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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詩
PSG 지음 / 프리윌 / 2022년 2월
평점 :
작가는 하늘 호수에 총 35편의 시수제비를 띄운다.
물수제비는 원래 탁. 탁. 탁. 일정한 간격과 리듬으로 수면 위를 스치지만,
시인의 시수제비는 익살과 해학이 넘치므로.
지그재그. 앞뒤로 하늘 호수를 가른다.
그것이 가능할까 싶지마는, 시니까...
모든 것을 포용하므로 무수히 쏟아지는 햇살이 호수의 표면에서 부서지고 있다.
불가능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시가 지닌 마력이다.
시인은 노래한다
'시심 더듬이를 치켜 올려 우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목마른 진리를 더듬는다'라고...
시인의 더듬이를 등대 삼아
영롱한 진리의 시감을 느끼고 싶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집을 읽는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끝엔
빈 깡통만 남아..
- 흐르던 역사 길을 멈추고. 32
21세기는 자본주의의 황혼이다.
모든 것이 정처 없이 산포되고 분열한다.
시인의 말처럼 '빈깡통'만 남았다.
빈깡통은 자본주의 머니게임에서 패배자를 의미한다.
'자본은 부자를 낳았고, 부자는 또 자본을 낳아
빈익빈 뭇 백성의 삶은 대를 이어 고달프다'라고 시인은 슬퍼했다.
우리가 그것을 마음에 두기 전에
그것은 다만
하나의 종이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그것에 마음을 두었을 때
그것은 우리에게로 와서
비로소 돈이 되었다.
- 돈. 53
돈은 자석과도 같다.
그 작은 금속조각은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과 마음의 가장 고결한 흥분을 자아낸다.
돈의 습성에서 작가 김승호는 조급해 하지 말고 돈을 귀하게 여기고 가치 있는 곳에 투자해서
곰의 엉덩이처럼 진득하게 앉아 있을 것을 권장했다. 부자가 되는 법으로 돈을 인격체로 대하고 돈이 나처럼 일하게 하라고 충고했다.
시인은 돈을 꽃이라고 꼬집는다.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은 없다.
도발적인 풍자에서 우리는 시인의 꾸짖음을 듣는다.
우리는 시를 읽을 때 제일 먼저 은유와 생략을 떠올린다.
시를 읽을 때는 시를 분석하거나 해석하려 하지 말고 감상해야 한다.
문장 표현에만 집중하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시는 그냥 읽는 것이다. 그저 즐기며 읽는 것이다.
나는 고정희와 메리 올리버 등 여류시인을 좋아한다. 고정희는 민중의 아픔을 위로했고 메리 올리버는 자연의 경이를 예찬했다.
물론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윤동주의 시도 좋아한다. 작가가 '희망을 헤는 밤'을 책의 첫 장에 넣은 것도 이러한 배려 때문인 것 같다.
맑고 깨끗한 시어가 얼룩진 우리의 마음을 정화한다.
때로는 당차고 단호하게 마음을 때리기도 한다.
시는 불투명을 투명으로 만들어주며 악한 사람도 선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우리는 시를 읽는 그 순간만큼은 다시 착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아. 읽고 또 읽는다.
"어머니, 배산임수 아시죠?
그런 집에서 저희를 길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고향이 천안인데, 천안에서 유명한 게 호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말랑합니다.
어머니에게 매일 딱딱한 말만 하지만 속은 말랑합니다.
그래서 속은 어머니를 좋아하는 마음 아시죠?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어머니에게 음식과 평안과 바람까지 막을 수 있는 호두나무가 되겠습니다.
어머니, 펭귄들은 추울 때 몸을 비벼서 그 추위를 이기죠. 힘든 일이 있을 때 저희가 도와드려서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어머니는 바람 같은 존재입니다.
힘들 때, 기쁠 때, 추울 때, 화날 때 모두 같이 있지 않습니까. 이제 더 따뜻한 바람이 되길 바랍니다.
어머니,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몸은 늙지만 꿈은 늙지 않으시길 바라며.
문장을 마칩니다."
"엄마에게,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제가 힘들게 해서 힘드시죠?
앞으로는 노력해서 엄마 힘 안 들게 할게요. 상추처럼 쑥쑥 클게요"
모두 아이들이 마흔 기념 내 생일 때 쓴 편지들이다.
아이들의 편지는 한 편의 시다.
핸드폰 사진으로 고이 접어 서랍에 넣고,
위안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본다.
시 같은 그 편지들을 읽다 보면
모두 바람 같은 일뿐이라고..,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흔들리던 마음이 '호두나무'처럼 다시 중심을 잡는다.
동심을 품은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다.
우리는 크면서 시상을 잃고 세상에 찌든다.
시인의 마음속에는 아직 그 아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래서 모든 시인은 아이같이 순수하다.
우리는 시를 읽을 때 그것이 삶을 확장시키는 재현과 체험이 되어야 하며
한 편의 시는 한 보의 전진임을 알아야 한다.
이 책 '35시'는 호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인 것 같다.
매일 거친 숨만 몰아쉬는 우리에게 잠깐의 숨 고르기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하늘을 바라볼 때,
그때 비로소 시인이 띄운 시수제비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늘 호수에 띄운 시인의 시수제비가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에 축복과 위안이 되어 줄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