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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의 인사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8
김서령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정의 인사-폴앤니나소설시리즈8
김서령 글
폴앤니나
2021년11월26일
144쪽
13,000원
분류-한국장편소설
이 책의 주인공은 한수정이다. 29살의 여자 한수정.
책의 제목은 수정의 인사다. 이번생에는 미처 인사하고 가지 못한 황당한 죽음을 맞게 된 여인.
그래서 작가님은 수정의 인사라고 지으셨다했다.
수정은 부산사람으로 연정이라는 도시에 직업을 가지게 된 은행직원이었다. 3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은행으로 수정을 찾아오는 고객, 은행주변 시장의 떡볶이집 사장은 수정을 어지간히 좋아했나보다.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은행을 옮긴다는 둥, 온 마을에 소문이 날 정도로 그 남자의 마음은 모든 사람이 알았다.
우연찮은 몇번의 마주침으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수정은 일부러 떡볶이 사장이 들으라고 소개팅을 하겠다는 말을 한다. 그러고 얼마지나지 않아, 수정의 집까지 찾아온 사장의 망치로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수정이 다니는 은행주변에는 떡볶이집 사장이 수정을 스토킹한다. 첨엔 스토킹이 아니라, 단순 수정이 소개팅을 한다는 말에서 화가 나 우발적으로 저지를 범죄라는 생각을 했다. 우연한 만남도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정의 동생이 놀러왔던 날, 그날 처음으로 입밖으로 "미친놈"이라고 내뱉었다. 사람을 나쁘게 말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한수정은 양심상 끝까지 밖으로 표현하진 않았다......그랬다. 떡볶이집 사장은 1층이었던 수정의 집을 항상 주시해왔고,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P111
"나는 딸이 둘이나 더 있어. 너는 없지? 너는 아들이지? 좋겠다. 아들이라 무서운게 없겠구나. 나는 하나라도 더 잃을까봐 무서워서 잠도 못 잔다, 이 씨발놈아."
엄마의 절규에서 여자로서 항상 위험에 도사린 삶을 살고 있는 것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이면서도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 억지로 합의해줘야 하는 두딸의 엄마.
판결문이 어이없었다. 분명 사건을 극도로 몰고가려고 하는 장치이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12번이고 했다.
사람을 죽이고도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이 끝인 이 허무하고 어이없는 판결.
이 책은 아주 쉽게 술술 읽혔다. 수정의 나래이션처럼 이야기는 수정의 이야기로, 수정의 입으로 전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과거와 현재가 자꾸 겹친다.
-남자 없이 세 자매가 살았던 과거의 나
나를 따라다닌 남자로 하여금 죽임을 당하진 않았지만, 직, 간접적으로 범죄를 겪었다. 특히 관찰에 관한 것인데, 1층 집 화장실 창문이 열린다거나, 화장실에 가면 꼭 옆칸을 확인한다. 도서관 화장실에서 쑥 들어온 도촬 때문이다. 분명 여자화장 실인데, 남자가 옆칸에 들어앉아 그렇게 용변을 보는 여인네들의 모습을 담으면서 지 욕정을 채우는 미친놈때문에 그랬다. 그래서 나는 사람 눈이 너무 무섭다. 그렇게 겪은 일은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되었고, 수정의 엄마처럼 걱정을 하고 살았다. 그나마 참 다행스러운 것 몇 없는 나의 연애대상자들이 해코지 하지 않는 정상인이었다는 것에서 감사아닌 감사를 한다. 그리고 내가 그만큼 매력적인 여성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는 바이다.
-아들만 둘 낳은 엄마의 나
아들이 6살때의 일이다. 6살 동갑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우리 아이를 껴안고, 구석에 데려가 뽀뽀를 하고 스킨십을 퍼붓고, 잘 해주려하는 아이였다. 그런 나쁜 의도인지 알았다면 나는 분명 말렸을 것이다. 6살이 그렇게 계산적이고 영악할 줄은 몰랐다. 나는 그 아이가 진심으로 우리 아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게 만들기 위해 아이를 조련하고 있던 거였다. 우리 아이가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고, 할말을 하자, 힘쎈 남자아이를 시켜 우리아이를 무참히 짓밟았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우리아이와 놀지못하게 먹을 것으로 유인했다. 그러고 우리아이만의 새드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던 그 사건은 ,그 여자아이가 자신이 이용한 그 힘쎈 남자아이에게 성추행을 당하면서 어린이집이 발칵 뒤집어지며 마무리되었다. 여자아이가 억울한 상황일까? 아님 자업자득인 상황일까?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석하고 이야기하는 걸테지만, 인간이란 참으로 복잡하고 미묘하고 사악하기도 하며, 아주 조심해야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