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넥스트 라이프를 만들어 가는 12인의 엄마들 이야기
최혜미 외 지음 / 시즌B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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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최혜미 등저
시즌B
2022년 1월20일
248쪽
14,000원
분류-에세이

엄마가 되고 보면 엄마라는 육체만 있을 뿐이지, 원래의 이름으로 불렸던 나는 허상이 되어 사라지고 만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앞가림을 하게 되면 점차 나를 찾아가야 하는데, 빼앗기다시피 했던 이 자유가 갑자기 돌아와도 적응되지 않는다.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 아이를 돌볼 때는 매일 매일이 힘들다고 속으로, 혹은 겉으로 징징대고 불평불만했었는데, 이제 자유가 주어지고 있는데도 거기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 나도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보니, ˝나˝라는 것을 찾아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는 것 같다.
어차피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고, 있을 테지만 전보다는 좀 더 나을 수 있도록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이 책에는 12명의 엄마가 있다. 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엄마라는 이름에 얽매인 어느 운명공동체와도 같았다.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되고, 눈물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넥스트 라이프를 준비한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조금씩 준비하고 있었지만, 더 세부적으로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100키로로 달릴 수 없지만, 헛헛 해질 나의 정신과 마음을 위해 나는 준비한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원래의 나로 돌아간다.

이 책에 나온 엄마들처럼 직업을 가질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을 잘 키우면서 나를 준비해가고 싶다. 올해면 우리 동네에도 시립도서관이 완공된다. 코로나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나면 매일 출근도장을 찍을 생각이다. 책에 파묻혀 한 3년만 지내보고 싶다.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은 어른책이 아니라, 어린이 책이다. 그곳에서 책과 함께 나의 다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나를 찾을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나도 나를 찾아, 아이들도 그런 나를 따라, 좀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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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염장이 -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유재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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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염장이: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유재철 지음
김영사
2022년 2월 10일
288쪽
14,800원
분류-에세이(삶의자세와 지혜)/인문(노년과 죽음)

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나를 9살까지 키워주신 또 다른 나의 엄마다. 그런 할머니는 엄마를 참 못살게 굴었다. 그런 엄마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다. 그냥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사랑하면 되는 거였는데, 나를 낳아준 엄마를 더 사랑했던 나는 나를 길러준 엄마를 멀리했다. 나처럼 수다가 참 많으신 분이었는데,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시던 할아버지를 만나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 할머니 염을 하는 모습은 보질 못하고, 저녁이나 되어서야 장례식장으로 갔다. 마지막 3일장을 치르던 날, 올라오신 장례지도사 분이 계셨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작은 소도시다보니, 더 좁디좁다. 알고보니, 집안 당숙과 친구이신 분이었다. 고인을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을 보고, 참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입관하고 산 아래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었을때, 장례지도사님과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누구보다 이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분이라, 시신을 만지는 게 무섭기는 했지만, 그 분을 색안경의 눈으로 보지 않았다.

이 책은 대통령의 염장이라고 지칭된 수필이다. 많고 많은 죽음을 목도하신 분으로 그것을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낀 것을 글로 담으셨다. 소설보다 감동적이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너무도 사실적이여서 공포를 자아내기도 해서 빨리 넘겨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듯 사실적으로 진중하게 한글자 한글자 남기신 글이었다.
책은 전체 2부로 이루어져있다.
1부는 수천가지 죽음의 얼굴

2부는 웰다잉 안내자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두가지다. 첫번째 부분은 차례앞의 들어가는 말인 황토색 바탕의 글귀 들이다. 두번째는 분홍한복을 입고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준비하셨던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이제 나도 중년이다 보니, 몸이 점점 고장이 나고 아파온다. 골반은 뒤틀렸고, 허리도 아프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원래대로 잘 회복되지도 않는다. 그럴 때면 불현듯 나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생각은 부정적인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게 해주는 것 같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 잘 살아내야 잘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내 장례식에는 남들 하는대로 하는 형식적인 장례가 아니라,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달라거나, 엄마가 좋아했던 책을 한 권 같이 넣어달라고 하고 싶다.

30여년의 시간은 길고도 긴 시간이다. 그리고 몇 천 사람을 만났다면 그것이 산 사람이건, 죽은 사람이건, 그 관계에서만큼은 베태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대한 민국 최고의 장례지도사님일지도 모르는 분이 쓰신 책이다. 대한민국 전통장례명장 1호시기 때문이다.
이 작가님의 그릇은 너무도 크고, 그 경건한 마음은 흘러 넘친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염장이라는 제목으로는 딱 잘라 지칭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출판사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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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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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은둔의 역사: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번역
더퀘스트
2022년 2월 8일
328쪽
17,500원
분류-역사(역사와 문화 교양서)

자유를 빼앗겼다가 이제서야 조금 자유라는 것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끼리 노는 시간이 생기면서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 뒤치닥거리하거나, 무료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는게 전부였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이라는 부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그래, 나는 내 자유시간을 알차게 보내야만 해. 그래야 후회가 없는 것이여. 결국은 혼자가 될 이 삶을 사랑하기에는 나도 연습이 필요했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장 혼자 있는 시간을 생각한 사람들
1장 고독, 나 그대와 거닐리 ‘산책‘에 관하여 고독
산책은 가난한 빈민층에게는 어쩔 수 없는 행위였다. 하지만 그것의 힘을 알게된 중산층이상의 사람들이 운송수단에서 내려와 걷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는 신분과 성별의 변화와 함께 지금의 산책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2장 19세기 나 홀로 집에 ‘여가활동‘에 관하여
여가 활동부분에 독서가 있어서 신기했다. 나 역시도 독서라는 것을 여가시간으로 삼게 되었는데, 그것은 낭독과 묵독으로 모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몇 백년 앞선 조상님들도 독서모임을 했다니 아주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다.
3장 기도, 수도원, 감옥 ‘독방‘에 관하여
종교와 감옥의 독방에 대한 이야기다. 이 시간들은 자의적 고독이라기보다는 타의적인 고독이다. 고독은 스스로 가질 때 진정한 고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독방이라는 무시무시한 곳에서 사람들이 미쳐나가고, 죽어나간 사실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천사같은 수도원 아래의 지하실에는 소리없이 죽어가던 죄없는 소녀들이 있었다.
4장 20세기 혼자와 오락 ‘취미‘에 관하여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좀더 다양한 혼자만의 시간보내기가 생긴다. 십자말 풀이, 직소퍼즐, 낚시와 수집, 영화 보기 등이 등장하는데, 좀더 다양하면서도 자의적으로 고독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5장 영적인 희생 ‘회복‘에 관하여
자연탐험과 다시 부흥된 수도원으로 통해서 자발적인 고독을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6장 어느 전염병의 귀환 ‘외로움‘에 관하여
외로움이란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명명하기에 불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잠깐의 외로움은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적 외로움은 선택지가 정해져있을때, 가까운 시기에 도피할 여유가 없을 때 생겨난다.
7장 디지털시대의 고독 ‘당신‘에 관하여
한 문장이 와닿았다. 디지털 소통으로 인해 고독과 집단의 적절한 조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세상은 이용자를 진정한 고독에도, 충만한 인간관계에도 어딘가에도 속하지 않는 영역에 가두고 만다.

이 책은 1장인 18세기부터 7장인 21세기까지에 걸쳐 고독과 혼자있는 시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혼자만의 시간은 자의일 때도 있었고, 타의일 때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적절한 인간관계와 함께 혼자있는 시간이 균형을 갖추고 있어야 건강한 삶이라고 전제한다. 고독에도 그 시사에 맞는 역사적인 흐름이 있었다.

고독은 언제나 찾아오고,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고독을 나쁘다고 결정지어서는 안된다. 현실 관계와 고독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성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고독을 보내는 시간만큼은 자의적 의지로 보내야 한다.

이따금 찾아오는 고독을 행복하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그때 나는 내가 아끼는 책을 읽고,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 홀짝이며,
나만의 혼자가 된 시간을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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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친구 부자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134
조성자 지음, 박현주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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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친구 부자
-좋은책어린이 저학년문고 134
조성자 글
박현주 그림
좋은책어린이
2022년 2월 3일
68쪽
11,000원
분류-어린이 창작동화(저학년/중학년 창작동화)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꿈인 아줌마입니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책에 대한 매력도 몰랐죠. 하지만 세상에 재미있고, 훌륭한 책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책벌레가 되어보는 것이 꿈입니다. 우리 큰아들한테도 꿈을 물었더니, 아주 추상적인 답으로 돌아왔어요. ˝편한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하네요.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겠죠? 우리 작은 아들한테도 물어보았습니다. 작은 아들은 파워레인저 00포스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엉뚱하게도 엄마가 자신을 지켜줘야 한다네요. ㅎㅎ이렇듯 우리는 많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고 싶어해요. 장래희망에만 국한 되지 않는 멋진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책 이야기로 빠져볼까요?

내 이름은 최얼이라고 해. 내 짝꿍은 전학온 친구 기혁이야. 기혁이는 수학 천재야. 수학을 잘하는 기혁이가 정말 부러워. 수학 단원평가 시간에 잘 안풀리는 문제가 있었어. 문득 수학을 잘하는 기혁이를 잠깐동안 쳐다보게 되었는데, 그 모습을 본 성완이가 나보고 컨닝을 했다고 그랬어. 시험지를 훔쳐봤다는 오해를 받아서 난처한 중이었는데, 짝꿍 기혁이가 ˝얼이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내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겠어? 기혁이가 정말 고마웠어.
내 꿈은 친구부자야. 특히 하지? 어떤 직업을 가지냐는 꿈보다 난 친구가 많은 사람이고 싶어. 그런 일이 있고부터는 이제 기혁이하고는 좀 친해진 것 같아. 그런데, 사사껀껀 성완이랑 투닥거리게 되고,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소라는 아토피라는 것 때문에 기혁이에게 관심을 보이더니, 서로 친해진거 있지? 내가 2년 동안 짝사랑해온 여자아이인데...ㅜㅜ 내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토피로 고생하는 기혁이를 보니, 어릴적 내모습이 생각났다. 나는 아주 어릴 적, 태어나서부터 태열을 앓았다고 했다. 엄마말론 걸어다닐 즈음부터는 태열증세가 발에 집중적으로 심했다고 했다. 20살이 넘어서도 낫지 않던 아토피가 결혼과 출산으로 나았다. 사실 비염이라는 증후로 바뀐 거긴 하지만, 앓고있는 내가 봐도 혐오스러운 피부의 변색, 변형이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토피 상처부위를 만지며 도망가는 짓궃은 남자아이들도 있었는데, 참 속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친구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 보여준다. 그것은 솔직한 것이다. 거짓으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물론 예의바르지 못한 행동은 친구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으니, 다른 이를 생채기 나지 않게 솔직한 것이 핵심일 것이다. 기쁨, 슬픔, 화냄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 아닐까? 어른이 되고보니, 그런 감정들을 숨겨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 힘든 것이 아닐까.

요즘 코로나로 아이들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드는 것 같다. 학교생활의 묘미는 사실 다양한 군상 속의 단짝을 찾아가는 사회성이 핵심일터인데, 깊이 있는 대화는 커녕 같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지 말지 매일매일 변덕스럽게 바뀌고 있다. 아무쪼록 올해는 친구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친구들과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쌓게 되길 기대해본다.

올해 3학년 올라가는 큰 아들도 재미있다고 꾸준히 즐겨보는 좋은 책 어린이 저학년문고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대박, 조성자 작가님의 책은 원래부터 좋아했고, 박현주 작가님의 그림으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어 책이 더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초등 저학년, 초등 중학년 어린이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한다.

이 글은 좋은책어린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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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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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문학동네 청소년-57)
(제12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문학동네
2022년 2월 7일
255쪽
12,500원
분류-청소년문학(장편소설)

어느 공원즈음으로 보이는 계단 끝에 오르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하늘에는 따스한 햇살 한 줌 비치고 있다. 푸르른 나무들 사이에 흐릿해보이는 도시의 풍경들이 보이는 듯하다. 이곳에 올라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훌훌‘의 뜻을 찾는다. 눈에 보이는 건 국어사전의 뜻이다.
1 날짐승 따위가 잇따라 날개를 치며 가볍게 나는 모양.
2 눈, 종이, 털 따위가 가볍게 날리는 모양.
3 가볍게 날듯이 뛰거나 움직이는 모양.
조금더 아래로 가보니, 영어사전에
1(지난 일을 잊어버지는 모양)
2(웃 등을 벗는 모양)
이라고 되어 있다. 여튼 이 책은 뭔가가 시원하게 벗어던져서 가볍게 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시원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 나는 딱 3번의 눈물을 흘렸다.

대학만 가면 이 집을 떠날거라고 마음 먹은 18세 소녀가 있다. 이름은 서유리. 서유리의 가족은 아주 복잡하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할아버지도 엄밀히 따지자면 유리의 할아버지가 아니다. 할아버지지만 할아버지가 아닌 사람과 10년 이상을 함께 살았다. 엄마인 ˝서정희˝씨는 유리를 할아버지에게 버렸다. 그리고 유리가 8살이 되던 해부터 다시는 유리를 찾지 않았다. 그때 ˝서정희˝씨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전, ˝서정희씨˝의 죽음으로 이들의 운명은 큰 변화를 가져온다. 엄마인 ˝서정희˝씨에게 학대를 받은 연우가 유리의 집으로 오게 되었다. 연우는 ˝서정희˝씨를 죽인 아이일지도 몰랐다. 할아버지까지 이상하다. 한 번씩 여행을 갔다온다는 할아버지는 몸에서 병원 냄새가 난다. 얼마전부터는 혈색도 안좋을뿐더러, 할아버지의 머리카락 마저 후두둑 빠지는 것이 보인다. 변기를 잡고 토를 하는 할아버지. 그래, 괜찮다. 이제 스무살이 되려면 딱 2년만 참으면 된다. 대학을 가면 이 지긋지긋한 집도 끝이다. 새출발을 할거다. 엄마에게 버림 받은 ˝서유리˝, 엄마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서연우˝, 그런 서정희라는 딸을 잃은 ˝할아버지˝. 이 셋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현실과 동떨어졌지만, 현실과 가까운 이상한 소설을 만났다. 유리는 입양아지만, 공부도 잘하고 외톨이도 아니고, 게다가 자기 분수도 안다. 친구 미희와 주봉이 있고, 자신과 같은 입양아인 세윤이도 있다. 멀쩡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유리와 세윤이 더 완벽해보이기 까지 하다.
입양을 다룬 이 책은 어려운 소재를 아주 감동적으로 썼다. 따스한 환경만 된다면 입양아들도 오히려 안타까운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자기 배로 낳은 자식을 오히려 아동 학대를 하고, 주워 기른 자식이 잘 자란다. 몹쓸 부모였던 서정희 역시도 불쌍한 사람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와 딸을 잃고 그 충격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인물이다. 게다가 ˝서정희˝라는 여인의 부재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변화가 찾아왔다. 오히려 가족다운 모습으로 변한 이 세 명의 모습에서 안도감과 뿌듯함이 일렁였다.

책을 읽을 때, 온갖 감정들이 불쑥 튀어나와 감정의 홍수를 이루었는데, 막상 글로 적으려니 정리가 안된다. 책을 읽기 전에 책의 표지에 있는 이 책의 심사평을 꼼꼼히 읽어보자. 아마 무슨 의미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난 뒤 다시 심사평을 하나하나 곱씹어 읽어보자. 심사평이 말한 의미가 무엇인지, 심사위원들이 그렇게 평할 수 밖에 없었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난 세 번의 눈물과 함께, 세 번을 끊어 읽었다. 펑펑 울고났더니, 카타르시스가 제대로 왔다. 그리고 단편 드라마나 독립 영화 같은 매체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지도 생각해보았다.

할아버지가 개인택시 운전사여서 다행이다. 주인공이 힘들지만, 죽을 정도로 밀어부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겨낼 만큼만 힘들게 해줘서 감사하다. 무뚝뚝하지만 그것이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고 단단할 것 같았던 피식 웃는 할아버지와 조금은 편안해진 연우와 집을 떠나지 않기로 마음먹은 연우가 한 식탁에서 추어탕을 먹는다. 이 모습에서 내 맘이 ˝훌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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