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인원 - 끝없는 진화를 향한 인간의 욕심, 그 종착지는 소멸이다
니컬러스 머니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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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것은 '이기적 유전자' 의 작가 리처드 도킨스의 이름 때문이었다. 

그는 추천 글에서 "나에게 엄청난 깨달음을 던져준 책이다" 라고 했다. 오래전에 '이기적 유전자' 를 읽으면서 놀라움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이 책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디킨스에게 깨달음을 준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사실 초반부에서는 생물학적 배경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해면동물의 골격이 탄성 단백질 섬유 그리고 이산화 규소와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진 뻣뻣한 골편으로 구성된다는 등의 이야기를 통과해나가는데  엄청난 깨달음이 아니라 엄청난 고통을 유발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배경과 그 위치 그리고 위대한역할(?) 을 설명하기위한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작가가 생태학자이며 환경주의자라는 사실은 굳이 분석 할 필요도 없이 처음부터 드러난다. 

나는  인간의 우월적인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 중에 하나이기에 다른 종의 생명에게 인간과 대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견해들에 대해서는 불편한 느낌이 드는 편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렇게 큰 저항감은 없었는데 거기에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를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작가는 발생편에서 "동물계통수의 뿌리쪽으로 다가갈수록 인간의 친족과 버섯의 조상사이에 그리 큰 차이점이 없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인간의 주관적 시점이 자연이라는 객관적시점으로 옮겨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은 아마도 작가가 독자들에게 어떤 의도를 심기 위한 장치라고 보여지는데 그것은  인간은 지배자가 아니고 자연이 인간에게 탁월한 지적 능력을 준 것은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구을 잘 관리하고 책임을 지라는 뜻인것 같다.


아마 디킨스도 이런 의미와 관련된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적」 유전자가 단지 모든 생명체가 살아남기위해 벌이는 생존전략에만 초점을 맞춘거라면 「이기적 유인원」 은 인간의  이기성에는 다른 종과 달리  타고난 파괴본능이 있다는 사실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문제를 다루는 장에서도 작가는 인류가 동아프리카 지구대에서 뛰쳐나온 순간부터 기후을 파괴하려는 본성이 새겨졌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작가는 마지막장 '우아함'에서 작가 스크랜튼이 이야기한 "인류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왕 멸망해가고있다면 우아하게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가멤논」에서 " 명예로운 죽음은 인간에게 우아함을 안겨준다" 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우아함이라는 표현은 인간문명의 종말을 받아들이는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고 부언한다.


그리고 그 우아함의 한 모습으로서 "하늘이 무너지기 전까지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물이 풍부한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고통받는 다른 존재에게 더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해나가면 이 모든 것이 기대보다 오랫동안 지속될지 누가 알겠느냐?" 라고 작은 희망을 던지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책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담고있는 내용은 방대하다. 생물학적인 미시세계의 메커니즘과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안목까지 독자는 작가의 놀라운 지적 세계를 탐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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