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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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세상에서 유일하지 않다. 다카시로 아키코라는 여자의 복제품이기 때문이다. 루이뷔통의 복제품이 헐값에 팔리는 것처럼 아무리 귀중한 문서라도 복사물은 가치 없이 파기되는 것처럼 위조화폐가 통용될 수 없는 것처럼 나란 존재도 이렇다 할 가치가 없지 않을까' (p448-449)이것은 마리코가 자기의 분신 후타바를 만나기 위해 신치토세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다.

이 소설에서 복제란 뜻으로 클론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예전에 컴퓨터 자료나 프로그램을 불법복제 할 때 사용하던 도구 이름이었다. 고가의 cd를 거의 완벽하게 똑같이 복사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당시 유저사이에 큰 인기가 있었다. 주인공인 두 인물도 클론이었다.

「분신」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과 고뇌를 복제로 태어난 동일한 두 인물인 마리코와 후타바가 서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함께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과학의 발달은 삶을 윤택하게도 하지만 인간의 욕망의 도구로 쓰여지게 되면서 결국 인간을 해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복사본이 원본과 완전히 동일하다면 무슨 차이가 있을까. 단지 인식과 관점의 차이라면 무시해도 되지 않을까 루이뷔통과 100%동일한 물건이 있다면 실용적인 면에 있어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왜 그 가치를 동일하게 인정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과 똑 같은 인간이지만 출처가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달리 취급받아야 하는가복제인간의 문제는 앞으로 현실화 될지 모르는 인류의 미래에 불안한 질문들을 던진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마리코의 장면과 후타바의 장면이 번갈아가며 펼쳐지는데 처음에는 각각의 장면이 전혀 다른 배경과 인물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른 두개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처럼 보이나 차차 한쪽에서의 미스터리가 다른 쪽에서 풀리는 방식으로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된다. 스릴러 장르가 그러듯이 이 소설도 몰입도가 있어서 책을 받아 읽기 시작해서 다음날 완독했다.이틀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계에 푹 빠져 지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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