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시고기가 2000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게 되었다.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때에 부모와 자식의 사랑도 진하고 감격스러운 이야기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엄마의 전유물이란 통념을 깨고 부성 또한 모성 못지 않은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당시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만한  충분한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을 겸비하고 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나면서 비슷한 소재와 익숙한 전개과정을 경험한 독자들에게는  더 이상 감동을 줄 수가 없게 되었고 이에 따라 저자는  이번에  새로 개정증보판을 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전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개정하면서 배경이나 언어구사 면에 있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꾸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문장들도 수려하고 상황이나 분위기 그리고 심리적인 배경들을  시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읽는데 더 많은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특히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계를 섬세한 필체로 그려내고 있는데 독자들은 곳곳에서 투명한 동심의 세계를 적나란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된다.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작가의 노력과 정성이 외형적인 시대변화는 따라잡았지만  구조적인 변화까지 녹여내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점은 작가로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과거 부모가 자식에 대해 일방적으로 헌신했던  정서가 이제는  '내가 살아야 자식도 산다' 라는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그것이 마치 신시대에 갖어야 할 덕목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변화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보편적인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고 생각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요즈음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사무적이고 거리는 강물처럼 멀어져만 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40대 이후의 독자들과 10대 20대 독자들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어떻든 간에 이 감동적인 소설은 서원해져가는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중년에게는 자식사랑에 대한 향수를 그리고 젊은이들에게는 부모에 대한 헌신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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