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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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문학동네 청소년-57)
(제12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문학동네
2022년 2월 7일
255쪽
12,500원
분류-청소년문학(장편소설)

어느 공원즈음으로 보이는 계단 끝에 오르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하늘에는 따스한 햇살 한 줌 비치고 있다. 푸르른 나무들 사이에 흐릿해보이는 도시의 풍경들이 보이는 듯하다. 이곳에 올라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훌훌‘의 뜻을 찾는다. 눈에 보이는 건 국어사전의 뜻이다.
1 날짐승 따위가 잇따라 날개를 치며 가볍게 나는 모양.
2 눈, 종이, 털 따위가 가볍게 날리는 모양.
3 가볍게 날듯이 뛰거나 움직이는 모양.
조금더 아래로 가보니, 영어사전에
1(지난 일을 잊어버지는 모양)
2(웃 등을 벗는 모양)
이라고 되어 있다. 여튼 이 책은 뭔가가 시원하게 벗어던져서 가볍게 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시원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 나는 딱 3번의 눈물을 흘렸다.

대학만 가면 이 집을 떠날거라고 마음 먹은 18세 소녀가 있다. 이름은 서유리. 서유리의 가족은 아주 복잡하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할아버지도 엄밀히 따지자면 유리의 할아버지가 아니다. 할아버지지만 할아버지가 아닌 사람과 10년 이상을 함께 살았다. 엄마인 ˝서정희˝씨는 유리를 할아버지에게 버렸다. 그리고 유리가 8살이 되던 해부터 다시는 유리를 찾지 않았다. 그때 ˝서정희˝씨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전, ˝서정희씨˝의 죽음으로 이들의 운명은 큰 변화를 가져온다. 엄마인 ˝서정희˝씨에게 학대를 받은 연우가 유리의 집으로 오게 되었다. 연우는 ˝서정희˝씨를 죽인 아이일지도 몰랐다. 할아버지까지 이상하다. 한 번씩 여행을 갔다온다는 할아버지는 몸에서 병원 냄새가 난다. 얼마전부터는 혈색도 안좋을뿐더러, 할아버지의 머리카락 마저 후두둑 빠지는 것이 보인다. 변기를 잡고 토를 하는 할아버지. 그래, 괜찮다. 이제 스무살이 되려면 딱 2년만 참으면 된다. 대학을 가면 이 지긋지긋한 집도 끝이다. 새출발을 할거다. 엄마에게 버림 받은 ˝서유리˝, 엄마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서연우˝, 그런 서정희라는 딸을 잃은 ˝할아버지˝. 이 셋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현실과 동떨어졌지만, 현실과 가까운 이상한 소설을 만났다. 유리는 입양아지만, 공부도 잘하고 외톨이도 아니고, 게다가 자기 분수도 안다. 친구 미희와 주봉이 있고, 자신과 같은 입양아인 세윤이도 있다. 멀쩡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유리와 세윤이 더 완벽해보이기 까지 하다.
입양을 다룬 이 책은 어려운 소재를 아주 감동적으로 썼다. 따스한 환경만 된다면 입양아들도 오히려 안타까운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자기 배로 낳은 자식을 오히려 아동 학대를 하고, 주워 기른 자식이 잘 자란다. 몹쓸 부모였던 서정희 역시도 불쌍한 사람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와 딸을 잃고 그 충격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인물이다. 게다가 ˝서정희˝라는 여인의 부재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변화가 찾아왔다. 오히려 가족다운 모습으로 변한 이 세 명의 모습에서 안도감과 뿌듯함이 일렁였다.

책을 읽을 때, 온갖 감정들이 불쑥 튀어나와 감정의 홍수를 이루었는데, 막상 글로 적으려니 정리가 안된다. 책을 읽기 전에 책의 표지에 있는 이 책의 심사평을 꼼꼼히 읽어보자. 아마 무슨 의미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난 뒤 다시 심사평을 하나하나 곱씹어 읽어보자. 심사평이 말한 의미가 무엇인지, 심사위원들이 그렇게 평할 수 밖에 없었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난 세 번의 눈물과 함께, 세 번을 끊어 읽었다. 펑펑 울고났더니, 카타르시스가 제대로 왔다. 그리고 단편 드라마나 독립 영화 같은 매체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지도 생각해보았다.

할아버지가 개인택시 운전사여서 다행이다. 주인공이 힘들지만, 죽을 정도로 밀어부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겨낼 만큼만 힘들게 해줘서 감사하다. 무뚝뚝하지만 그것이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고 단단할 것 같았던 피식 웃는 할아버지와 조금은 편안해진 연우와 집을 떠나지 않기로 마음먹은 연우가 한 식탁에서 추어탕을 먹는다. 이 모습에서 내 맘이 ˝훌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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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를 지키는 힘, 동의 우리는 민주 시민 5
오승현 지음, 이해정 그림 / 개암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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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를 지키는 힘, 동의
(우리는 민주시민-05)
오승현 글
이해정 그림
개암나무
2022년2월14일
144쪽
13,500원
분류-초등중고학년 초등학습(사회/문화/시사)

시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시사를 사전에 검색해보면 여러 뜻이 나온다.
시사(時事): 그때 그때 일어난 일. 세상의 정세나 사건 등을 말함.
1 그 당시(當時)에 일어난 일
2 작금(昨今)에 생긴 사실(事實)
3 현대(現代)의 사회사상(社會思想)

시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딱 한 가지를 손꼽아 말하자면, 시사가 가져오는 파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 시사로 인해 생기는 다른 일들이 연관적, 연쇄적 사건으로 생겨난다.
우리는 사회의 한 가운데에 살고 있고, 그 연쇄적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이유로 오는지 알 수 없기에 시사를 알면 덜 불안할 수 있다. 세상에 원인없는 결과는 없으니까.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이 우리 인간에게는 없기에 모르고 당하는 억울함이 조금은 적어지지 않을까?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의 시공간에 우리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 그 흐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내 아이가 시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인 내가 노력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나 역시도 시사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이번에 만난 책은 우리는 민주시민 시리즈의 다섯번째 책인 <너와 나를 지키는 힘, 동의>이다.
아동학대과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 많은 폭력들이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다치는 것에서 끝나지 아니하고, 죽음으로 끝나는 사건들이 줄줄히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뉴스에서만의 상황이 아니다. 나의 옆집 일지도 모르고, 내 옆의 짝꿍이 그런 일을 당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폭력을 막을 수 있는 교육은 무엇인가? 바로 상대방의 ˝동의˝를 중요시 해야하는 교육과 문화가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할 핵심이다. 상대의 몸과 마음 그리고 상대의 공간을 존중하지 않으면 이 보호의 경계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나의 주인은 나‘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동의, 서로를 존중하는 법
동의와 관련된 간단한 동화와 함께 동의의 개념과 참된 동의의 조건, 경계침범의 종류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장 어떻게 동의를 구할까?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쉽게 풀어써놓았다.

3장 지혜롭게 거절하기
동의가 중요하다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지혜롭게 거절해야 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관계에서는 잘 거절하는 것도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4장 사귀는 사이에도 동의는 필요해
사춘기가 빨라진 아이들의 교재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스킨십 등에 있어 자신의 경계를 지키기 위한 서로의 동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의견을 모으고, 그 의견에 동의를 해야만 서로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건전한 교재를 위한 방법이 적혀있어, 아들래미에게 여러번 읽어보라고 강조했다.

5장 동의를 모으는 방법
동의를 모으는 방법을 설명했지만, 민주주의 다수결에 대한 장단점도 설명되어 있다. 학교생활과 밀접한 이야기로 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이 이해하는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이런 동의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에는 기쁘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한 이야기다. 동의가 중요시 되는 것은 그만큼 인권(사람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최근까지도 인권이 박탈당한 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동의를 배워 서로의 인권을 존중해주는 멋진 어른으로 자라나길 기대해본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한다. 불현듯 우리가 아이들에게 실수로 저지르는 강압적인 말투와 행동들에서 아이들은 인권을 보호받고 있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동의‘를 구할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부모님도 이 책을 함께 읽어야 할 것이다.

초등중학년, 초등고학년 어린이 친구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그리고 특히 1장과 3장, 4장을 열심히 읽으라고 더 강조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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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의 폼 나는 초등 생활 그래 책이야 49
이수용 지음, 정경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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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의 폼나는 초등생활
(그래책이야-49)
이수용 글
정경아 그림
잇츠북어린이
2022년1월20일
112쪽
12,000원
분류-초등중학년 창작동화

주인공으로 보이는 레오의 등에는 잡동사니로 보이는 물건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학교가는 길에 뭐하려고 저렇게 많이 싸간담?? 벼룩시장이라도 하나?? 씽긋 웃는 표정에서 보이는 자신감이랄까? 분명 좋은 일을 하려는 것 같은데, 표지속 어른들은 깜짝 놀라 쳐다보고 있다. 아이들은 상상력도 뛰어나고, 재치도 있으며, 엉뚱하기도 하고, 개구지기도 하다. 게다가 착하고 순수하기는 또 얼마나 순수한가. 물론 한번씩 영악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글을 쓰신 이수용 작가님의 책은 아이가 항상 잘 읽는 책이다. <레오의 완벽한 초등생활>, <6분 소설가 하준수>, <엄마 귓속에 젤리>, <심술먹는 마녀>, <용동 몰아주기 내기 어때?> 등을 쓰셨다. 특히 <심술먹는 마녀>, <용돈 몰아주기 내기 어때?>를 좋아했다. 작년에 책을 많이 출간하신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더 손꼽아 기다리는 건, 책 읽는 예쁜 모습을 계속 보고 싶은 엄마의 욕심 때문이겠지??

아이들이 책을 잘 읽을 수 있게 멋진 그림을 그려주시는 정경아 그림작가님께도 항상 감사를 드린다. 익살스러운 아이들의 모습, 생동감있는 표정들이 책의 재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10년동안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신 작가님이라서 그런지 그림의 퀄리티가 상당하다. 깔끔하면서도 정돈된 듯한 그림의 선과 알록달록하지만 부담을 주지 않은 채색으로 읽는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 책은 초등학생 레오의 단편의 이야기 3편을 엮어놓은 동화집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도서관에 기증된 책을 보다, 필요한(물론 부모님 눈에) 물건까지도 기증했다가 깨달음까지 얻게 된 이야기다. 기증에 대해 참 의미를 알게 된 레오, 우리도 기증의 좋은 점을 알 수 있다.
두번째 이야기는,
교실 인기투표에 관한 이야기다. ˝석은채˝=썩은채소 라고 부르는 이 그립고도 웃픈 별명에 관한 이야기도 있어서 앙숙이면서 친한 친구인 어린이의 이야기가 들어있어 좋았다.
세번째 이야기는,
레오가 우연히 엄마에게 받은 3천원으로 상장용 종이(상장용지)를 사서 친구들에게 상장을 주고난 해프닝을 다뤘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이야기로 이 책을 같이 읽은 어른들이 레오를 좀 본받아야겠다.

<그래책이야>시리즈가 벌써 49권이 출간되었다. 50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다. 유명하신 작가님들의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초등중학년 동화시리즈. 하나하나 재미있고, 아이들이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만들어졌다.
책 잘 읽는 저학년 친구들이 글밥을 늘이기 위해서 라든지, 초등중학년 친구들이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어린이 창작동화이다.

이 책은 레오 시리즈의 두번째로 그래책이야 42의 레오의 완벽한 초등생활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레오의 다음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코로나 상황때문에 레오의 학교생활처럼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학교생활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우리 어린이들이 책으로나마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많이 갖게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가 끝나는 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을 기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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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여왕 - 2021년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25
신소영 지음, 모예진 그림 / 비룡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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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여왕(일공일삼-25)
신소영 글
모예진 그림
비룡소
2022년 1월 24일
180쪽
12,000원
분류-초등고학년 창작동화(5-6학년 창작동화)

난 핑크색을 사랑한다. 이 책의 표지는 그래서 내맘을 사로잡았다. 풍선껌을 불고 하늘로 둥실 떠오르는 듯한 주인공,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오색구름일까? 다른 비누방울일까? 그곳에는 반려견 멍구도 함께 하고, 비행접시속 외계인도 표지에 함께 들어 있다. 아마도 분명 산뜻한 이야기일거다. 표지처럼 밝고 찬란하고 핑크처럼 부드럽고 따듯한 그런 이야기일거다.

첫 시작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있는 여자어린이에 관한 이야기다. 학교에서 단어 뜻을 배우는데, 정말 지루하다고 말이다. 잠이 든 아이는 단어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바다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아이. 수업시간에 바다를 그린다. 바다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부끄러웠던 아이는 상상을 한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걸이를 가지고 상상의 세계, 공상의 세계로 들어가 여왕이 된다. ˝알쏭달쏭 여왕˝이 된다.
유일한 친구인 강아지와 헤어지게 되었다. 지금사는 집도 콧구멍 같이 작은데, 아빠는 더 작은 방으로 이사를 간다. 이사를 간 곳은 ˝서울고시원˝. 그렇게 아이의 고시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엄마도 없고,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아빠와 고시원에 살게 된 아이는 자기의 존재를 숨겨야 했다. 고시원은 혼자사는 방이니까. 창문도 없고, 불을 끄면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그곳에서 아이는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시를 쓴다. 상상을 한다.

알쏭달쏭여왕은 알쏭달쏭고요여왕이 되고,
알쏭달쏭고요여왕은 알쏭달쏭고요꼭꼭 여왕이 되고,
알쏭달쏭고요꼭꼭 여왕은 알쏭달쏭고요꼭꼭달빛 여왕이 된다.

고시원에는 주인공 아이와 같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잠깐 몸을 뉘우러 오는 곳이다.
고시원은 고시공부를 위해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을 위한 방이었으나, 지금의 서울에선 그만큼 싼 방을 구할 수가 없다. 얼마전에 읽은 소설에서도 아무것도 먹고 쓰질 않아도, 방세와 관리비등으로 62만원이 지출되어도 공짜나 다름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학교수업시간에 등교만으로도 힘들어서 조는 아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고, 일주일 동안 같은 옷을 입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학교 급식이 아니면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아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 항상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동화책이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시선으로 급격한 감정변화도 없이 담담히 써내려간 동화라 더 가슴이 아픈 것 같다. 작은 몸으로 부모님의 배웅없이 혼자 어른들 틈에 전철을 타고, 학교에 다니는 것만으로 고단해서 잠을 자고, 깜깜하고 좁디 좁은 고시원에 최대한 늦게 도착하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학교에서 제일 천천히 일어나는 아이. 그 아이의 미래가 조금은 나아졌으면 좋겠다.

우리집도 부유한 편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고보니, 내 앞자리에 앉았던 남자아이 생각이 난다. 그 냄새로 기억이 났을까? 지금도 이름이 기억난다.
이상하다. 어디선가 요상한 냄새가 난다. 난 분명 이도 닦았고, 머리도 감았고 계속 이상한 냄새가 난다. 어디서 나는 거지? 둔감하던 내가 냄새를 맡았다. 범인은 바로 내 앞자리에 앉은 아이, 일주일이 넘어도 계속 똑같은 옷을 입는다. 그 옷은 학교체육복. 노란 학교체육복이 떼가 타서 시커멓다. 그리고 쉬는 시간 체육시간마다 열심히 논 탓에 땀냄새도 더해졌다. 냄새나는 걔가 좀 싫었다.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다. 우리반 아이들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참 착한 아이들이었다. 선생님도 아무말씀 안하셨다. 참 좋은 선생님이셨다. 그때는 그냥 냄새나는, 잘 뛰어노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이제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이 책은 어른인 내가 읽어도 쉽지 않은 책이었다. 잘 읽히는 듯 하면서도 잘 읽히지 않았다. 여백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디가 환상인지 어디가 현실인지 잘 모를 것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기엔 초등 중학년까지는 무리일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려면 나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초등 고학년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따스한 시선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해당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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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널 바꾸려 들지 않아 - 나를 믿고 사랑하고 해내는 마음, 청소년 나다움 수업
브리오니 고든 지음, 서미나 옮김 / 리듬문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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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널 바꾸려 들지 않아
브리오니 고든 지음
서미나 번역
리듬문고
2022년 1월 20일
248쪽
15,800원
분류-청소년(청소년생활/자기관리)

이 책을 정말 읽고 싶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가보다 싶기도 했고,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지에 있는 4개의 딱지들이 이 책은 인정받은 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와닿은 문장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고 싶지 않은 어린시절의 마음이 내 삶에서 일어난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

나로 살고 싶지 않은 어린시절의 마음은 나를 죽도록 괴롭힌다. 그래서 내 모습 그대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답게 사는 것.
이 책을 읽는 나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중년의 아줌마지만, 보여지는 나이가 아니라, 나의 정신연령을 생각해보면 아직도 마흔에서 한참 모자란 것 같다. 그건 아직도 자라지 못한 어른아이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진다.
비교하는 마음이 주는 부정적인 것에서 시작을 해서, 사춘기 몸에 대한 변화를 아주 심도 있게 다루며, 그 몸을 사랑하라도 말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책의 반이 넘어가면서 부터 오히려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게 만드는 일들에 대한 일들을 알려주고 있다. 운동을 하더라도 다이어트를 위한 재미없는 운동이 아니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을 것을 권유한다. 남자친구, 남편을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은지, 힘든 순간이 왔을 때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학교생활에서 공부만 하지 말고, 작가가 이야기 해주는 5가지를 배우라고 한다.
이처럼 육체적, 정신적 모두를 아우르는 따스한 조언들이 담겨 있다. 그것도 자신의 경험을 함께 적어놓아 아주 다정다감한 인생선배가 하나하나 멘토로서 진정성 있게 설명해주는 부분이 좋았다.

첫 월경을 할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가 초등학교 6학년 즈음이었다. 성교육에 대해선 1도 없었던 우리집이었다.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피가 나와서 죽을 병에 걸린 줄 알았다. 월경인 걸 안 엄마의 말과 표정과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 ˝벌써 해서 어쩌려고.˝
나는 엄마 때문에 여자인 내가 너무 싫었다. 그것은 처음에 적은 내용처럼 내 삶에서 일어난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 여자인 내가 여자인 나를 싫어하는 마음을 통해 나는 나를 부정하는 자존감 낮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힘들던 그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25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를 좀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만큼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기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남을 배려할 줄 안다.

사춘기는 몸과 마음과 호르몬의 변화가 극심한 때다. 그래서 나도 내 자신을 주체할 수 없고, 알 수 없기에 불안하고 힘들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혹은 잔소리가 아닌, 따듯한 마음과 대화로 공감해줄 사람이 있다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무사히 잘 넘겨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춘기 소녀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여성인 나를 사랑하고, 지금의 나를 아끼고, 현재를 즐길 줄 아는 멋진 사람이 되라고 응원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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