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편집디자인 강의 with 인디자인

편집디자인 강의 with 인디자인 - 10년차 디자이너에게 1:1로 배우는, 개정판
황지완 지음 / 한빛미디어 / 2019년 10월

이 책을 펼치고 깜짝 놀랐다. 책 앞부분에 샘플 종이 몇가지를 함께 엮어 두었다. 만져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디자인을 배우는 입장에서 새로운 종이나 후가공 방식은 빨리 접할수록 유리하다. 소비자들은 고급스럽고 새로운 방식의 결과물을 원한다. 고인 물은 썩듯이 과거의 방식을 추구하는 디자인 회사는 오래가기 힘들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들에게는 유연한 생각이 요구된다.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아는 디자인 스킬도 중요하지만 유연한 생각을 발휘해서 목적에 맞는 디자인을 구상해 낼 줄 아는 구상력과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읽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요즘 편집디자인 분야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인 ‘인디자인’을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오랜 시간 인쇄디자인 분야에 있던 사람들은 아마도 쿽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디자인 분야에서 경력단절이 된지 5년이 넘는 나도 어쩌다 디자인 회사를 찾으면 아직은 쿽이 대세지만 인디자인으로 서서히 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디자인일을 할 예정이라면 인디자인을 배우는 일은 필수다.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알아야 할 것들을 모두 담은 책이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으면 알기 힘든 상식도 담았다. 각 파트 마지막 부분엔 10년차 선배의 멘토링이라는 이름으로 팁을 제공한다. 디자이너의 비밀 노트라는 페이지도 아주 유용하다. 그리고 많이 실수하거나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된 페이지도 제공한다.

 이 책은 인쇄물 디자인에 특화되어 있는 책인 만큼 CMYK 색상 부분도 상세하게 다뤘다. 종이의 종류와 후가공, 판형 등에 대해 상세하게 다뤘기 때문에 북디자인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자 한다.

[오늘의 한문장] 마인드 바이러스

어떤 글을 한 뭉치 복사한다고 해서 그게훌륭한 밈이 되는 건 아냐. 하지만 그 복사한 종이들을 나누어주고 사람들이 그걸 기억해 인용하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훌륭한 밈이되는 거지

[서평] 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 꿈, 무의식, 그리고 정신분석 이야기
윤설 지음 / 새움 / 2019년 9월

이 책은 심리상담가인 저자의 에세이 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의 자라온 생애에 대한 이야기다. 내담자들과의 이야기나 심리 상담에 대한 이야기도 신기하고 재미있었지만 나에게 특히 와 닿는 부분은 저자의 가족이야기였다. 나의 어린 시절과도 닮아있어서 그렇다.

저자가 비밀상자나 비밀의 문을 열어 재낄 때마다 빨강머리 앤이 생각났다. 망상에 빠진다고 늘 타박 받던 아이. 하지만 누구보다 아름답고 굳세게 세상을 살아가던 빨강머리 앤의 그 공상하는 취미가 우리의 정서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동의한다.

나는 맞벌이하는 부모님과 공부하느라 늦게 들어오던 언니, 오빠 덕분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할머니는 집안일을 하시느라 바쁘시고 나는 혼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곤 했다. 특별한 장난감이 없이 공책하나 펼쳐내서 이것저것 상상대로 찌끄리는 것이 좋았는데 그때 만든 내 마음속 공간은 지금도 나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곤 한다. 맨탈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혼자만의 마음속 공간이 그만큼 넓기 때문에 아닌가 싶다.

가난한 집 막내딸이었던 나도 엄마에게 설움 꽤나 받았더랬다. 그 설움은 아이를 낳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여전히 나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저자가 상담을 했던 아이, 엄마로부터 받은 거절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게 되어 사회생활에 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 전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이 책은 나의 무의식을 자극했다. 엄마에게 거절당하고, 차별 받고 욕을 먹으며 느꼈을 모멸감을 생각하니 갑자기 분노와 함께 떠오르는 나의 과거 기억에 책을 여러 번 폈다 접었다 했다. 캔디양면자석필통 이야기는 정말 공감했다. 그 후에도 이어지는 엄마의 차별... 그 시절 태어난 둘째딸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후벼 판다.

언젠가 내면의 소리를 들을 용기가 생길 때 나도 상담을 받아보고자 한다. 과거의 상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내가 내 아이에게 상처를 대물림 할까 두렵다. 부모로부터 어린 시절 받는 상처가 살아가는 내내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평] 신비아파트 고스트볼X의 탄생 최강 동물 따라그리기

신비아파트 고스트볼X의 탄생 최강 동물 따라그리기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9월

신비아파트 처럼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도 없다. 어린이집 다니는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을 아우른다. 캐릭터 상품은 고가지만 많이들 산다. 우리집에도 무수히 많은 신비아파트 책과 장난감이 있다. 아이는 무서워서 혼자 애니를 보지도 못하면서 용하게도 모든 캐릭터를 외우고 있다. 길에서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면서도 캐릭터 이름을 이야기 하고 아는 체를 한다. 이미 많은 신비아파트 책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을 가져다 주니 신나서 자신의 방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책을 받은 후 바빠서 아이에게 색연필과 책을 펴 주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보니 신비를 칠해 두었다. 예전엔 한가지 색이나 여러 색을 마구 섞어 모든 공간을 칠했었는데 이젠 제법 색과 칸에 맞춰 칠한다. 이거보고 우리아이가 많이 컷음을 느꼈다. 게다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단의 한글 따라쓰기도 해 놨다. 연필쥐는 법을 가르쳐 주고 상하 좌우 선긋기만 해 봤는데, 요즘 한글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가 저렇게 따라서 써 놨다. 신비아파트 캐릭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한글 공부도 되는 모양이다.

책의 좌측에는 따라 그릴 수 있게 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그림에 색을 칠할 수 있는 컬러링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컬러링 페이지 하단에는 이름을 따라 써 볼 수 있는 칸이 있어서 한글에 관심있는 아이들에게 학습을 유도할 수 있다. 신비와 금비, 그리고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이 소개되어 있다. 마지막 페이지엔 캐릭터 그림자 맞히기와 이름 찾기도 있다. 좌측의 따라 그리기는 엄마를 위한 페이지 같다. 이걸 보고 스케치북에 따라 그려주면 아이가 뛸듯이 기뻐한다. 엄마는 화가라고 하면서 엄지 척, 괜히 내 어깨가 으쓱해진다. 내가 그린 위에 색칠을 하며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 책 안의 캐릭터를 모두 그려주겠노라 의지를 불태웠다.

[서평] 신비아파트 고스트볼X의 탄생 조물조물 귀신 클레이 만들기

신비아파트 고스트볼X의 탄생 조물조물 귀신 클레이 만들기
신효진 지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9월

이렇게 알찬 책 오랜만이다. 지금껏 많은 신비아파트 책을 보았지만 이처럼 좋아하는 책이란. 엄마로서 끝없는 숙제를 부여받은 것 같지만 아이가 너무 신나하니까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이 책에는 신비아파트에 등장하는 귀신을 손수 클레이로 만들어볼 수 있는 법이 나와있다. 그것도 과정샷을 하나하나 꼼꼼히, 동영상도 보며 만들어 볼 수 있다. 심지어 클레이 초보자를 위한 준비물이나 기본모양 만들기 등 클레이 아트 기초가 실려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26개의 귀신 만드는 법이 나와있다. 각 페이지에는 캐릭터의 이름과 간단한 대사가 소개되어 있고 동영상이 재생되는 QR코드도 나와있다.

저자는 클레이 아티스트 신효진씨다. 클레이 아티스트로서 방송 출연은 물론이고 여러 책을 내기도 했다. 그정도로 전문가인데 이 책에 실려있는 클레이 만드는 법은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전문가 이기 때문에 어떻게 초보자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야 하는지 신박하게 아시는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클레이를 만들다보면 시간 순삭이다. 내가 만드는 클레이를 보며 아이가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보람찬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만 들이대면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울다가도, 떼 쓰다가도 울음을 뚝 그친다. 오늘도 해 질녘 놀이터에서 더 놀겠다는 아이의 먼지투성이 손을 잡고는 '신비아파트 귀신 클레이 만들자'라는 한 마디로 컴백홈에 성공!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고 싶은 부모라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