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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치킨쇼 - 2022년 제28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일공일삼 106
이희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비룡소 / 2023년 1월
평점 :
천하제일 치킨쇼
(일공일삼 - 106)
이희정 글
김무연 그림
비룡소
2023년 1월 6일
176쪽
12,000원
분류 - 초등중학년 창작동화/ 초등고학년 창작동화
생각해보면 우리의 꿈은 참으로 다양했다. 선생님,선생님에서도 종류가 다양했다. 유치원 선생님, 학교선생님, 교수. 병아리감별사, 검사, 판사, 의사, 곤충학자, 천문학자, 치킨집 사장님, 엄마(?)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꿈들을 꾸었다. 내 경우엔 특별한 꿈이 두 가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세어나온다. 내 첫번째 꿈은 문구점 주인이었다. 이 꿈을 가졌을 때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1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학용품, 문구류를 그 때부터 좋아했나보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이었을까? 두번째 꿈이 생겼다. 새로 생긴 두번째 꿈은 순창고추장집 며느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엉뚱한지...... 매운 맛을 워낙 좋아하던 터라, 고추장이 그렇게 맛있었다. 고추장의 매운맛에 사로 잡혀 있던 나는 맛있는 고추장의 비법이 궁금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어느 순간부터 인지 이런 엉뚱한 꿈을 꾸는게 거부당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 아무래도, 뭐니뭐니해도 ˝money˝ 때문인 듯하다. 돈이 되는 것, 이 돈이 되는 것이 행복과 성공인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은 책을 읽기보다 문제집을 풀고 노란 봉고차에 실려 학원을 다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두 주인공의 입장에서 쓰였다. 초등 1학년 여자아이 염유이, 천하제일 치킨쇼에 참가한 일공일호(암탉)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두 인물의 이야기가 한 챕터에 공존한다. 처음은 염유이의 이야기에서 챕터의 중간부터는 일공일호의 서바이벌 치킨쇼이야기로 챕터가 마무리 된다.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지만 행복한 아이 유이. 유이는 맛있는 치킨을 세상에서 제일 많이 먹어본 치킨왕이 되고 싶은 아이이다. 유이는 천하제일 치킨쇼에 어떻게 참가할 수 있었을까?
일공일호는 삭막한 양계장에 살고 있던 암탉.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절대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가온 천하제일 치킨쇼라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일공일호는 과연 이 대회의 승자가 되어 황금닭이 될 수 있을까?
<천하제일 치킨쇼>, 이 책은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옳고, 생각도 많고 깊고, 언제나 할 말이 있는 일공일호. 그녀가 옳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이미 처음부터 이 대회의 우승자는 결판난 것이 아닌가?
정말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옛날엔 정해진 루틴으로 가는 사람들이 성공을 했다. 엘리트교육 등등도 전보다 영광의 빛이 줄어든 것만 같다. 이젠 모두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은 점차 좁아진다. 알려주는 대로 가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든다. 성공의 문틈이 바늘귀와 같이 좁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 높은 성공엔 보이지 않는 유리막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그래서 조금이라도 열린 길로 우회해야 그나마 성공에 다다를 수 있다. 신기하게도 유이와 같이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가진 사람, 불가능할 것 같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하고 있다. 억만금을 번다는 유튜버도 그렇게 시작된 것일 것이다. 누구나 성공의 척도라 말하는 ˝돈˝에 대해 자유를 가진 사람, 소위 성공하는 사람들이 틈새 시장에서 싹이 튼다.
아이들에게 부과 되는 부담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어디에서 성공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우리 모두를 그렇게 만든다. 다 잘해놔야 언젠가 우연같이 다가올, 다가올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받아 적었더니 노트에 2장이 빼곡히 넘었다. 어린이판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랄까? 공부 잘 하는 건우보다, 공부를 지지리도 못하지만 나름의 인생철학이 있는 유이가 더 행복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 것 같은 건 왜일까?
아이가 싫어하지만 참고 해야하는 것, 엄마로서 싫어도 참고해야하는 것에 마음을 비춰보고자 한다. 아이에게만 하기 싫은 것을 참고 하라고 밀어붙이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겠다.
p143
˝뭘 그렇게 동동거리고 살아. 누워. 누워버리면 편해. 오늘이 어제인지, 내일이 오늘인지 모를만큼.˝
제자리 걸음을 걷는 일공일호를 보며 탁한 눈빛의 닭이 말했어요.
˝끈적한 모래는 다리힘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지. 멀리 뛰는 것만 좋은게 아니야.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이렇게 체력을 기르면 더 멀리, 더 오래 갈 수 있을거야. 주인공은 역경속에서 더욱 빛나는 법이니까.˝
일공일호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어요.
p145
˝넌 어떻게 매일 기운이 넘치지? 그래봤자 후진 닭장 속에 갇혀 살다 죽을텐데.˝
˝꿈꾸는 삶은 결코 후지지 않지. 삶은 생각하는 쪽으로 스며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