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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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동은 지금 상황을 벗어난다는 차원에서 현실도피다. 상상하는 것도 역시 현재를 잊는다는 면에서 탈출의 상징을 갖는다.<기린의 타자기>의 중심소재는 상상과 순간이동이다.타자기는 그러한 가상의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을 떠나 한국 여성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정서적 한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서 페미니즘적인 경향을 띤다.옛 격언에 여자가 시집을 가면 벙어리 3년 귀머어리 3년이라는 말이 있다.서영의 딸 지하 역시 언어 청각 장애인으로 등장한다.


소설에 나오는 시댁의 지하실은 전통적 여성의 억압된 심리와 자폐적 세계를 상징한다. 여성들은 그곳에서 갖가지 상상을 통해 탈출을 시도한다. 순간이동은 이때 즐겨쓰는 유용한 도구이다


이소설은 영화 '쇼쌩크 탈출' 과 '기생충' 그리고 '인셉션' 을 소환 시킨다.

성경책 속의 지하의 소설은 ' 쇼쌩크 탈출' 에서 성경책 속을 파고 숨겨두었던 갈쿠리 달린 망치였고 '기생충'의 지하실의 풍경은 서영이 갇혔던 지하실과 유사하다. 그리고 꿈속의 꿈이 등장하는 '인셉션'과 소설속에 소설이 나타나는  '기린의 타자기'는 초월적 공간을 공통적으로 경험시킨다.


소설은 상상이 현실을 이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상상이 조금 앞서가면서 마치 돌림노래 부르듯 시간차를 두고 뒤쫓다 중반으로가면서 서로 근접해간다. 그러다가 뒷부분 '랑데부' 장에서 합류한다.소설은 상상과 현실이 매우 비슷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방심하다가는 이야기가 섞이게 된다 물론 글자모양을 달리하여 구분을 하고 있지만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참신한 전개방식과 더불어 감동도 있다. 장마철 빗소리도 잊은 채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갈 매력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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