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고백 - 천재의 가장 사적인 편지들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지음, 지콜론북 편집부 옮김 / 지콜론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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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책, 모차르트의 고백은 1769년 잘츠부르크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와 독일, 파리와 만하임을 거쳐 1781년 뮌헨으로 향하기까지, 모차르트가 남긴 편지를 시간의 흐름대로 따라가는 책이다. 편지는 여행지의 공기와 공연 성공의 흥분, 궁정에서의 굴욕, 첫사랑의 떨림,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의 절망까지를 숨김 없이 담고 있다. 이 순서 속에서 우리는 천재라는 껍데기에 갇힌 인물이 아닌, 사랑과 불안, 유머와 자존심이 뒤엉켜 있는 매우 ‘인간다운’ 모차르트를 만나게 된다.

가족에게 보낸 편지 속 모차르트는 장난스럽고 따뜻하며, 일상 속 사소한 기쁨을 과장된 애정 표현으로 전달한다. 그의 유머와 직설적인 말투는 오히려 그 시대 사람들의 생생한 체온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그는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치열한 직업 의식을 지닌 예술가였고, 항상 시간에 쫓기고 생활에 빠듯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멈추지 않았다. 편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에게 창작은 선택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호흡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모차르트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숨기지 않고 꾸준히 기록했다는 것이다. 기쁨이든 불안이든, 분노든 슬픔이든 있는 그대로 적어 내려가는 그의 방식은 오늘 우리의 삶에도 적용해 볼 만하다. 짧은 글이라도 지금의 마음을 솔직히 남겨두면 스스로를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되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잡는 힘이 생긴다. 또한 그는 가까운 이들에게 마음을 아끼지 않았고, 사랑과 감사의 표현을 망설이지 않았다. 이 점 역시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고 중요한 태도다.

모차르트는 자존심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결국 도움을 청해야 할 때는 솔직히 인정했고, 상실을 겪을 때는 이를 애써 외면하지 않았으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편지는 완벽함보다는 진실함이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다.

책, 모차르트의 고백은 음악가로서의 모차르트가 아닌, 사랑하고 흔들리고 버티며 성장하는 인간 모차르트를 알게 된 귀한 기회였다. 편지 한 장 한 장이 그의 목소리처럼 들렸고, 그의 음악을 다시 들을 때 더 깊고 넓은 감정의 결을 느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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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세계철학전집 6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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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사상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한 철학서이자 삶의 태도에 관한 안내서다. 제목은 다소 도발적이지만, '개처럼'이라는 표현 속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디오게네스 철학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회적 위선과 허위의 가면을 벗고 인간 본성에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용기를 일깨운다.

디오게네스는 기원전 4세기 아테네에서 활동한 견유학파의 대표적 인물로, 권력과 부, 체면과 관습을 거부하며 오직 자연과 본성에 따라 사는 삶을 추구했다. 광장에서 빵을 먹고 항아리를 집 삼아 살며, 한낮에 등불을 들고 "나는 사람을 찾는다"고 외친 일화는 그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앞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았던 그는 자유와 진실을 지키는 삶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유냐 존재냐를 통해 존재론적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가볍고 산뜻하게 살아가는 기쁨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디오게네스의 철학은 극강의 정점에 서 있음을 발견한다. 주거의 크기를 작게 하면서도 본질적 가치와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는 수천 년 전 그의 실천과 맞닿아 있다.

디오게네스는 진정한 자유를 추구했으며, 그 자유를 기이한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위선에 가까운 사회 기준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타인의 얼굴에 침을 뱉거나 길거리에서 풍기문란을 일으키는 등 그의 행동은 괴팍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그는 위선을 싫어했고 자신이 추구하는 자유를 짐승인 개와 비유했다. 개는 위선도 가식도 없이 감정 그대로를 드러낸다. 그런 척, 안 그런 척하는 사회적 매너와 예절을 위선으로 여긴 것이다.

견유학파는 자연에 따라 자유롭고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핵심으로 한다. 행복은 외적 조건에 좌우되지 않으며,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디오게네스는 추방형을 받았을 때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처벌한 이들에게 체류형이라는 맞대응을 했다. 자유가 없는 삶이야말로 형벌임을 깨닫게 한 것이다.

그의 사상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행복론에서는 불필요한 것을 줄이면 삶이 가벼워지고 작은 것에도 만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유욕에 대해 경계하며, 신이 이미 완벽한 도구를 주었는데 왜 인위적인 것을 소유해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단순한 삶이 행복의 지름길임을 강조한다.

둘째, 실천론에서 그는 자신을 놀리는 사람들에게 개처럼 행동하며 오줌을 갈김으로써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우스운지 보여주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관계는 과감히 끊어내되, 복수가 아닌 돌아봄을 일깨우고자 했다.

셋째, 진실론에서는 외모를 자랑하는 이에게 "네 얼굴은 네 부모의 공로다"라며 겸손함을 알렸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무력해지지만 올바른 심성을 가진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끝까지 기억된다는 것이다.

결국 디오게네스는 허식, 허례, 허위, 위선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라고 말한다. 남과 세상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 기준에 얽매여 살았는지 살펴본 다음 그것을 벗어던지라는 것이다. 본질을 보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후회는 못한 일에서 생기지 했던 일에서 생기지 않는다고 설파한다. 운명이 허락하는 만큼 누려라, 그 자체로 인생은 아름다울 것이라는 그의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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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 협상 수업 - 복잡한 심리전에서 무조건 이기는 설득의 프레임
조슈아 와이스 지음, 김용준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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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기존의 협상 관련 서적들과 차별화된 접근을 취한다. 대다수의 협상 서적이 성공 사례와 승리의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이 책은 협상의 실패로부터 배우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저자 조슈아 와이스는 하버드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을 정립한 전문가로, 한 독자의 제안을 계기로 실패에서 얻는 교훈의 가치에 주목하게 되었다.

협상에 대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는 기회가 되어 유익했다. 실제 협상 현장에서는 윈윈 게임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며,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복잡한 협상일수록 실패 확률은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협상 실패 후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식에 집중한다.

책의 핵심은 5단계 프레임워크로 구성된다. 수용하기, 분석하기, 올바른 인사이트 얻기, 약점 버리기,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의 단계를 통해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각 단계는 실패 후 느끼는 부정, 불안, 분노, 슬픔, 수용, 문제해결의 감정 곡선과 연결되어 있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협상의 핵심 기술로 문제해결 능력, 자기주장, 공감능력, 분석 및 준비, 어려운 대화 나누기 등 8가지를 제시한다. 협상 당사자들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근본적인 이해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성공적인 협상의 첫걸음임을 강조한다. 또한 협상의 성격이 비슷하더라도 참여자, 방식, 신뢰 정도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하며, 타협이 항상 최선책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실무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책의 내용은 친숙하게 다가온다. 실패에서 배움을 얻는다는 개념 자체가 협상뿐 아니라 인생의 여러 영역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주영 회장이 실패를 감추려는 사람을 피해야 할 유형으로 꼽았듯이, 실패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행보는 크게 달라진다. 학교에서는 성공하는 방법을 배우지만, 사회에서는 시행착오를 통한 배움이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체계적인 전략을 통해 실패를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협상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는 저자의 오랜 연구와 교육 경험이 녹아있어 설득력이 있다. 협상의 성공에 집중한 기존 서적들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실패를 통한 성장이라는 관점을 더함으로써 더욱 완벽한 협상가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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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외로움은 삶의 방패가 된다 -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고 나를 지키는 고독의 힘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장은주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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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외로움은 삶의 방패가 된다를 읽으며 현대인의 고민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SNS를 통해 유대관계를 원하지만 결국 그 관계에 얽매여 힘들어한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자기만족보다 사람들에게 휘둘리며 살아가는 것이 오늘날 많은 이들의 고민이다. 흥미롭게도 책에서는 일본인과 미국인이 이러한 태도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책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디지털 디톡스와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주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혼자 있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라는 것이다. 연결을 끊을 권리, 즉 right to disconnect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차분히 만들어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특히 독서의 의미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독서는 단순히 교양을 쌓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고 시야를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저자는 무리를 짓는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시간 중 일부를 자신과 전혀 다른 상대와 유대를 맺거나 독서를 하는 데 써보라고 권한다.

혼자 있는 것을 청승맞다고 여기는 생각부터 버릴 필요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갖는 것, 무엇을 할지 스스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 자극에 반응하기만 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자극을 만들어내는 습관을 갖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마쓰시타 전기, 현재의 파나소닉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남긴 글이 특히 귀감이 되었다. 그는 매 순간순간이 승부라는 생각으로 일에 임하는 자세가 없으면 전혀 창조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나만의 시간에 온전히 몰입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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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왕 정세권 - 집을 지어 나라를 지킨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
김경민 지음 / 와이즈맵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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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건축왕 정세권을 읽으며 부동산 개발의 역사적 측면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고, 우리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알게 되어 매우 유익했다. 무엇보다 평소 친숙하게 여겼던 북촌과 익선동의 진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 의미 깊은 독서였다.

정세권은 북촌과 익선동 한옥마을을 만든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이자, 조선물산장려운동을 주도한 애국지사, 조선어학회 큰사전 완성에 힘쓴 민족운동가다. KBS 다큐멘터리 경성의 건축왕, 정세권으로도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번 책을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대학 시절 북촌 일대를 수없이 드나들며 건물들의 노후도와 층수를 조사하고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북촌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그 이면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청계천을 기준으로 남측을 남촌, 북측을 북촌이라 불렀는데, 일본인들은 남촌에 많이 거주하며 북촌까지 차지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이때 정세권이 나타나 건양사를 통해 북촌 땅을 매입했다. 그는 큰 필지를 작은 필지로 분할하고, 부유한 일본인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달 조금씩 돈을 갚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 창신동은 원래 부자들이 살던 곳이었으나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가득 차 가난한 동네가 되었고, 남촌은 일본인들이 차지했으며, 서측으로는 확장성이 없었기에 그는 북촌을 선택했다.

익선동을 거닐다 보면 외국인들이 이런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평가한다며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세권은 영화로 만들어져도 마땅할 만큼 대단한 인물인데, 우리는 왜 그를 몰랐을까. 그의 자서전을 쓰려던 사람이 북한으로 납치되는 등 여러 사연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이라도 이러한 역사를 알게 되어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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