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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 자동차여행 코스북 - 언택트 시대의 슬기로운 가족 여행
김수진.박은하 지음 / 길벗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아이랑 자동차여행 코스북
김수진, 박은하 지음
길벗
2022년 2월 24일
496쪽
19,800원
분류-여행(국내여행/전국여행)
아, 어제저녁부터 큰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발생 2년 동안 감기도 잘 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준 녀석인데, 2월 작은 아이의 기침감기를 시작으로 큰아이, 나, 남편이 이 감기를 하고 넘어갔다. 아직도 2주가 넘었는데도 기침이 간간히 나오고 가래도 툭툭 튀어나온다. 자가키트 검사를 해도 음성이 나와서 안심아닌 안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큰 아이의 자가진단 키트에는 두줄이 나왔다. 열이 38.9도, 갈비뼈가 아플 정도로 호흡이 가쁘고, 얼굴에 열꽃이 피어오를 정도로 열이 쉬이 가라 앉지 않는다. 어젯밤 고열에 시달릴때에는 아이가 헛게 보이는지, 잠꼬대인지 헛소리를 해서 잠을 설쳤다. 도대체 이 코로나는 언제 끝나는 것인가. 이번 3월은 정말로 힘들다.
아이가 열이 나기 며칠 전, 어머님의 급한 전화를 받고 남편이 시댁으로 출동을 했다. 코로나 때문이었는지, 계단에서 현기증이 나셔서 넘어지셨다는 어머니는 손목뼈가 동강이 나셨다. 이 무슨 억울한 상황인지, 손목뼈가 부러지셨지만,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양성판정때문에 격리 일주일동안 수술도 못받게 되셨다. 119에 전화를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정형외과에 전화도 해보았지만, 코로나 음성이 나와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119같은 경우에는 숨이 넘어갈 듯 한 사람도 코로나 양성이라 자신들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 마음 아픈 상황이고 급한 것은 알지만, 지금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전화를 돌린 정형외과 한 군데서는 코로나 양성판정이 한달이 넘도록 검출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일주일 자가격리만 지나면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는 가지고 있지만 자가격리 7일이면 양성이 나와도 움직일 수 있다니, 혼란스럽다.
해마다 유행하던 독감이었을때도 이렇게 열이 나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입원을 해서 생각보다 열로 아이가 고생하는 편은 아니었다. 링거로 아이의 쳐짐도 막을 수가 있었고, 건강도 빨리 회복되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해열제 하나도 버텨야 한다. 코로나가 아이의 일상생활을 짓밟고, 코로나 때문에 필요한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되고, 지금 이 현실이 너무도 걱정스럽다.
어딘가 절단난 사람들조차 코로나 검사로 양성이 나오면 일주일 뒤에 접합 수술을 해야할 판이다. 난 잘 모르겠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매일 확진자가 2000명이 넘어간다. 오늘도 알림문자가 왔는데, 2500명을 넘어섰다. pcr 검사도 한시간이 넘게 기다려서 겨우 했다. 자가진단 키트 두 줄이 나온 것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몇 백 미터는 되었다. 과연 내일은 몇 명이나 걸렸다고 문자가 올까. 뭐가 우선인지 무엇이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희망이 없는 것 같다. 열이 잠시 떨어진 아이 옆에 누워서 이 책을 펼쳐보았다. 우리가 놀러가봤던 곳, 사진으로 남았던 곳을 찾아보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스티커도 붙여본다. 아이 얼굴에 웃음꽃이 살짝 피어오른다. 좋은 곳, 재미있는 곳, 멋진 곳에 가보고 싶다는 의지가 살살 생기는 것 같다. 지옥스러운 3월이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우리와 가까운 고장부터 여행을 할 것이다. 이번 자가격리가 끝나고 나면 휴일에 아이들과 남편과 자동차 여행코스북에 담긴 곳을 하나하나 도장깨기를 해야겠다. 코로나가 무서워서 집에만 있었는데, 이젠 그러면 안될 것 같다. 일단 낫고 나서 희망을 찾아 떠나보자. 아프고 힘들어도 사진으로, 책으로 멋진 곳들을 만나니 힘이 나는 것 같다. 빨리 나아서 우리가족 모두 드라이브를 하며 멋진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서울 근교부터 남해까지.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