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파시즘 2.0 -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임지현.우찬제.이욱연 엮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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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하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떠오른다.

늙은 돼지 메이저의 이론에 따라 농장 주인을 몰아낸 동물들의 반란.

동물들은 인간의 착취가 없는 '모든 동물이 평등한 이상 사회'를 건설한다.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민중의 지도자가 되었지만,

스노볼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은 나폴레옹이 덩치 큰 개들을 조종해 그를 공격하고 농장 밖으로 추방한다.

이후, 나폴레옹은 풍차 건설을 계획하고 몇몇은 불평등에 항의하고 나섰지만, 그들을 기다린 것은 잔혹한 처형이었다.

조지 오웰은 사람들이 권력에 맹종하고 아부하는 순간 사회는 파시즘과 전체주의로 돌입하고,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고 했다.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지난 20여 년간 '우리 안의 파시즘'이 2.0 버전으로 업데이트되고 진화하는 동안, 우리의 민주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 우리 안의 파시즘, 그 후 20년. p 21

책의 제목이 '우리 안의 파시즘 2.0'이다.

나는 2.0에 두 가지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하나는 20여년(정확히 22년)이 지난 지금 '우리 안의 파시즘'을 다시 거대 담론의 장으로 소환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에 당대비평의 특집에서 최초 언급이 되었고, 이번이 두 번째 버전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제자리걸음이라고 개탄했지만, 20년의 세월을 녹여 낸 이 책은 결코 '제자리걸음'이 아니다.

능력을 결정적인 요소로 보는 인식이 만연하면,

엘리트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 존중받고 아무 능력도 없는 다수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다.

- 능력주의의 두 얼굴, p 40

우리는 '인천국제공항 항공사'와 '숙명여고 시험 유출 사건', '조국 사태' 등으로 '정당한 자격'에 대해 화두를 던진 이력이 있다.

당시 '자격 담론'은 뜨거운 감자였다.

자격 '있는' 사람과 자격 '없는'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저자 이진우는 우리를 사로잡은 단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능력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은 노력의 산물이며, 엘리트 계급사회의 수단으로 능력주의가 왜곡되었고,

민주적 공정사회의 목적으로서 능력주의로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솔루션은 '일자리'이다.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며 '바보야. 문제는 일자리야!'라고 말한다. 순간 뜨끔했다.

나 역시 '일자리'가 열쇠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자리 창출과 보장에 초점을 맞춰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엘리트의 능력주의적 오만을 내려놓고,

성공하는데 운이 작용한다는 사실과 성공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빚을 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상적 인종주의와 첫 번째 작동 방식은 특정 집단을 '우리'와 다른 그들로 구분하는 것이다.

두 번째 작동 방식은 특정 집단을 본질화하는 것으로, 인종적이고 문화적인 특징을 기반으로 특정 집단을 압축적으로 사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세 번째 작동 방식은 특정 대상이나 집단을 사회의 문제이자 관리해야 할 통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 너무 익숙해서 낯선 일상적 인종주의. p 115~117

나 또한 한국 사회에 인종주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을 찾아오는 이주민이 늘어나고 도처에 불체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살기 위해 일하고 있으며

k-pop 등으로 대변되는 한류 열풍으로 우리는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를 펼칠 수 없다.

우리는 한국인 이외의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나와 그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차별과 차이를 구별하는 혜안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강조 부사를 즐겨 쓰고 최상급을 애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신중하게 관찰하고 각별하게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많은 정치인이 강조 부사와 최상급을 즐겨 사용하며 허황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정작 알맹이 없는 공허한 말잔치를 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천의 언어, 천의 대화. p184

2022. 3. 19. 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대로 들린다.

후보 중 누가 '아주','특히', '정말로', '참으로', '전대미문의', '유일무이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장 엄청난' 등의

수식어를 쓰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검증할 테다.

저자의 조언과 충고를 교사 삼아 올해는 부사의 정치학에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테다.


이 책은 우리 '일상' 안에, 우리 '말과 생각' 안의 파시즘에 관해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아홉 명의 고해성사 같은 책이다.

읽는 내내 저자들의 신념이 구석구석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들러는 행동은 신념에서 나온다고 했다.

간디는 신념이 행동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신념을 쫓아 행동하는 지성이 있어 다행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어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목소리를 높여 감사하다.

한국 사회의 미래가 염려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 이 글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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