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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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딸에 대한 이야기이자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고, 결국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고 이제는 전통적인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지는 형태 이외의 가족을 이야기 하는 시대이다.

가족은 인간이 처음으로 속하게 되는 공동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집단의 절대적 환대 속에서 사람의 자격을 획득한다. 성인이 된 사람이 가족에서 나와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결혼과 출산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며 가족만들기에 성공하는 단계가 필요했다. 현재까지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엄마처럼.

> 친구나 애인 따위의 허술한 관계를 어떻게 믿겠는가.

> 남편이고 아내고 자식이라니. 너희들이 뭘 할 수 있니? 결혼을 할 수 있니? 새끼를 낳을 수 있니? 너희가 하는 건 그냥 소꿉장난 같은 거야. 서른이 넘어서까지 소꿉장난을 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겨지며, 결혼이 금지된 관계나 출산이 불가능한 관계도 존재한다. 가족이 해체된다고 말하고는 하지만 그것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가족이 해체되는 것일 뿐 인간은 여전히 가족이라는 관계를 필요로 한다. 인간이 이 세상의 일부로 들어오게 될때, 그리고 이 세상으로 부터 떠나게 될 때, 제 발로 일어서기 힘든 상황에 놓인 인간에게 가족은 대게 유일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

> 그래. 가족이란 이런 거지. 나는 이 애에게 유일한 가족이구나. 가족일 수 있구나. 어쩌면. 이 집 때문에. 집을 가졌다는 것 때문에.

이미 존재하는 가족의 정의 때문에 가족이 될 수 없지만, 가족이 필요하다면, 가족을 다시 정의하면 된다. 결혼은 다른 모든 가족 관계와 다르게 혈족이 아닌 성인인 사람들을 가족으로 만들어 주는 행위이다. 우리가 이미 결혼이라는 제도로 약속하는 것을 지킬 수 있다면 가족이 되는데 충분한 조건이 아닌가? 서로 사랑하며 기쁠 때나 슬플 때에나 함께 하는 것, 그 이외 무슨 조건이 필요할까?

> 저분은 가족이 없어요. 피를 나눈 직계가족 같은 게 없다고요. 찾아올 사람이 세상천지에 하나도 없다고요. 가족이든 아니든 그게 도대체 뭐가 그렇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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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떤 책인지 감이 잘 오지 않지만 밑줄을 그어본다.

일종의 참여 관찰을 기록한 문화기술지이기도 한 이 작업에서 조한혜정은 1991년 봄학기 연세대에서 개설되었던 ‘문화 이론‘ 강의를 수강한 대학생들의 책 읽기 방식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텍스트 안에만 머무르며 자신과 텍스트의 거리를 유지하는 책읽기 방식, 진리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태도 등이 문제시된다. 그리고 이러한 예비 지식인들의 책 읽기 방식이 입시 위주 교육의 부작용일 뿐만 아니라, ‘보편적 이론에 대한 집착‘, ‘외부의 권위에 기댐‘, ‘일상성으로부터 유리된 지식 생산‘이라는 특성을 지니는 지식인 문화의 식민성과도 연관된 현상이라고 논의한다.
조한혜정은 대학생들의 이러한 책 읽기 방식을 문제시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체적 삶 읽기와 담화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자신의 삶과 연계시켜 텍스트를 읽게 한다거나 함께 읽기‘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게 하고 토론을 유도했던 것이다. 이때 권장된 읽기 방식 중 하나는 정확하게 읽기‘가 아닌 ‘잘못 읽기‘였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잡는 읽기가 아닌 ‘잘못 읽기‘ 야말로 ‘보편성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오히려 어떤 ‘발전‘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조한혜정의 이러한 비판은 서구 이론 중심의 인문학 풍토를 비판한다고 했을 때 음미할 만한 것이기도 하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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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주말 오후였고 잘 꾸며진 부동산 건물을 둘러싼 잘 꾸며진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한칸 방으로 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늘따라 선명하게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인가?’ 내게 금전적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내가 창피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틀림없다. 나는 여전히 창피해야 할지 고민중이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지만 그 국민은 대체로 가난하며, 가난한 미국인은 자신을 미워하라고 종용받는다. 미국의 유머 작가 킨 허버드의 말을 인용하자면, "가난하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지만, 차라리 창피한 게 나을 것이다. 사실 미국은 가난한 자들의 나라인데도, 미국인이 가난한 것은 범죄다. 다른 모든 나라에는 비록 가난하지만 매우 지혜롭고 덕이 높아 권력과 금력이 있는 누구보다도 존경받는 사람들에 관한 민간전승이 있다.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을 조롱하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찬양한다. 식당이나 술집 가운데도 가장 초라한 곳—보통 가난한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에는 벽에 이런 잔혹한 질문이 걸려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네가 그렇게 똑똑하면 왜 부자가 아닌가?" 또 아이 손바닥만한 성조기도 있을 텐데, 이것은 막대사탕의 막대에 달려 금전등록기 위에서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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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는지 우린 몰라요.

여성 배심원단 - 수전 글래스펠. 앨리슨의 집을 읽어보기로 했다.

"누가 그랬는지는 우린 모르잖아요." 피터스 부인이 황망하게 속삭였다. "우린 몰라요."
헤일 부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년 동안 마음 둘 곳 없이 공허한 삶을 살다가 이제 새 한 마리가 노래를 해주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그 노래가 그치고 적막만 남는다면 정말 끔찍하겠죠."
그 말은 그녀가 아니라 내면의 다른 존재가 하는 말 같았고, 피터스 부인은 스스로도 깨우치지 못했던 어떤 생각에 가닿았다.
"그 적막함은 나도 알아요." 그녀가 이상하리만치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다코타의 농가 주택에 살 때 첫애가 죽었어요. 두 살이었는데 그때 아무도 없이 나 혼자 -"
헤일 부인이 몸을 움직였다.
"저 사람들이 증거를 찾는 게 언제쯤 끝날까요?"
"적막함이 어떤지 안다고요." 피터스 부인이 똑같은 말투로 되풀이했다. 그러더니 그 생각에서 벗어나며 약간 딱딱하게 말했다. 죄를 지으면 법으로 처벌을 받아야 해요, 헤일 부인."
흰 드레스에 파란 리본을 매고 합창단석에 서서 노래 부르던 미니 포스터를 당신이 봤어야 하는데." 헤일 부인이 대꾸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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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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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힘든 친구여, 너로 인해서 우주가 더 경이로워졌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린이를 만드는 건 어린이 자신이다. 그리고 ‘자신‘안에는 즐거운 추억과 성취뿐 아니라 상처와 흉터도 들어간다.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어린이의 것이다. 남과 다른 점뿐 아니라 남과 비슷한 점도, 심지어 남과 똑같은 점도 어린이 고유의 것이다. 개성을 ‘고유성‘으로 바꾸어 생각하면서 나는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 순간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간다고 할 때, 다양하다‘는 사실상 ‘무한하다‘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메리 올리버의 문장들이 떠오른다.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우주는 활기차고 사무적이다."(『완벽한 날들』 중에서)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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