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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주디스 그리셀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12월
평점 :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밑바닥 약물중독자였던 뇌 과학자가 밝히는 중독의 모든 것
주디스 그리셀 지음
이한나 번역
심심
2021년12월21일
360쪽
19,000원
분류-인문/심리(뇌과학/정신분석학)
자서전이며 과학서인 이 책은 뇌의 세부기관과 호르몬에 관한 어려운 단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그래서 내심 만족스럽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길고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다 읽어내고 이해가 가능했다는 것으로 내 자신이 기특하다.
나는 전형적인 문과쪽인데,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아이에게 말하며, 과학쪽 책을 읽기를 알게 모르게 약간의 강압성을 띄며 권유했다. 그리하야, 드디어 3학년을 압둔 아이는 뇌과학이라는 주제를 다룬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를 읽게 되었다. 아주 큰 소득이다.
엄마인 나도 노력하는 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 과학서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핏빛이 도는 빨간 바탕에 뇌파를 그려놓은 듯한 이 표지에는 뇌과학자가 중독에 빠졌다고 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단 말인가. 완전 자극적이지 않은가. 밑바닥 약물중독자였던 사람이 뇌과학자가 될 수도 있냐는 의문을 품으며 책을 열었다.
뇌는 지치지도 않고, 뇌는 즐거운 것을 원했다. 항시 항상성을 유지하기에 점점더 강한 자극을 요구한다고 했다. 커피는 음료일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카페인이라는 물질에 중독된 거라고 했다. 스스로 깨어날 수 있는 자생 각성을 누르고 더이상 커피를 먹지 않으면 잠이 깰 수 없게 만드는 카페인 중독. 커피양이 점점더 늘어나는 나를 보며, 귀납법이 더욱 견고해지는 거구나 생각했다. 뇌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약물에 적응하면서 학습한다고 했다. 몸에 투여되거나, 흡수되는 모든 것들을 잊지 않는다. 단 한모금의 알코올도, 단 한번의 흡연도 말이다.
책 속에 소개된 약물들은 생각지도 못한 종류가 많았다. 과연 내가 실생활에 접할 수 있는 것들일까? 음지의 세계에서나 만날 수 있는 것들 아닐까 생각하지만, 나도 아이를 두번 제왕절개로 출산하느라 맞았던 무통주사가 바로 아편유사제였다. 물론 희석된 약물이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내 뇌도 아편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생각보다 많은 약물에 노출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독
1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일.
2 술이나 마약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3 어떤 사상이나 자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중독이라는 것을 검색했더니 죄다 부정적인 말들 뿐이다. 뇌과학 책을 읽는 대도 아이들 생각이 가장 많이 난다. 막상 잘해주지도 않으면서 죄책감만 느끼는 나란 사람. 중독의 원인은 세상에 존재하는 중독자의 수만큼 다양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중독으로 향하는 길을 터주는 환경 4가지에 시선이 오래 머물었다. 가족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유년기의 학대나 방치, 긍정적인 롤모델이 거의 없는 환경, 기회가 부족한 삶, 이 4가지를 최대한 아이들에게 노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어린 시절의 말랑한 뇌는 자극을 더욱 잘 받아들이고, 중독을 더욱 가속화시키며, 헤어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좋은 중독? 좋은 습관을 어린시절에 들여놓으면 좋은 습관을 버릴 수 없다는 말 아닐까? 아이들이 가졌으면 하는 좋은 습관을 생각해본다. 난 아이들이 책을 읽고 글을 썼으면 좋겠다. 하지만 좋아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자신이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엄마의 지혜로움이 여기서 필요하다. 뇌가 즐겁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책이나 글쓰기를 어떤 식으로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게 해야할지 고민이 되는 밤이다. 약물의 중독이 아니라, 책의 늪에, 활자의 늪에 빠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