그저 주어지는 의미란 없다. 내 실존의 의미는 내 손으로 스스로 찾아내야만 한다"(p82) 라고 고백한다.


돈이면 무엇이든 해결하는 자본주의 세계에 대한 저항이자 자연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하는 의지가 있었다.그는 삶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끊임없는 도전의 일환으로 산을 정복하고 또 정복했다." 나는 두려움보다 나 자신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 이런 느낌을 누리고자 나는 두려움을 극복할 상황을 계속해서 찾아 다닌다. 이런 생동감을  나는 산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p83)


요즈음 우리 사회에 캠핑 붐이 일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캠핑장들이 지어지고 있고 유튜브 채널에는  캠퍼들이 조회수 달성을 위해 경쟁적으로 영상을 올리고 있다.속세를 벗어나 자연속에서 순수한 정신을 회복하고자하는캠핑의 본질적인 의미는 사라지고 결국 자본주의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책 제목을 《에베레스트 솔로》 라고 한 것은 아마도 에베레스트를 인생에 비유할 때 인간은 날 때도 혼자왔듯이 갈때도 혼자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작가는 ' 산을 오를 때는 함께가야  한사람이 쓰러지면 다른 사람이 도울 수 있다'는  등반가들의 이야기를 부정 하면서 자신의 문제로 다른 사람의 등반을 좌절시키는 것은 큰 민폐라고 단정짓는다.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결국 에베레스트를 홀로 등반할 계획에 불을 지르게 된다.


이야기는 시간순서를 따라 진행된다. 앞부분은 에베레스트에 단독등반을 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짤막한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뒤를 이어 작가의 본격적인 어드벤쳐가 펼쳐진다.산과의 고된 씨름 이야기라 다소 지루감도 있지 않을까 염려했었는데 기우였다. 가독성도 있고 곳곳의 장면들이 영화처럼 시간을 흡입했다.


이 책은 올 여름 지리한 장마와 무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릴 비장의 이야기를 담고있다.작가와 함께 광활한 설원과 반짝이는 빙하를 향해 걸어보기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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