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 - 과학 전문기자가 전하는 세상 속 신비로운 이야기
모토무라 유키코 지음, 김소영 옮김 / 미디어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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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을 읽으며 과학 전문 기자인 모토무라 유키코가 전하는 세상 속 신비로운 이야기를 통해 일상과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류세, 즉 인류가 환경을 크게 변화시킨 시대를 과학의 렌즈로 탐구한다. 날씨와 기후 변화부터 건강, 기술, 환경, 우주까지, 다섯 개의 장을 통해 과학적 사고가 단순히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도구임을 깨닫게 했다. 저자는 복잡한 개념을 비유와 사례로 쉽게 풀어내, 과학이 멀게 느껴지지 않고 내 곁에 있는 도구처럼 다가왔다.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임신에 관한 이야기다. 여성은 타인의 유전자를 절반 물려받은 태아를 10개월간 몸에서 기르는데, 면역 체계가 이를 배척하지 않는 이유는 특수한 막 덕분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그 막은 옛날 인간에게 옮겨진 바이러스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과학적 발견이 인체의 신비와 연결되니 경이로웠다. 또 2021년 버진갤럭틱이 85km 상공에서 무중력을 경험하며 우주의 경계에 다다른 이야기는 앞으로의 우주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우주를 다룬 마지막 장은 천문학과 철학이 어우러져 내가 세상에서 어떤 존재인지 고민하게 했다.

기술과 사회를 다룰 때 NFT도 눈에 띄었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인 NFT는 블록체인으로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키는데, 코로나로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려 돈을 풀던 시기에 부유층이 새로운 투자처로 선택한 현상도 흥미로웠다. 환경 문제에서는 서큘러 이코노미의 핵심인 ‘사지 않고 계속 쓰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개념이 인상 깊었다. 플라스틱 오염을 화학적 분해 과정으로 설명하며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 부분은 내 생활 습관을 돌아보게 했다.

와인 제조를 과학과 예술의 융합으로 다룬 점도 흥미진진했다. 좋은 포도를 위해 햇빛, 적은 비, 배수, 통풍이 필요하고, 여기에 애정이 더해져야 한다는 설명은 떼루아라는 키워드와 연결됐다. 토지마다 다른 기후와 문화가 와인의 맛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이 과학적이면서도 낭만적이었다. 원숭이와 침팬지가 인간의 조상이라는 진화론적 이야기도 과학적 시선으로 세상을 읽는 데 한 조각을 더해줬다.

이 책은 과학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지적 여정이었다. 과학 기자의 시선을 빌려 세상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고,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가 아폴로 11호 달 착륙 시기에 나온 곡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우주와 인간의 연결고리를 느꼈다. 다만, 내용이 표면적으로 정리된 느낌이 들어 더 깊은 궁금증이 생겼다. 인공지능이나 환경 해결책에서 구체성이 부족해 아쉬웠고, 후란시스 아스크로프트의 ‘생존의 한계’처럼 논리적이면서 유머러스한 해설을 기대했던 나로선 약간 갈증이 남았다. 그래도 과학을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도 편안하게 다가왔고, 일상에서 과학적 시선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읽다 보니 ‘집주인과 나’ 같은 만화 에세이도 궁금해졌다. 이 책처럼 일상을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더 읽고 싶어졌다. 과학 입문자로서 세상을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첫걸음을 내딛게 해준 책이라, 호기심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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