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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새앵님, 안녕하세요오? - 제1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ㅣ 비룡소 문학상
안유선 지음, 신민재 그림 / 비룡소 / 2022년 7월
평점 :
선새앵님, 안녕하세요?
안유선 글
신민재 그림
비룡소
2022년 7월 8일
76쪽
11,000원
분류 - 저학년 창작동화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이 책을 만나고나서 아이들과 내가 가장 먼저 든 기분이다. 테이프가 주욱 늘러진 것마냥, 선생님에게 인사를 건넨다. 어떤 목소리일지 각자 상상해본다.
그래, 책 읽기 전에 표지부터 살펴봐야지. 표지에는 봉지를 든 아주머니 한분과 요상한 춤을 추고 있는 흥 많은 아저씨, 흐느적 거리는 것 같은 고양이와 토끼가 있다. 아하, 달팽이가 나오는 구먼, 이 녀석이 이 책의 주인공인가 보다. 달팽이가 선생니께 건네는 말이었구나. 달팽이는 행동만 느린 줄 알았더니, 말도 느리게 하는 구나.
재미난 발상이 아이들과 나를 웃게 만들었다.
잠자리 책으로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책 첫 장을 펼친 다음, 작은 아이를 챙겨주고 있는데 곁에서 눈여겨 보던 큰 아이가 한 마디 했다.
˝엄마, 이 책에 나오는 선생님은 클립을 먹는데?!˝
˝뭐라고? 선생님이 왜 클립을 먹어?˝
큰 아이의 말과 함께 우리는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의 컨셉은 학교 담임 선생님의 학부모 상담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금지철 선생님, 큰 아이의 말마따나 클립을 오독 씹어 먹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에는 5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1 느려터져서 속터지는 창수 (엄마 상담)
창수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 아니나 다를까. 창수엄마도 엄청 느리다. 상담시간은 2시인데, 아직도 소식이 없다. 기분이 나쁠 때마다 씹어먹는 클립을 먹으며 창수엄마를 기다린다. 드디어 온 창수 엄마, 금지철 선생님은 창수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고 아이 행동 교정을 요구하는 상담을 하지만, 창수 엄마 왈, ˝우리 집에서 ... 제에일 날쌔고 빠아른 애가 학교는 저얼대 빠지지 않아요.˝라는데...
2 신발장 밑 먼지 구덩이 같은 은호 (할머니 상담)
친구 물건을 훔쳤다는 상담을 한다. 하지만 할머니의 대답은 엉뚱하기만 하다. 친구 물건을 훔친 것은 은호가 아니라, 구멍꿀꺽이란다. 웃음이 사라진 교실에 생기는 요상한 구멍은 깔깔깔 시끄러운 교실에는 없고, 쥐죽은 듯 조용하고 한숨 소리만 그득한 교실엔 하지씩 있다는데...
3 버릇 없는 낯선 방문자들
갑자기 교실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검은 고양이와 갈색 토끼다. 정우와 친구들을 왜 운동장에 나오지 못하게 했냐고 다짜고짜 따지는 것이 아닌가.
4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채윤
심각하게 거짓말을 자주 한다는 채윤이. 바다를 분홍색이라 하지를 않나. 자기가 어느 섬의 공주라 하지를 않나.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 곤란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채윤이 아빠는 태평이다.
5 김빵점과 닭대가리의 방문
매일 빵점만 받던 첫제자의 방문이다. 금지철 선생님이 첫 담임을 맡았던 3학년 5반의 빵점 대장 김빵점.
선생님의 20년 전 풋풋했던 교사시절,
빵점이라고 아이들이 놀릴 때, 감싸주었던 선생님, 김빵점을 김빵집이라고 별명을 바꿔주셨던 선생님. 선생님은 별명을 바꿔준게 아니라, 아이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꿈을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빵점이와 같이 온 닭은 닭대가리라고 놀림받던 진희였다. 진희는 계속 닭대가리라고 놀림을 받다가 진짜 닭이 되었다.
선생님에게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선생님이 된지 20년즈음 세월이 지나면, 아이들이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먼지구덩이 은호, 느려터진 창수, 괴물딱지 채윤, 호랑말코 정우
선생님은 상담을 시작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쇠붙이를 먹어댄다. 선생님이 먹은 쇠붙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몸을 무겁게 만들고, 생각의 유연함을 없애버리는 고리타분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뜻한 것은 아닐지...
그것은 선생님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일 것이다.
특히 느린 아이에 대한 이해력 부족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1편 창수네 이야기는 속도의 차이를 인정해주고 때가 되면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채윤이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 같아서 좀 슬프기도 했다. 상상력을 가둬버리는 이야기로,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파괴하는 것을 보여준다. 발칙한 상상은 보물 같은 상상이 된다. 아이들이 자라면 상상은 하지 않는다. 아니, 상상을 할 수 없게 된다. 거짓말이라 치부하지 말고, 아이들이 상상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클립을 오독오독 씹어먹고, 쇠막대자도 으드득 깨물어 먹고, 가위 까지 잘근잘근 씹어먹는 이상한 선생님.
어디가 현실인지, 어디가 환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같은 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분명 자기들 이야기같아서 공감하며 읽을 것이다. 끝없는 상상력과 호기심은 어린이들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우리도 그런 어린 시절을 거치지 않았는가. 행복한 어린이가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말자.
해당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