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 꿈, 무의식, 그리고 정신분석 이야기
윤설 지음 / 새움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심리상담가인 저자의 에세이 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의 자라온 생애에 대한 이야기다. 내담자들과의 이야기나 심리 상담에 대한 이야기도 신기하고 재미있었지만 나에게 특히 와 닿는 부분은 저자의 가족이야기였다. 나의 어린 시절과도 닮아있어서 그렇다.

 

저자가 비밀상자나 비밀의 문을 열어 재낄 때마다 빨강머리 앤이 생각났다. 망상에 빠진다고 늘 타박 받던 아이. 하지만 누구보다 아름답고 굳세게 세상을 살아가던 빨강머리 앤의 그 공상하는 취미가 우리의 정서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동의한다.

 

나는 맞벌이하는 부모님과 공부하느라 늦게 들어오던 언니, 오빠 덕분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할머니는 집안일을 하시느라 바쁘시고 나는 혼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곤 했다. 특별한 장난감이 없이 공책하나 펼쳐내서 이것저것 상상대로 찌끄리는 것이 좋았는데 그때 만든 내 마음속 공간은 지금도 나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곤 한다. 맨탈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혼자만의 마음속 공간이 그만큼 넓기 때문에 아닌가 싶다.

 

가난한 집 막내딸이었던 나도 엄마에게 설움 꽤나 받았더랬다. 그 설움은 아이를 낳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여전히 나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저자가 상담을 했던 아이, 엄마로부터 받은 거절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게 되어 사회생활에 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 전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이 책은 나의 무의식을 자극했다. 엄마에게 거절당하고, 차별 받고 욕을 먹으며 느꼈을 모멸감을 생각하니 갑자기 분노와 함께 떠오르는 나의 과거 기억에 책을 여러 번 폈다 접었다 했다. 캔디양면자석필통 이야기는 정말 공감했다. 그 후에도 이어지는 엄마의 차별... 그 시절 태어난 둘째딸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후벼 판다.

 

언젠가 내면의 소리를 들을 용기가 생길 때 나도 상담을 받아보고자 한다. 과거의 상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내가 내 아이에게 상처를 대물림 할까 두렵다. 부모로부터 어린 시절 받는 상처가 살아가는 내내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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