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ㅣ 세계철학전집 6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사상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한 철학서이자 삶의 태도에 관한 안내서다. 제목은 다소 도발적이지만, '개처럼'이라는 표현 속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디오게네스 철학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회적 위선과 허위의 가면을 벗고 인간 본성에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용기를 일깨운다.
디오게네스는 기원전 4세기 아테네에서 활동한 견유학파의 대표적 인물로, 권력과 부, 체면과 관습을 거부하며 오직 자연과 본성에 따라 사는 삶을 추구했다. 광장에서 빵을 먹고 항아리를 집 삼아 살며, 한낮에 등불을 들고 "나는 사람을 찾는다"고 외친 일화는 그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앞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았던 그는 자유와 진실을 지키는 삶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유냐 존재냐를 통해 존재론적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가볍고 산뜻하게 살아가는 기쁨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디오게네스의 철학은 극강의 정점에 서 있음을 발견한다. 주거의 크기를 작게 하면서도 본질적 가치와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는 수천 년 전 그의 실천과 맞닿아 있다.
디오게네스는 진정한 자유를 추구했으며, 그 자유를 기이한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위선에 가까운 사회 기준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타인의 얼굴에 침을 뱉거나 길거리에서 풍기문란을 일으키는 등 그의 행동은 괴팍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그는 위선을 싫어했고 자신이 추구하는 자유를 짐승인 개와 비유했다. 개는 위선도 가식도 없이 감정 그대로를 드러낸다. 그런 척, 안 그런 척하는 사회적 매너와 예절을 위선으로 여긴 것이다.
견유학파는 자연에 따라 자유롭고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핵심으로 한다. 행복은 외적 조건에 좌우되지 않으며,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디오게네스는 추방형을 받았을 때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처벌한 이들에게 체류형이라는 맞대응을 했다. 자유가 없는 삶이야말로 형벌임을 깨닫게 한 것이다.
그의 사상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행복론에서는 불필요한 것을 줄이면 삶이 가벼워지고 작은 것에도 만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유욕에 대해 경계하며, 신이 이미 완벽한 도구를 주었는데 왜 인위적인 것을 소유해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단순한 삶이 행복의 지름길임을 강조한다.
둘째, 실천론에서 그는 자신을 놀리는 사람들에게 개처럼 행동하며 오줌을 갈김으로써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우스운지 보여주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관계는 과감히 끊어내되, 복수가 아닌 돌아봄을 일깨우고자 했다.
셋째, 진실론에서는 외모를 자랑하는 이에게 "네 얼굴은 네 부모의 공로다"라며 겸손함을 알렸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무력해지지만 올바른 심성을 가진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끝까지 기억된다는 것이다.
결국 디오게네스는 허식, 허례, 허위, 위선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라고 말한다. 남과 세상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 기준에 얽매여 살았는지 살펴본 다음 그것을 벗어던지라는 것이다. 본질을 보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후회는 못한 일에서 생기지 했던 일에서 생기지 않는다고 설파한다. 운명이 허락하는 만큼 누려라, 그 자체로 인생은 아름다울 것이라는 그의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삶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