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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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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고 한껏 조용한 캠퍼스 라이프를 보내기로 마음먹은 대학 신입생 다바타 가에데. 하지만 우연히 강의실 옆자리에 앉은 4차원 여학생 아키요시에게 점점 휘말려들면서 거창하게도 세계 평화를 위해 지금 당장 모든 무기를 내려놓자는 동아리 '모아이'를 결성하게 된다. 순수한 이상을 추구하는 단둘만의 비밀결사 모아이는 소소한 활동을 펼치는데......

3년 뒤, 어느덧 모아이는 취업용 인맥 쌓기 동아리로 변질되고 말았다. 새로운 미래를 꿈꾸던 아키요시는 이미 이 세계에 없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졸업 전에 모아이를 무너뜨려야 한다.

이상을 되찾아올 것이다, 아키요시를 위해.

도서뒷면 줄거리 발췌




누구나 자신을 이상을 동경하며, 쫒아가고 결국 좌절한다.

세간에선 이른바 '이상론' 이라는 일컬어지는 이것은 이를 테면 '이 세상에 폭력이 없으면 좋겠어!'와 같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오로지 추상적인 이상을 말한다. 하지만 대게 그런 류의 이상론이 그렇듯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현 가능성이라곤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일정한 나이가 차면 그런 이상론 따위 '히어로가 없는 이상 있을 수 없어!' 라며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등을 돌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이상론을 대학생이나 되어서도 떠벌리는 바보가 있다면 어떨까? 3교시 일반 교양과목, '평화구축론'에서 본작의 히로인 격인 아키요시는 앞서 말했던 '이 세상에 폭력이 없으면 좋겠어!'처럼 자신만의 바보 같은 이상론으로 강의실을 한 바탕 웃음바다로 만들며 이 소설이 전개된다.

여기서 잠깐, 주인공인 다바타와 더불어 아키요시의 성격을 짧게 소개하자면 먼저 주인공인 다바타는 '섣불리 타인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를 인생 테마로 삼은 평범한 대학생으로, 그의 인생 테마에서도 엿볼 수 있듯 타인의 접촉을 무척 꺼려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아키요시, 그녀는 앞선 해프닝으로도 알 수 있듯 자신의 이상론을 한껏 펼치며 추구하려는 쾌활한 성격을 가진 여대생이다.

이렇게 설명해놓으니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을 듯 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아키요시는 다바타에게 눈길이 간 건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그녀는 곧잘 다바타에게 다가가 그 때마다 자신의 이상론을 늘어놓았다. 그 횟수가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두 사람은 관계는 점점 발전해나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바타는 아키요시의 그 순수함이 지닌 이상을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렇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로부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아키요시는 이른바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을 만든다.' 라는 신념을 가진 동아리, 일명 '모아이'를 세운다. 하지만 부원은 아직 아키요시 그녀 한 명 뿐이었고, 달랑 그녀 혼자 부원으로 있는 '모아이'가 동아리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결국 아키요시는 모아이에 다바타를 끌어들인다. 처음엔 모아이 활동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던 다바타였지만 어느 샌가 그는 모아이에 빠지게 되고, 신규 부원도 차츰 늘어갔다.

...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모아이는 부원이 두 명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규모로 커져있었다. 햇병아리였던 다바타도 어느새 졸업을 앞둔 4학년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흐른 시간만큼이나 모아이 내부에서도 많은 변화가 오갔다.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을 만든다.'였던 모아이의 신념은 빈껍데기에 불구한 캐치 프라이드로 전락했고, 일종의 자기계발을 목표로 한 동아리 활동도 언제부턴가 더 수월한 취업을 위한 하나의 사교모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대게, 세상 많은 것들이 그래왔듯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외부에 노출된 이상은 말이다. 하물며 자연의 섭리가 이런데 인간의 무리라고 다를 수 있을까.

인간은 경험으로 자신을 확립해가고, 자신을 확립해감으로써 비로서 성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는 수시로 변화한다.

그것은 모아이도 마찬가지였다. 부원이 늘고, 활동량이 증가하고... 현실의 기로에 가로막혀 이상을 쫒던 아키요시가 없어짐에 따라, 순수한 이상을 쫒을 수 없게 된 것에 따라 우선 순위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현실을 봐.'같은 한마디처럼 잔혹한 말은 어디에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다바타도 변질된 모아이를 경멸한 만큼이나 내심 마음 한구석에선 모아이의 변질을 이해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막상 다바타 자신도 이상을 버리고 거짓과 과장이 점철된 자기소개서로 면접에 붙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아키요시가 처음부터 추구했던 이상 같은 건 실현 불가능하다고. 그녀가 처음 모아이를 설립 했을 때의 이상이 언제까지고 이어질 수 없다고. 그렇게 내심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미숙함은 그것을 받아들이길 완고히 거부했다. 탓에 응어리진 그 부정은 "지금의 모아이를 부숴버리자."라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하는 도화선이 되어버렸고 그 결과 다바타는 친구 도스케와 함께 '모아이 무너뜨리기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사실 다바타는 '모아이 무너트리기 계획'을 한편으로 원래의 모아이를, 모아이 속 자신이 있을 수 있었던 곳을, 순수하게 이상론을 떠들어대던 아키요시의 찬란함을 되찾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의 본심이 어땠던지 결국 모아이는 변질되어버렸다.

원래 인간이란 그렇다. 무언가에 애정을 쏟게 되면 나중에 그것이 자신의 기대를 져버렸을때 좋아했던 만큼의 실망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분노를 느껴버린다. 일찍이 다바타는 '자신이 자신으로써 있을 수 있던 공간'이었던 모아이에 큰 애정을 느끼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아이는 이상을 쫒을 수 없는 곳으로 바뀌어버린다. 이윽고 다바타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그의 수중에 남은 것은 모아이를 향한 혐오와 분노였다.

그렇기에 다바타가 모아이에서 느낀 분노를 나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고 시종 그것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독서에 임했다. 하지만 이해하며 읽었다는 것과 공감하며 읽었다는 것은 상당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

첫 장에서 마지막장으로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정돈되지 않은 감정이 먼저 앞서가는 다바타를 보며 나는 그가 어째서 이렇게 까지 되어버린 것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결국엔 그가 하는 행동에 대해선 전혀 공감할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다바타가 하는 행동이 찌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작가는 다바타를 통해 그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갓 입학한 풋내기 대학생이었던 다바타가 변질된 모아이를 받아들이고 비로소 '어리고 아리고 여린 마음'을 탈피해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생각해보면 대학이란 본래 갓 성인이 된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지식과 경험의 척도를 공유하는 학문의 장이었다. 자신의 여지껏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배우는 신성한 공간. 하지만 현재의 대학은 그 말이 무색할 만큼 꿈 없는 청춘들이 당연하게 거쳐 가야하는 취업을 위한 일종의 관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내겐 변질된 모아이가 오늘날 씁쓸한 대학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이상'을 버려야 한다는 잔혹한 시련을 극복해야만 하는 우리. 그 잔혹한 시련에 이따금씩 사람들은 다바타처럼 그 시련에서 눈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런 눈 돌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원래 사람이란 그렇게 상처 입고, 상처 입히면서, 성장해가는 존재이기에. 그렇기에 나는 그 사소한 현실 도피마저도 나중에 이르러선 진귀한 인생의 양분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결국 초중반부의 다바타처럼 끝까지 이상을 버리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가 혹은, 후반부의 다바타처럼 이상을 버리고 어른이 되기를 택하는가, 그 선택은 이 서평을 읽고 있는 각자의 몫인 셈이다.


이제 곧 대학생이 될 사람들에게, 혹은 지금 대학생인 사람들에게 7월 여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이 시기에 특히나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위 도서는 컬처 블룸에서 진행하는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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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하리 오싹한 썸데이 1 - 축제의 밤 편, 호러 로맨스 코믹북 기억, 하리 오싹한 썸데이 1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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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일까, 사랑일까?
하리와 강림의 미묘한 관계는
라이벌이 등장하며 더욱더 꼬여만 가고
새롭게 시작한 동아리 활동에서는
기묘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모든 게 서툴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이 순간.
하리는 학교생활과 사랑,
모두 다 잡을 수 있을까?

도서뒷면 줄거리 발췌

국산 애니메이션 신비 아파트의 웹 드라마를 코미컬라이즈한 동명의 아동 만화책이다. 나는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축에 속했는데, 그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그래서 신비아파트 444호가 첫방송 할 때부터 봐왔다. 그 당시 신비

아파트에는 지금처럼 고스트 볼 같은 요괴워치를 벤치마킹한 요소는 없었고 주요 시청 연령층도 높았는지 국산 어린이 공포 애니로써 괜찮은 편에 속했다. 그래도 탑은 학교괴담이지만. 그래서 첫 회를 본 뒤로 계속 정주행 했는데 이게 당초 3부작?

4부작? 으로 구성된 작품이라서 계속 재탕하면서 정말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속편 제작 예정이 있는지 고객센터에 메일도 보냈으니... 그때 답변은 아직 없다, 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뒤로 계속 잊고 살다가 우연히 투니버스에서 신비아파트 444호 후속작 고스트볼의 비밀이 방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기대하면서 1화를 보았다. 감상 결과 전작 보다 유치해지고, 고스트볼이라는 요소가 들어가서 많이 실망했지만, 그래도 완결까지 봤었다. 그 이후로 고스트볼x도 나왔지만 몇 화보다가 유치해서 관뒀다. 확실히 캐릭터들 외모는 잘생겼다. 특히 남캐. 근데 얘들이 초등학생이라서... 엄청 아쉬웠다. 차라리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으로 해달라고! 싶었다. 그럼 3기도 봤을 텐데...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원작으로부터 3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 기억, 하리라는 이름의 실사 드라마가 방영한다. 근데 난 솔직히 제목부터 여주 이름 ‘하리’에 ‘기억’을 붙인 기억, 하리 라는 제목 부터가 오글거려서 안 봤다. 캐릭터들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으로 나오면 좋겠다고 그렇게 외치던 주제에 ㅡㅡ 그러던, 우연히 코믹스화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즘 서평단 활동이 뜸하기도 했고, 가볍게 보기 좋다 싶어 겸사겸사 서평단을 하기로 했다.

처음 받았을 때 가격대비 페이지 수가 적은 것 같아 그 점이 흠이긴 했지만 나머지는 아이들 만화임을 감안하면 적당한 편이다. 우선 1권의 주된 내용은 BJ를 꿈꾸는 현우의 웹콘동 동아리 가입 후로 하리와 그 주변 친구들에게 일어난 호러, 괴기 사건에 대해서이다. 근데 호러라는 장르는 그냥 원작이 호러니까 덤으로 넣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안 무섭다. 귀신이 20페이지부터 너무 뜬금없이 나오는데 그 특유의 호러 물을 볼 때의 그 심리적 공포가 생기기도 전에 갑자기 나오니, 엥? 벌써...? 하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게다가 귀신도 그냥 강림이 부적 맞고 성불되었다. 그리고 귀신이 무섭기 보단 예뻤다. 뭐 근데 애들 만화라서 공포를 기대하고 봤던 건 아니다. 애초에 장르가 호러보다는 삼각관계 로맨스에 가깝다. 애초에 그림체도 순정만화 쪽이다. 읽다보니 오히려 어설픈 느낌의 호러 시스템들이 스토리를 해치는게 아닌가 하는 감상도 들었다. 하지만, 로맨스 파트는 흡족했다. 강림이 멋있게 잘 뽑혀서. 역시 초등학생보단, 중 고등학생이 등장 인물인게 더 몰입된다. 초등학생 캐릭터가 멋진 대사 뽑아내면 뭔가, 현실과 매칭이 안되서 말이다. 그리고 교복은 정장 기반이라 여캐나 남캐가 입으면 예쁘기도 하지만 특유의 그, 풋풋함과 청순함이 있다. 괜히 아이돌이나 걸그룹 멤버들이 교복 입고 춤 추는게 아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 읽었을 때 이게 신비아파트로부터 3년 뒤의 에피소드가 아닌, 설정과 캐릭터만 따온 동명의 작품인 줄 알았다. 이게 본편으로부터 3년 뒤 에피소드란 것 을 알게 된 것은 작품 조사 도중이었다. 그도 그럴게, 캐릭터 설명에 신비랑 하리 동생도 없었고 애니판과 달리 하리는 아예 퇴마술을 못하는 것처럼 나왔으니, 게다가 시은이도 믿기지 않게 밝아진 모습이었고, 하리는 일단 나이를 좀 먹어서 그런가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애니판이 좀 오버다 싶을 정도이기도 했지만.

종합적으로 요약해서 다시 말하자면, 호러 물로써는 아쉽다. 아니, 아예 호러 물로썬 아니다. 아이들은 무서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삼각관계 로맨스로 보면 상당히 괜찮았다. 풋풋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전개가 좀 빠른게 아닌가 쉽다. 그래도 이정도면 기대 이상. 다음에 2권 서평단도 모집하게 되면 참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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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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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고 부서지더라도
결국, 삶이란 이토록 다정한 것

"고향을 떠나 도착한 이 도시는
꿈과 희망, 회한, 슬픔을 잠들게 하는 커다란 묘지였다."

모두들 참 대단하다, 모두 애쓰고 있구나.
사람의 목숨에 끝이 있는 한,
사람이 어머니로부터 태어나는 한,
'상싱'이라는 슬픔과 공포를 마주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도서뒷면 줄거리 발췌

이 도쿄타워라는 소설을 읽기 전에 느꼈던 첫인상과 속에 있는 내용은 상당히 달랐기에 읽으면서 처음에는 약간 아쉽기도 했고, 실망하기도 했다. 표지를 몽환적으로 장식하는 은은한 분홍빛의 왕벚나무와 거기에 누워있는 분홍빛 초승달. 그 앞에 자리 잡은 도쿄 타워와 개미 떼만치 작아 보이는 수목들. 그런 표지의 요소로 인해 이 소설은 도쿄 타워를 소재로 전개되는 애틋한 연애 소설일 것이다. 라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또 거기에 더불어 파스텔 톤의 분홍의 띠지에 적힌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전철에서 읽는 건 위험하다.”라는 일본 어느 독자의 감상평 같은 프레이즈와 입소문을 타고 더블 밀리언셀러를 달성한 일본 국민소설! 이라는 소설의 흥행 성적을 알리는 홍보 문구는 감동 계열의 소설을 선호하지만, 근래동안 서브 컬쳐 경소설이나 만화책 같은 것만 읽느라 감동 계열 장르의 소설은 고사하고 아예 소설을 멀리하여 현대소설 그 중에서도 감동 계열에 갈증을 느끼던 나에겐 너무나도 시원한 이온 음료처럼 보였기에 기정사실처럼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릴리 프랭키라는 작가의 이름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접했다. 그래서 본편이 끝나고서야 등장하는 옮긴이의 말을 보기 전 가지만 해도 작가에 대한 프로필을 백지 상태 였기에 그의 프로필을 처음 본 나는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러스트레이터부터 시작하여 동화작가, 아트디렉터, 디자이너, 뮤지션, 작곡 작사가, 방송작가, 연출가, 사진가, 소설가, 배우... 에 이르기까지 그는 정말로 폭 넓은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신은 불공평하기도 하지... 게다가 최근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라는 작품의 주연으로 참가했다고도 한다. 아직 보지는 않았으나 나름 눈길을 두고 있던 작품이기에 왠지 모르게 다소 반가웠다. 이렇게 프로필만 보면 이 작가는 남 부럽지 못하게 살았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엄청 드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아니었다. 어렸을 적 작가의 집안 형편은 넉넉지 못했으며, 아버지는 금방 눈앞에 나타나 금방 사라지는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런 가정환경이 미친 영향일까. 그는 방탄한 생활에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아들조차도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계속 지켜봐왔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어머니가 병으로 생사를 헤매일 때 자신은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 소설은 작가의 삶을 적어 내려간 자서전인 동시에 죽기 전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친 마지막 선물인 샘이다.


그러면 한 번 소설에 그려낸 작가의 인생을 되짚어 보자. 어렸을 적 마사야(작가의 본명)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을 포함해서 셋이서 지내왔다. 하지만 주인공이 네 살이 되었을 무렵에 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린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남편과 별거를 결심하고, 어머니와 아들 단 둘이서 폐광이 얼마 남지 않은 탄갱이 있는 고쿠라 외곽마을의 시누이 소유의 기숙사의 학생 식당 뒷 편의 2평 남짓한 뒷방에서 마사야는 어머니의 슬하 아래 자라게 된다. 그러다 대학 진학으로 인해 도쿄로 상경하게 되고 마사야는 자립을 시작한다. 하지만 마사야는 공부에 대한 의욕을 느끼지 못한 채 목표하나 없이 방황하며 술을 퍼마시고, 도박을 즐기며 돈을 쏟아 붓는 등 방탄한 생활을 이어간다. 결국 그러한 생활의 끝에 찾아온 것은 유급 혹은 자퇴 뿐이었다. 그의 그것을 계기로 자퇴를 결심하나 어머니의 설득으로 인해 유급을 한 채 대학 생활은 1년 더 연장한 뒤 가까스로 졸업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백수생활을 긍긍하며 어머니에게 계속 손을 벌린다. 그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적응해 가며 서서히 자신의 자리에 안착해가는 마사야에게 들려오는 소식은 다름아닌 어머니의 암 선고이자, 시한부 선고였다.


진부한 주제가 계속 쓰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이 책을 읽고 느꼈던 것 같다. 정말 이렇게 줄거리만 열거해놓으면 나름 흔한 전개와 주제니 말이다. 요즘은 진부한 전개나 주제라면 날 선 비판을 가하며 기피하는 사람들이 다소 있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니까. 어쩌면 내가 이 책의 전개나 주제를 먼저 알았더라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 소설의 마지막장 까지 덮은 지금까지도 이 소설을 왜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아닌 왜 이제야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만약 그러한 이유로 안 봤었다면 나중에 후회했을 것 같다. 마지막은 어찌나 슬픈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내가 소설을 읽고 슬픈 감정을 느낀 건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 정도로 슬픈 감정을 느꼈던 이유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책속에 도려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일본 문학의 가장 높은 달성작이다. 라고 불릴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의 장르를 소설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걸까? 소설의 정의는 현실에 일어날 법한 소재를 가져와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가공한 이야기를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가공한 이야기가 아닌 작가가 겪은 일을 엮어낸 것이다. 그럼 수필에 더 가깝지 않나? 흐음...


『해당 도서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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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 2018 제12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1
조우리 지음 / 비룡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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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평 이벤트에 뽑혀 간만에 서평을 쓰게 되었다. 예전에는 한 달에 3~4권 씩 서평을 진행했지만, 요즘은 너무 한 달에 한 권 정도로 절제하고 있다.  그러는 편이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 좀 더 만족스러운 서평의 퀄리티를 내고, 서평을 작성해야한다는 압박에서 조금이나마 더 자유로울거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고, 그 점을 실감하고있다. 다만, 독서율은 줄어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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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책의 서평을 응모할때 크게 읽고싶단 생각은 갖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한데, 이책의 서평을 신청하기 전 다른 책의 서평을 신청했었는데, 하필 그 책의 경쟁자가 많아 "아! 이건 떨어지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만약 떨어지면 "이거라도 붙어라!" 라는 심정으로 적당히 고른 책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책은 서평에서 떨어지고, 이 책이 붙어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읽기 전 까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책 표지의 색감도 좋았으며, 띠지의 '제 12회 블루픽션 수상작'이란 디지 문구도 시선을 끌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첫번째 이야기를 읽었는데... 솔직히 약간 충격을 받았다. 책 뒷면 줄거리 요약에서 '은밀한 소리를 지닌 일곱 가지 비밀이 담긴 연작소설'란 프레이즈가 있긴 했으나, 책 표지를 보았을 때 기껏해봐야 그저 진로문제나 친구문제 혹은 성적문제 같은 내용들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뭔가! 첫번째 이야기 부터 '재경'이 짝사랑하던 여학생 '하연'을 마주쳐 그만 성적인 흥분으로 인해 신체 반응이 일어난 것을 체육시간 '철봉 수행평가' 로 인해 학급 아이들 모두에게 알려게되는데 그로 인해 느낀 수치심으로 인해 자살시도까지하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전혀 내용에 전개라니...  이 이야기가 고작 30페이지에서 거의 롤러코스터 타듯 빠르게 시나리오가 진행되니 정말로 읽으면서 정신이 조금 멍해졌다. 

겅신이 멍해지는 것을 어떻게든 참으며 나는 첫번째 이야기를 계속 읽었다. 읽지 않으면 서평도 서평 문제이지만 정신이 멍해지는 것을 참고 읽게 될 정도로 재밌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첫번째 이야기를 다 읽고 책을 덮었다. 생각이상으로 재밌긴 했지만, 그 만큼 내용에 전개가 충격이라 솔직히 다음 이야기를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1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다시읽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번에는 어떤 내용일까~ 하면서 두번째 이야기를 읽었다. 두번째 이야기는 '하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연에게는 하운이라는 막둥이 동생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호적상이며, 사실 하운이는 하연이가 중3 때 가진 아이였다. 처음 하연이는 아이를 가졌을 때처음에 자꾸 배가 나와 살이 찌는 것으로만 생각했으나, 나중에 배가 너무 커져  이상함을 느꼈을 때는 임신이란 것을 알게 된다. 중절수술을 받기에는 이미 늦었고 사산을 시켜 유도 분만을 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결국 하운이는 하연이의 동생으로써 호적에 올려지고, 하연이는 전학을 가게된다.  여기까지가 과거회상이다. 하연이는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보라의 생일파티에 초대되고 허름한 술집에서 보라의 친구들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한다. 생일파티를 마친 뒤 보라는 랜챗에서 만난 사람이 술을 사준다고 하며 하연의 손을 잡아끌고 모텔로 향한다. 한 명은  스물아홉, 또 한명은 서른아홉 정도로 보이는 유부남이었고 둘이서 도합 10만 원 어치를 계산한다. 하연은 남자 이인방과 보라와 술을 마신 뒤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데 도중 간지러운 느낌에 잠에서 일어나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궁금직접 사서 읽어보길...두번째 이야기도 역시 생각외의 전개가 있긴했으나 첫번째 이야기의 임팩트가 넘 강해서일까 청소년 미혼모, 랜챗 같은 소재가 다소 흔해서일까 무난하게 읽었다.

세번째 이야기는 수영, 네번째 이야기는 현준, 다섯번째 이야기는 보라, 여섯번째 이야기는 민기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연작 소설 답게 모든 단편 분량의 이야기가 '청소년들이 자신의 비밀을 가지고 고민'한다는 공통적인 주제 아래  진행되며, 때로는  A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 B번째 이야기의 주변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마지막 이야기인 졸업은 졸업을 앞둔 재경, 하연, 수영, 현준, 보라, 민기 이렇게 여섯명이 서울랜드에서 노는 이야기이로, 굳이 말하자면 큰 내용 없이, 그저 놀이공원에서 놀고, 연애하고, 고백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런 내용이었기에 어쩌면 다소 무겁고, 우울하던 다른 이야기보다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 책의 이야기는 전부 재밌었다.  일곱개의 이야기 중 하나는 좀 지루하거나 재미없을 법 한데, 그런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여러모로 자극적이고, 어두운 이야기 투성이고, 십대들의 대화도 조금 험하지만 추천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시작으로 '블루픽션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 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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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이 머무는 곳
히가시 나오코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어떤 사물을 영혼의 그릇으로 삼으시겠습니까?"

죽음을 맞이한 당신에게 ‘영혼관리국’ 직원이 묻는다. 이승에 미련은 없나요? 원한다면 이승의 물건에 깃들어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엄마는 아들의 송진 주머니가, 딸은 엄마의 보청기가, 남편은 아내의 일기장이 된다. 떠난 사람과 떠나보낸 사람들, 그리고 추억과 진심이 교차하며 각자의 인생을 비춘다. 다정하고 맑은, 마음을 감싸는 11개의 단편.

-도서뒷면 줄거리 발췌-

별안간 나도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다.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것 일까, 존재의 여부조차 불확실한 사후세계로 가는 것 일까 아니면 혼령이 되어 세상을 떠 도는 것 일까, 같은 질문에 가까운 생각들을 한적이 적게나마있다.

나중에 다시 말하겠지만, 간단하게 미리 소개하자면, 혼이 머무는 곳이란 소설은 죽어서도 이승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한 영혼이 자신이 원하는 물건 하나를 영혼의 그릇으로 삼은 뒤 그 물건에 깃드는 내용인데, 총 번외편을 포함해 총 11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이야기 하나의 분량이 대략 10~20페이지 정도로 다소 짧은 편이다. 이야기 마다 분량이 10~20페이지 내외 정도로 확실히 짧은 편에 속한다. 이에 대해 다소 아쉬웠다는 사람도 있었으나, 나는 만족이었다. 읽을때 작가가 내용을 끌지 않아 지루한 생각이 전혀들지 않았고, 이야기 하나하나의 분량이 적기 때문에 이야기 한편을 읽다가 끊지않고, 한편을 다 읽고 끊기가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죽어서도 소중한 사람 곁에 머물 수만 있다면 그 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이 소설에는 각각 11가지의 다른 이야기들로 구성있는데, 그중 한 아이의 엄마는 로진백에 든 송진가루를, 한 남자의 아내는 남편이 아끼는 트리케라톱스 머그컵을, 한 아이는공원에서 가장 높은 파란색 정글짐을, 한 노인은 자신을 상냥하게 대해주던 도서관 사서의 이름표를, 한 여자는 자신이 홀로 짝사랑하던 선생님의 부채를, 또 한 여자는 늙은 어머니의 보청기를, 한 여자의 남편은 아내의 일기를, 한 가족의 가장이었던 남자는 자신이 예전에 사두었던 안마기를, 한 소녀는 좋아하던 선배의 여자친구이자 동경하는 선배의 립크림을 영혼의 그릇으로 삼은 뒤 그 물건이 되어 자신이 만나고파 했던 사람을 만난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또한 그래서 인지 몇몇 이야기는 슬프게 느껴졌다. 트리케라톱스 머그컵이 된 아내는 자신이 죽은 뒤, 생긴 애인으로 인해, 정글짐이 된 아이는 아무리 기다려도 찾아와 주지 않는 엄마로 인해 힘들어 해야 했으며, 한 할머니는 손주에게 사준 카메라를 영혼의 그릇으로 삼았으나... 손주는 이미 그 카메라를 중고로 팔아 넘겼고, 결국 할머니는 손주를 볼수 없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중간중간 마치 시 같은 독백이나 대사 들이 나오는데, 이는 아마도 시인겸 작가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비록 다소 짧은 이야기였지만, 상당히 몰두해서 재밌게 읽었다. 끝까지 읽고나니소중한 물건이 뭐가 있지? 하며 곰곰히 생각에 잠기는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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