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11가지 이유 - 모든 게 터지기 일보 직전인 4050 여성들을 위한 인생 카운슬링
에이다 칼훈 지음, 노진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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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까지 박진감 넘치는 세월을 살았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살아남았다.'

남편이 승진한다고 회사에 목을 맬 때, 나 혼자 살림하고 아이 키우고 돈까지 벌러 나갔다.

그렇게 삼십 대를 훌쩍 지나고 나니, 초라하게 늙어버린 중년의 여성만 남았다.

푸르른 청춘은 온데간데없고, 제3의 성을 가진 아줌마만 남은 것이다.

작가는 40대부터는 더 이상 남을 위해 살 필요가 없다는 걸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자라면서 자신에게 품은 기대를 내려놓고, 우리를 지지해 주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힘든 시기가 영원하지 않음을 깨달으라고 소리 높여 말한다.

먼저 책을 읽은 아마존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40대는 한결 느긋해졌다.'라고 했다.

아마존 독자처럼 나 역시 느긋해지기 위해, 작가의 충고를 새겨 듣고자, 책을 펼쳤다.


이 책은 모든 게 터지기 일보 직전인 4050 여성들을 위한 인생 카운슬링이다.

작가는 미국 전역에 살고 있는 200명 이상의 4050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그녀들이 겪는 '결혼, 육아, 일자리, 돈, 인간관계, 경력단절, 젊음을 잃는 두려움' 등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화성에서 온 남자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금성에서 온 여성들의 애환과 고충을 이야기로 엮은 것이다.

눈 주위에 깊은 주름이 있고 팔 안쪽 살은 덜렁거리고 몸이 옆으로 퍼지기 시작한 뚱뚱한 아줌마, 에이다 칼훈

돈은 바닥날 수도 있고 바닥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간은 틀림없이 바닥날 것이라고 말하는 또 다른 여자.

이 나이가 되니까 내가 지금까지 뭘 했지? 내가 세상에 조금이라고 영향을 미쳤나?라는 의문을 제기한 밸러리.

남편이 절대, 죽었다 깨어나도 저녁을 준비할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멜리사.

매일 운동하고 자연식만 먹고 보톡스를 맞으며 '저기 저 촌스러운 아줌마는 누구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실리콘 밸리의 중역.

어른들도 재미있게 노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비즈.

XX 염색체를 가진 여성이라면 공통으로 느끼는 보편적 감정들이다.

작은 반도 국가에서 숨 쉬고 있는 중년 여성도 그녀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책을 다 읽고 느낀 원워드는 '동병상련'이다.

소개된 사연들과 인터뷰마다 소름이 돋는다.

파란 눈을 가진 여성이나, 까만 눈을 가진 여성이나 어쩜 이리 비슷할까 싶은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중년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에 겪은 절망감과 다시 싸우되,

죽음에 대한 성숙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시작하며. p24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간신히 지났더니, 순식간에 사십춘기가 찾아왔다.

중년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공공의 적, 두 가지와 싸워야 한다.

청소년기의 절망감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그것이다.

죽음에 대한 성숙한 통찰이라는 것은 '메멘토 모리'를 말하는 걸까?

로마제국 시절, 원정에서 승리한 장군이 개선문을 행진할 때 노예를 시켜 외치게 했다는 그 말.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마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것이 죽음에 대한 통찰력이 아닐까 싶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40대가 되면 집을 소유하고 통장에는 돈이 쌓여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40대가 되어도 스물다섯 살 때처럼 힘겹게 사는 경우가 많다.

취업 웹 사이트 커리어빌더에서 2017년 전국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노동자의 78퍼센트가 그날 벌어서 그날 먹고산다.

그리고 4명 중 3명은 빚을 지고 있다.

다섯 번째 이유. 돈에 대한 공포 p168

미국의 중년 4명 중 3명이 빚을 지고 있다면, 한국의 청년은 삼포, 오포, 칠포, 구포, N포 세대이다.

청년이 이 지경이니 중년은 말할 것도 없다.

삼포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것이고,

오포는 연애, 결혼, 출산, 경력, 집 마련을 포기한 것이다.

칠포는 연애, 결혼, 출산, 경력, 집 마련, 꿈(희망), 인간관계를 포기한 것이고,

구포는 연애, 결혼, 출산, 경력, 집 마련, 꿈(희망), 인간관계, 신체적 건강, 외모를 포기한 것이다.

N 포는 포기할 것이 너무 많아 셀 수 없는 세대를 말한다.

어느 계층이나 어느 세대나 미래는 암울하다.

청년에게는 내일이 없고, 중년은 열심히 살았는데 우울과 불안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계속 산다고 가정하면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을 것이다.

눈물 흘릴 있도 있고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가족을 돌보느라 부담을 느끼기도 할 테지만,

동시에 마트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다가 얼굴에 닿는 햇살을 느끼며 느닷없이

'참 좋은 날이네'하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으리라.

열 번째 이유. 새로운 내러티브. p 333

처음 책 표지에 '4050 여성들을 위한 인생 카운슬링'이라 적혀 있어 중년을 맞이한 여성들이 읽어야 할 책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야 할 대상은 비단 중년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20대는 이제 중년을 맞이한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30대는 다가올 중년을 준비하기 위해.

4050은 좀 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60대는 이미 많은 것을 해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지구별 여성이라면 모두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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