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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평점 :
훌훌(문학동네 청소년-57)
(제12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문학동네
2022년 2월 7일
255쪽
12,500원
분류-청소년문학(장편소설)
어느 공원즈음으로 보이는 계단 끝에 오르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하늘에는 따스한 햇살 한 줌 비치고 있다. 푸르른 나무들 사이에 흐릿해보이는 도시의 풍경들이 보이는 듯하다. 이곳에 올라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훌훌‘의 뜻을 찾는다. 눈에 보이는 건 국어사전의 뜻이다.
1 날짐승 따위가 잇따라 날개를 치며 가볍게 나는 모양.
2 눈, 종이, 털 따위가 가볍게 날리는 모양.
3 가볍게 날듯이 뛰거나 움직이는 모양.
조금더 아래로 가보니, 영어사전에
1(지난 일을 잊어버지는 모양)
2(웃 등을 벗는 모양)
이라고 되어 있다. 여튼 이 책은 뭔가가 시원하게 벗어던져서 가볍게 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시원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 나는 딱 3번의 눈물을 흘렸다.
대학만 가면 이 집을 떠날거라고 마음 먹은 18세 소녀가 있다. 이름은 서유리. 서유리의 가족은 아주 복잡하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할아버지도 엄밀히 따지자면 유리의 할아버지가 아니다. 할아버지지만 할아버지가 아닌 사람과 10년 이상을 함께 살았다. 엄마인 ˝서정희˝씨는 유리를 할아버지에게 버렸다. 그리고 유리가 8살이 되던 해부터 다시는 유리를 찾지 않았다. 그때 ˝서정희˝씨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전, ˝서정희씨˝의 죽음으로 이들의 운명은 큰 변화를 가져온다. 엄마인 ˝서정희˝씨에게 학대를 받은 연우가 유리의 집으로 오게 되었다. 연우는 ˝서정희˝씨를 죽인 아이일지도 몰랐다. 할아버지까지 이상하다. 한 번씩 여행을 갔다온다는 할아버지는 몸에서 병원 냄새가 난다. 얼마전부터는 혈색도 안좋을뿐더러, 할아버지의 머리카락 마저 후두둑 빠지는 것이 보인다. 변기를 잡고 토를 하는 할아버지. 그래, 괜찮다. 이제 스무살이 되려면 딱 2년만 참으면 된다. 대학을 가면 이 지긋지긋한 집도 끝이다. 새출발을 할거다. 엄마에게 버림 받은 ˝서유리˝, 엄마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서연우˝, 그런 서정희라는 딸을 잃은 ˝할아버지˝. 이 셋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현실과 동떨어졌지만, 현실과 가까운 이상한 소설을 만났다. 유리는 입양아지만, 공부도 잘하고 외톨이도 아니고, 게다가 자기 분수도 안다. 친구 미희와 주봉이 있고, 자신과 같은 입양아인 세윤이도 있다. 멀쩡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유리와 세윤이 더 완벽해보이기 까지 하다.
입양을 다룬 이 책은 어려운 소재를 아주 감동적으로 썼다. 따스한 환경만 된다면 입양아들도 오히려 안타까운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자기 배로 낳은 자식을 오히려 아동 학대를 하고, 주워 기른 자식이 잘 자란다. 몹쓸 부모였던 서정희 역시도 불쌍한 사람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와 딸을 잃고 그 충격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인물이다. 게다가 ˝서정희˝라는 여인의 부재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변화가 찾아왔다. 오히려 가족다운 모습으로 변한 이 세 명의 모습에서 안도감과 뿌듯함이 일렁였다.
책을 읽을 때, 온갖 감정들이 불쑥 튀어나와 감정의 홍수를 이루었는데, 막상 글로 적으려니 정리가 안된다. 책을 읽기 전에 책의 표지에 있는 이 책의 심사평을 꼼꼼히 읽어보자. 아마 무슨 의미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난 뒤 다시 심사평을 하나하나 곱씹어 읽어보자. 심사평이 말한 의미가 무엇인지, 심사위원들이 그렇게 평할 수 밖에 없었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난 세 번의 눈물과 함께, 세 번을 끊어 읽었다. 펑펑 울고났더니, 카타르시스가 제대로 왔다. 그리고 단편 드라마나 독립 영화 같은 매체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지도 생각해보았다.
할아버지가 개인택시 운전사여서 다행이다. 주인공이 힘들지만, 죽을 정도로 밀어부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겨낼 만큼만 힘들게 해줘서 감사하다. 무뚝뚝하지만 그것이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고 단단할 것 같았던 피식 웃는 할아버지와 조금은 편안해진 연우와 집을 떠나지 않기로 마음먹은 연우가 한 식탁에서 추어탕을 먹는다. 이 모습에서 내 맘이 ˝훌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