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화를 한다는 것 - 소통의 시대에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진정한 대화”와 “대화의 행복”
피에르 쌍소 지음, 이진희 옮김 / 드림셀러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대화를 한다는 것”을 읽으며 대화가 단순히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생각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우리는 대화법을 굳이 배워야 한다고 여기지 않지만, 권태와 의미 없는 말들이 섞이면 대화는 금세 활기를 잃고 끊어진다. 이 책을 통해 대화가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예술처럼 집중력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행위라는 점을 깨달았다. 대화를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하찮은 일로 보면 안 되며, 느림과 여유 속에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대화는 친구들이나 서로 연결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느꼈다. 영혼이 동하는 순간,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권태를 감지하고,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놀라게 하거나 경탄하게 할 수 있다. 대화의 매력을 몇 명의 친구들이 나를 공중으로 뛰어올려 걱정 없이 내려오는 순간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런 대화에선 재치나 부담감 없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대화는 적당히 중요한 추가 요소일 뿐이다. 성공적인 대화는 유쾌해야 하며, 삶을 나누는 따뜻한 행위로 다가왔다.
하지만 대화에는 방해꾼도 있다. 조롱꾼은 냉정한 시선과 무례함으로 결속력을 깨뜨리고, 감정의 분출을 우습게 여긴다. 이런 태도는 대화의 흐름을 망치며, 소셜 미디어나 TV 같은 일방적 매체가 진정한 소통을 대체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대화를 예술로 되살리려면 이런 적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발언자로서의 태도를 고민하며 “말하기 전에 혀를 두 번 굴리라”는 말을 떠올렸다. 수다쟁이는 끝없이 떠들며 자제하지 못하고, 긴 문장으로 본질을 흐린다. 나는 이런 사람의 장황한 이야기를 비장하고 고별하게 정리하고 싶어졌다. 말은 진심과 신뢰를 담아야 하지만, 너무 진지하지 않고 유쾌하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 책을 읽으며 가끔 진지하다는 말을 들었던 나를 돌아봤고, 진지함이 상황과 상대에 맞지 않을 때 부담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대화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상황에 맞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자로서의 역할은 더 깊은 성찰을 요구했다. 듣기는 신중함과 지나친 발언 욕구를 억제하는 증거이며, 상냥하고 현명한 태도로 상대를 지지하는 질 좋은 침묵을 제공하는 일이다. 듣기가 단순히 조용히 있는 게 아니라 상대를 빛나게 격려하는 행위라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대화를 할 때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파악하며, 판단을 유보하고 마음을 여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대화는 상대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관심을 끌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기회다. 모든 인간과 비슷하다는 안정감과 약간의 거리감 있는 사람과의 친밀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예의와 배려로 대화를 이끌면 끝난 뒤에도 좋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고, 폭력 없이 세상을 유쾌하게 만드는 기술로 다가왔다. 성공적인 대화는 경제함과 진중함이 어우러져야 하며, 근심을 강요하지 않고 “더 즐거운 일이 있으니 함께 춤추자”는 맹세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실용서라기보다 에세이로, 저자의 철학적이고 시적인 생각을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실질적인 조언을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지만, 경청과 말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더라도 다양한 사례와 느린 호흡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프랑스적 감성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대화가 삶을 평온하게 하고 깊이를 더한다는 점은 분명히 와닿았다. 대화를 예술로 비교하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상대와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움을 유념하며 유쾌하고 신뢰로운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이 책은 나에게 대화의 맛을 되새기게 했고,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느끼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