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 -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상처받은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맺는 법
후션즈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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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자주 시청한다.

얼마 전 천인우 작가가 초대되어 최근 출간한 '블레이킹 루틴'에 대해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았다.

사회자가 "공부가 지겹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천인우는 "공부를 즐기는 것은 아니고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했다."라고 대답했다.

계속하여 "사회생활을 오래 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공부가 사회생활보다 쉬운 것 같아요.

점수가 딱 백 점 만점에 몇 점 나오고...

그런데 사실 사회생활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공부보다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과연 작가 한 명뿐일까?

출근하기 싫은 이유는 '김 과장이 시킨 일'보다

'김 과장' 때문일 수 있다.

우리는 사회생활에서 일보다 사람이 더 힘들다.

사회생활의 바로미터는 바로 '관계'이다.

집에서도 관계를 맺고, 학교에서도 관계를 맺고, 친구와 관계를 맺고, 연인과 관계를 맺는다.

관계는 시공간을 초월하고 상대를 불문한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쉽거나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90%가

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

저자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담자를 만나 실제 카운슬링 해주면서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으로 이 책을 지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내담자의 고민이 흘러나오고 저자가 문제상황을 날카롭게 풀이한다.

그다음 내담자에게 멘토로서 몇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주제가 마무리된다.

예를 들어, PART 1 '트라우마는 이기고 자존감은 지켜라'를 검토하면,

저는 자존감이 무척 낮은 편입니다.(이하 중략) 저처럼 자존감 낮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라고 내담자가 운을 뗀다. 그 다음 굵직한 글자로 문제상황이 나오고, '정상적인 친밀한 관계를 맺는 테크닉' 등으로 해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대개 물음표로 시작되는 글은 물음표나 도돌이표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느낌표로 끝이 나서 좋다.

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

저자는 관계를 둘러싼 문제가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나'에 기인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한다.

심리학의 자아에는 '사회 자아, 이상 자아, 거울 자아' 세 가지가 있다.

성숙한 사람은 이 세 자아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은 세 자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사회 자아'란 사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상 자아'는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자아를 말한다. 열등감이 심한 사람일수록 이상 자아를 갈망한다.

'거울 자아'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거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비교하는 것이다.

비교 대상이 높을수록 상실감은 커진다.

- 열등감은 기쁨과 만족을 가린다. P 43~44

작년 독서모임에서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라는 책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과제는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마인드맵으로 정리해 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중심 이미지를 '사막'으로 표현했다.

가족과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있을 때,

혼자와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있을 때의 온도차가 크기 때문에 가시 돋친 선인장 위로 뜨거운 해가 작열하는 사막의 모습으로 자신의 인간관계를 시각화했다.

주가지는 혈연관계, 사회적 관계, 초월적 관계, '페르소나'로 나누었다.

페르소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 성격, 즉 진정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성격인데,

사회 자아, 이상 자아, 거울 자아는 응집되어 페르소나로 표출된다.

관계의 시작은 '나'와 직면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울고,

'시간이 지나면 잊힐 일'에 안절부절하고,

'그럴 수 있는 일'에 화내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분이 널을 뛰는 사람.

그 사람이 결국 '나'이다.

인간관계는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고,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다.

자기 내면의 힘든 문제로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작아지기도 하고, 상대적 관점에서 위축되고 왜소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꼭 기억하자.

자기 삶이 부끄럽고 작고 왜소하다고, 인간관계에서 숨어 들어갈 쥐구멍은 없다.

설령 숨어든다 해도 쥐구멍에는 결코 볕이 들지 않는다. 차라리 당당해지자.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기. p 150

헤르만 헤세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모습 속에 보이는 자신의 일부분을 미워하는 것이다. 나의 일부가 아닌 것은 거슬리지 않는다'라고 했다.

우리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근거를 충분히 모아야 한다.

힘들 때 우리를 다독이는 말도 외워야 한다.

"아니야. 괜찮아. 다시 생각해 보자"

"이 또한 지나가리다."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다."

"더 좋은 것으로 돌아 올 것이다."

"모든 문제는 해결 될 것이다."

관계를 거꾸로 하면 간극이다.

내가 나로 꽉 채워질 때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관계에 간극이 사라질 때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다. 행복은 90%가 관계의 질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혼자서는 인간이 될 수 없다.

사람 사이에 공간이 형성되어야 비로소 인간(人間)이 된다.

그 공간을 채우고 싶은 사람과 그 공간 안에 머물고 싶은 사람들에게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을 추천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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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詩
PSG 지음 / 프리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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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하늘 호수에 총 35편의 시수제비를 띄운다.

물수제비는 원래 탁. 탁. 탁. 일정한 간격과 리듬으로 수면 위를 스치지만,

시인의 시수제비는 익살과 해학이 넘치므로.

지그재그. 앞뒤로 하늘 호수를 가른다.

그것이 가능할까 싶지마는, 시니까...

모든 것을 포용하므로 무수히 쏟아지는 햇살이 호수의 표면에서 부서지고 있다.

불가능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시가 지닌 마력이다.

시인은 노래한다

'시심 더듬이를 치켜 올려 우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목마른 진리를 더듬는다'라고...

시인의 더듬이를 등대 삼아

영롱한 진리의 시감을 느끼고 싶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집을 읽는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끝엔

빈 깡통만 남아..

- 흐르던 역사 길을 멈추고. 32

21세기는 자본주의의 황혼이다.

모든 것이 정처 없이 산포되고 분열한다.

시인의 말처럼 '빈깡통'만 남았다.

빈깡통은 자본주의 머니게임에서 패배자를 의미한다.

'자본은 부자를 낳았고, 부자는 또 자본을 낳아

빈익빈 뭇 백성의 삶은 대를 이어 고달프다'라고 시인은 슬퍼했다.

우리가 그것을 마음에 두기 전에

그것은 다만

하나의 종이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그것에 마음을 두었을 때

그것은 우리에게로 와서

비로소 돈이 되었다.

- 돈. 53

돈은 자석과도 같다.

그 작은 금속조각은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과 마음의 가장 고결한 흥분을 자아낸다.

돈의 습성에서 작가 김승호는 조급해 하지 말고 돈을 귀하게 여기고 가치 있는 곳에 투자해서

곰의 엉덩이처럼 진득하게 앉아 있을 것을 권장했다. 부자가 되는 법으로 돈을 인격체로 대하고 돈이 나처럼 일하게 하라고 충고했다.

시인은 돈을 꽃이라고 꼬집는다.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은 없다.

도발적인 풍자에서 우리는 시인의 꾸짖음을 듣는다.

우리는 시를 읽을 때 제일 먼저 은유와 생략을 떠올린다.

시를 읽을 때는 시를 분석하거나 해석하려 하지 말고 감상해야 한다.

문장 표현에만 집중하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시는 그냥 읽는 것이다. 그저 즐기며 읽는 것이다.

나는 고정희와 메리 올리버 등 여류시인을 좋아한다. 고정희는 민중의 아픔을 위로했고 메리 올리버는 자연의 경이를 예찬했다.

물론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윤동주의 시도 좋아한다. 작가가 '희망을 헤는 밤'을 책의 첫 장에 넣은 것도 이러한 배려 때문인 것 같다.

맑고 깨끗한 시어가 얼룩진 우리의 마음을 정화한다.

때로는 당차고 단호하게 마음을 때리기도 한다.

시는 불투명을 투명으로 만들어주며 악한 사람도 선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우리는 시를 읽는 그 순간만큼은 다시 착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아. 읽고 또 읽는다.

"어머니, 배산임수 아시죠?

그런 집에서 저희를 길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고향이 천안인데, 천안에서 유명한 게 호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말랑합니다.

어머니에게 매일 딱딱한 말만 하지만 속은 말랑합니다.

그래서 속은 어머니를 좋아하는 마음 아시죠?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어머니에게 음식과 평안과 바람까지 막을 수 있는 호두나무가 되겠습니다.

어머니, 펭귄들은 추울 때 몸을 비벼서 그 추위를 이기죠. 힘든 일이 있을 때 저희가 도와드려서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어머니는 바람 같은 존재입니다.

힘들 때, 기쁠 때, 추울 때, 화날 때 모두 같이 있지 않습니까. 이제 더 따뜻한 바람이 되길 바랍니다.

어머니,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몸은 늙지만 꿈은 늙지 않으시길 바라며.

문장을 마칩니다."

"엄마에게,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제가 힘들게 해서 힘드시죠?

앞으로는 노력해서 엄마 힘 안 들게 할게요. 상추처럼 쑥쑥 클게요"

모두 아이들이 마흔 기념 내 생일 때 쓴 편지들이다.

아이들의 편지는 한 편의 시다.

핸드폰 사진으로 고이 접어 서랍에 넣고,

위안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본다.

시 같은 그 편지들을 읽다 보면

모두 바람 같은 일뿐이라고..,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흔들리던 마음이 '호두나무'처럼 다시 중심을 잡는다.

동심을 품은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다.

우리는 크면서 시상을 잃고 세상에 찌든다.

시인의 마음속에는 아직 그 아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래서 모든 시인은 아이같이 순수하다.

우리는 시를 읽을 때 그것이 삶을 확장시키는 재현과 체험이 되어야 하며

한 편의 시는 한 보의 전진임을 알아야 한다.

이 책 '35시'는 호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인 것 같다.

매일 거친 숨만 몰아쉬는 우리에게 잠깐의 숨 고르기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하늘을 바라볼 때,

그때 비로소 시인이 띄운 시수제비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늘 호수에 띄운 시인의 시수제비가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에 축복과 위안이 되어 줄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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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원종훈.김영휴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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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은 번뇌의 씨앗이다.

무명초라 불리는 머리카락은 번뇌와 망상의 상징이다.

싯다르타는 출가를 결심한 뒤, '치렁치렁한 머리칼은 사문 생활에 들어가려는 나에게 적합하지 않다'라며 허리에 찬 보검을 뽑아 스스로 머리카락을 잘랐다.

삭발은 '머리카락과 함께 잡념도 끊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남자들은 군대에 입대하기 전 머리카락을 자르고,

수녀는 베일로 머리카락을 가리며,

이슬람 여성은 히잡, 차도르, 부르카 등으로 머리를 가려 여성의 상징을 거세한다.

친구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그가 좋아하는 긴 생머리를 똑단발로 잘랐다.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머리카락이다.

스님, 수녀, 군인, 이슬람 여성처럼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감춘 것이 아니라,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표현한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옷처럼 머리카락으로 신체를 치장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헤어웨어'이다.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왕까지 나서서 사치 풍습을 금했다. 양반 가문에서도 복식의 사치를 금하는 것을 매우 중시했다.

하지만 사치가 쉽사리 잦아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 조선 후기에 오면 여인들이 가체를 사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할 정도로 사치가 극심해졌다. 이에 영조와 정조 때는 가체의 사치를 금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이어진다.

- 동서양의 금지령, 여성의 멋 내기를 금지하다. p206


1502년 연산군은 명령했다.

"공주를 위한 의례에 쓸 것이다.

그것 150개를 바쳐라."

신하들은 읍소했다.

"백성들의 머리카락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부디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것은 바로 가체였다.

가체는 본인의 머리카락에 다른 사람의 머리를 땋아 만든 '다리'를 엮어 머리에 두르는 장식을 말한다.

조선시대 왕비가 정해지면 왕이 왕비에게 명복과 가체를 마련해 주었다.

이로써 가체는 왕실 여인의 상징이 되었다.

가체의 크기가 곧 권력의 크기였다.

가체는 이를 동경한 양반 여인들 사이에서 대 유행하고, 궁궐 밖 모든 여성들에게까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온 백성의 혼수품으로 자리 잡아 신랑 측은 가문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가체를 마련해야 했다.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드는 탓에 원래부터 고가였던 가체는 유행으로 수요가 급증하자 가격이 급등했다. 가체를 사려면 최소 60~70냥이 들었고,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춘 다리라면 수백 냥은 족히 되었다. 한번 가체를 하는데 부인들은 몇 백금을 썼다. 당시 황소 1마리 값이 20냥인 것을 감안하면 양반들에게도 가체의 비용은 부담스러웠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기에 가체의 크기와 높이는 곧 지위와 부의 상징이 되었고, 조선의 여인들은 약 5kg 무게의 가체를 두세 개씩 머리에 얹기도 했다.

실학자 이덕무는 "어느 부잣집의 며느리가 나이 13세에 가체를 얼마나 높고 무겁게 하였던지 시아버지를 맞으러 갑자기 일어서다 목뼈가 부러졌다. 사치가 능히 사람을 죽였으니, 아. 슬프도다."라고 말했다.

결국 1756년, 영조는 가체 금지령을 선포한다.

그러나 여인들은 장옷 속에 숨기거나 별당 안에서 가체를 하는 등 포기하지 않았다.

영정조 시대의 가체 금지령은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19세기 이후 쪽머리의 정착과 함께 사라졌다


이 책은 110여 장의 올 컬러 도판과 함께 머리카락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머리카락을 통한 인간의 욕망과 한계도 담았다.

욕망은 다양한 헤어스타일로,

한계는 뒤집어 쓰는 가발로 표현했다.

책을 읽고 인상 깊었던 것은 '머리카락'이라는 단어 한개로 신화와 전설, 혁명, 예술, 대중문화 등으로 무한히 스펙트럼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명화, 포스터, 사진 등 시각적인 자료를 이용해 집중을 놓지 않게 만든다.

인간의 욕망과 허영심, 과시가 어떠한 방법으로 투사되었는지 호기심이 발동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동서양의 개성 있는 인간 군상들을 만나며,

그보다 더 개성 있는 헤어웨어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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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파시즘 2.0 -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임지현.우찬제.이욱연 엮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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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하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떠오른다.

늙은 돼지 메이저의 이론에 따라 농장 주인을 몰아낸 동물들의 반란.

동물들은 인간의 착취가 없는 '모든 동물이 평등한 이상 사회'를 건설한다.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민중의 지도자가 되었지만,

스노볼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은 나폴레옹이 덩치 큰 개들을 조종해 그를 공격하고 농장 밖으로 추방한다.

이후, 나폴레옹은 풍차 건설을 계획하고 몇몇은 불평등에 항의하고 나섰지만, 그들을 기다린 것은 잔혹한 처형이었다.

조지 오웰은 사람들이 권력에 맹종하고 아부하는 순간 사회는 파시즘과 전체주의로 돌입하고,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고 했다.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지난 20여 년간 '우리 안의 파시즘'이 2.0 버전으로 업데이트되고 진화하는 동안, 우리의 민주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 우리 안의 파시즘, 그 후 20년. p 21

책의 제목이 '우리 안의 파시즘 2.0'이다.

나는 2.0에 두 가지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하나는 20여년(정확히 22년)이 지난 지금 '우리 안의 파시즘'을 다시 거대 담론의 장으로 소환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에 당대비평의 특집에서 최초 언급이 되었고, 이번이 두 번째 버전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제자리걸음이라고 개탄했지만, 20년의 세월을 녹여 낸 이 책은 결코 '제자리걸음'이 아니다.

능력을 결정적인 요소로 보는 인식이 만연하면,

엘리트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 존중받고 아무 능력도 없는 다수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다.

- 능력주의의 두 얼굴, p 40

우리는 '인천국제공항 항공사'와 '숙명여고 시험 유출 사건', '조국 사태' 등으로 '정당한 자격'에 대해 화두를 던진 이력이 있다.

당시 '자격 담론'은 뜨거운 감자였다.

자격 '있는' 사람과 자격 '없는'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저자 이진우는 우리를 사로잡은 단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능력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은 노력의 산물이며, 엘리트 계급사회의 수단으로 능력주의가 왜곡되었고,

민주적 공정사회의 목적으로서 능력주의로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솔루션은 '일자리'이다.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며 '바보야. 문제는 일자리야!'라고 말한다. 순간 뜨끔했다.

나 역시 '일자리'가 열쇠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자리 창출과 보장에 초점을 맞춰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엘리트의 능력주의적 오만을 내려놓고,

성공하는데 운이 작용한다는 사실과 성공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빚을 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상적 인종주의와 첫 번째 작동 방식은 특정 집단을 '우리'와 다른 그들로 구분하는 것이다.

두 번째 작동 방식은 특정 집단을 본질화하는 것으로, 인종적이고 문화적인 특징을 기반으로 특정 집단을 압축적으로 사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세 번째 작동 방식은 특정 대상이나 집단을 사회의 문제이자 관리해야 할 통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 너무 익숙해서 낯선 일상적 인종주의. p 115~117

나 또한 한국 사회에 인종주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을 찾아오는 이주민이 늘어나고 도처에 불체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살기 위해 일하고 있으며

k-pop 등으로 대변되는 한류 열풍으로 우리는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를 펼칠 수 없다.

우리는 한국인 이외의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나와 그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차별과 차이를 구별하는 혜안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강조 부사를 즐겨 쓰고 최상급을 애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신중하게 관찰하고 각별하게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많은 정치인이 강조 부사와 최상급을 즐겨 사용하며 허황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정작 알맹이 없는 공허한 말잔치를 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천의 언어, 천의 대화. p184

2022. 3. 19. 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대로 들린다.

후보 중 누가 '아주','특히', '정말로', '참으로', '전대미문의', '유일무이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장 엄청난' 등의

수식어를 쓰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검증할 테다.

저자의 조언과 충고를 교사 삼아 올해는 부사의 정치학에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테다.


이 책은 우리 '일상' 안에, 우리 '말과 생각' 안의 파시즘에 관해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아홉 명의 고해성사 같은 책이다.

읽는 내내 저자들의 신념이 구석구석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들러는 행동은 신념에서 나온다고 했다.

간디는 신념이 행동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신념을 쫓아 행동하는 지성이 있어 다행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어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목소리를 높여 감사하다.

한국 사회의 미래가 염려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 이 글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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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11가지 이유 - 모든 게 터지기 일보 직전인 4050 여성들을 위한 인생 카운슬링
에이다 칼훈 지음, 노진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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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까지 박진감 넘치는 세월을 살았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살아남았다.'

남편이 승진한다고 회사에 목을 맬 때, 나 혼자 살림하고 아이 키우고 돈까지 벌러 나갔다.

그렇게 삼십 대를 훌쩍 지나고 나니, 초라하게 늙어버린 중년의 여성만 남았다.

푸르른 청춘은 온데간데없고, 제3의 성을 가진 아줌마만 남은 것이다.

작가는 40대부터는 더 이상 남을 위해 살 필요가 없다는 걸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자라면서 자신에게 품은 기대를 내려놓고, 우리를 지지해 주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힘든 시기가 영원하지 않음을 깨달으라고 소리 높여 말한다.

먼저 책을 읽은 아마존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40대는 한결 느긋해졌다.'라고 했다.

아마존 독자처럼 나 역시 느긋해지기 위해, 작가의 충고를 새겨 듣고자, 책을 펼쳤다.


이 책은 모든 게 터지기 일보 직전인 4050 여성들을 위한 인생 카운슬링이다.

작가는 미국 전역에 살고 있는 200명 이상의 4050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그녀들이 겪는 '결혼, 육아, 일자리, 돈, 인간관계, 경력단절, 젊음을 잃는 두려움' 등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화성에서 온 남자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금성에서 온 여성들의 애환과 고충을 이야기로 엮은 것이다.

눈 주위에 깊은 주름이 있고 팔 안쪽 살은 덜렁거리고 몸이 옆으로 퍼지기 시작한 뚱뚱한 아줌마, 에이다 칼훈

돈은 바닥날 수도 있고 바닥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간은 틀림없이 바닥날 것이라고 말하는 또 다른 여자.

이 나이가 되니까 내가 지금까지 뭘 했지? 내가 세상에 조금이라고 영향을 미쳤나?라는 의문을 제기한 밸러리.

남편이 절대, 죽었다 깨어나도 저녁을 준비할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멜리사.

매일 운동하고 자연식만 먹고 보톡스를 맞으며 '저기 저 촌스러운 아줌마는 누구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실리콘 밸리의 중역.

어른들도 재미있게 노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비즈.

XX 염색체를 가진 여성이라면 공통으로 느끼는 보편적 감정들이다.

작은 반도 국가에서 숨 쉬고 있는 중년 여성도 그녀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책을 다 읽고 느낀 원워드는 '동병상련'이다.

소개된 사연들과 인터뷰마다 소름이 돋는다.

파란 눈을 가진 여성이나, 까만 눈을 가진 여성이나 어쩜 이리 비슷할까 싶은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중년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에 겪은 절망감과 다시 싸우되,

죽음에 대한 성숙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시작하며. p24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간신히 지났더니, 순식간에 사십춘기가 찾아왔다.

중년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공공의 적, 두 가지와 싸워야 한다.

청소년기의 절망감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그것이다.

죽음에 대한 성숙한 통찰이라는 것은 '메멘토 모리'를 말하는 걸까?

로마제국 시절, 원정에서 승리한 장군이 개선문을 행진할 때 노예를 시켜 외치게 했다는 그 말.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마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것이 죽음에 대한 통찰력이 아닐까 싶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40대가 되면 집을 소유하고 통장에는 돈이 쌓여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40대가 되어도 스물다섯 살 때처럼 힘겹게 사는 경우가 많다.

취업 웹 사이트 커리어빌더에서 2017년 전국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노동자의 78퍼센트가 그날 벌어서 그날 먹고산다.

그리고 4명 중 3명은 빚을 지고 있다.

다섯 번째 이유. 돈에 대한 공포 p168

미국의 중년 4명 중 3명이 빚을 지고 있다면, 한국의 청년은 삼포, 오포, 칠포, 구포, N포 세대이다.

청년이 이 지경이니 중년은 말할 것도 없다.

삼포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것이고,

오포는 연애, 결혼, 출산, 경력, 집 마련을 포기한 것이다.

칠포는 연애, 결혼, 출산, 경력, 집 마련, 꿈(희망), 인간관계를 포기한 것이고,

구포는 연애, 결혼, 출산, 경력, 집 마련, 꿈(희망), 인간관계, 신체적 건강, 외모를 포기한 것이다.

N 포는 포기할 것이 너무 많아 셀 수 없는 세대를 말한다.

어느 계층이나 어느 세대나 미래는 암울하다.

청년에게는 내일이 없고, 중년은 열심히 살았는데 우울과 불안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계속 산다고 가정하면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을 것이다.

눈물 흘릴 있도 있고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가족을 돌보느라 부담을 느끼기도 할 테지만,

동시에 마트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다가 얼굴에 닿는 햇살을 느끼며 느닷없이

'참 좋은 날이네'하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으리라.

열 번째 이유. 새로운 내러티브. p 333

처음 책 표지에 '4050 여성들을 위한 인생 카운슬링'이라 적혀 있어 중년을 맞이한 여성들이 읽어야 할 책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야 할 대상은 비단 중년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20대는 이제 중년을 맞이한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30대는 다가올 중년을 준비하기 위해.

4050은 좀 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60대는 이미 많은 것을 해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지구별 여성이라면 모두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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