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잘린, 손 매드앤미러 5
배예람.클레이븐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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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도서제공


기괴한 이 글을 읽은 어떤 이는 끔찍할 것이고, 어떤이는 경악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난 이 무자비함 속에서 기이한 것에 홀린거마냥 희령의 감정에 동화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느낀 가엾은 것을 사랑하는 마음. 

20년만에 잘라낸 손. 너덜너덜해진 채 깊숙히 침몰하는 손. 모든 손을 끊어냈기에 희령을 찾아 온 희수. 가엾은 희령과 희수. 나는 그 둘을 지켜보면서 묘하게 안도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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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악의 손님은 결국 바다를 떠다니는 손이 되어, 해양생물학자 에바 영을 만나게 된다. 핵잠수함에서 또 다시 시작된 지옥도로 감당하지 못할 공포가 계속 밀려온다. 공포는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광기를 증폭시킨다. 커다란 재앙이 되어 바다를 떠다니는 손. 그렇게 저는 모든 것을 무너지는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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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표현하자면 피폐물이기에 내용 자체는 유쾌보다는 불쾌에 가깝고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지만 배예람, 클레이븐 작가님의 글솜씨 덕분에 순식간에 읽은 소설입니다. 괴이하기 짝이 없는 내용을 이렇게까지 몰입하게 만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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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박물관 고고학
헤들리 스웨인 지음, 오세연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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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시절 박물관학과 고고학을 별도로 공부했기에 고고학은 발굴과 연구 / 박물관은 전시, 교육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한권으로 읽는 박물관고고학을 통해 '박물관고고학'을 접해보니 고고학과 박물관의 연관성과 독자적인 학문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덕분에 학부때로 돌아갈 기분으로 공부하면서 읽었습니다. 

전공자는 물론 비전공자들의 입문서로 추천드립니다. 고고학과 박물관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어도 각 개념이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으며, 실제 사례 중심의 설명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 해들리 스웨인은 런던박물관 학예연구사이기에 영국과 유럽쪽 실무를 알 수 있는 귀한 정보도 같이 제공해줍니다. 

박물관에서 일하다보면 전시, 교육, 소장품관리를 전체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본인의 주전공과 다른 업무도 필연적으로 해야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한권으로 끝나는 박물관고고학>은 고고학적 기본 지식은 물론 전시, 보존, 해설 등 실용적인 지침이 상당히 전문적으로 담겨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전공인 보존과학의 중요성이 잘 설명되어 있어 매우 플러스 점수 ⭐️⭐️⭐️⭐️⭐️)  물론 유럽쪽이라 우리나라와 여건과 조건이 많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고민하는 부분은 똑같기에 분명 많은 도움이 되실겁니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변화하는 박물관 환경 속에서 고고학과 박물관, 그리고 큐레이터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길잡이가 되는 책입니다. 

📌 고고학은 중요하고 박물관은 가치가 있다.

이 명확하면서 단호한 저자의 한줄이 박물관고고학의 중요성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 

사회평론아카데미에서 좋은 책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는 동안 제 일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깨닫고,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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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고대 그리스어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현대지성 클래식 64
호메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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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서평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일리아스>의 배경은 트로이 전쟁이다. 아킬레우스, 헥토르, 아가멤논, 파트로클로스 같은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한 전투의 나열이 아니다. 모든 것은 분노에서 시작된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전리품이었던 브리세이스를 아가멤논에게 빼앗기고 모욕당한다. 자존심이 꺾인 그는 전장에서 물러난다. 한 사람의 부재는 전세를 크게 흔들고, 결국 그의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대신 전장에 나섰다가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다. 여기서 다시 불꽃처럼 타오르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이야기의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그는 헥토르를 찾아 결투를 벌이고 복수에 성공하지만, 그 이후 헥토르의 시신을 능욕하며 분노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이 뜨거운 감정은 프리아모스 왕이 아들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 몰래 진영을 찾아와 무릎 꿇는 장면에서 급격히 전환된다. 아킬레우스는 이 노왕의 슬픔 속에서 자신의 상실과 고통을 투영하며, 마침내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시신을 돌려준다.

 

<일리아스>는 바로 이 장면에서 끝난다. 트로이의 함락도, 아킬레우스의 죽음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는 충분히 완성된 느낌을 준다. 분노로 시작된 서사가 상실로 마무리되면서, 인간 감정의 복잡성과 그 안에 담긴 존엄이 또렷이 드러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서사 속에서 에너지를 느꼈다. 말 그대로 불꽃처럼 타오르는 감정의 힘. 영웅들의 용맹함, 자신을 감정을 결코 숨기지 않는 신들의 모습, 그 신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는 인간의 모습까지. 마치 고대의 시간이 지금 이 순간 내 앞에서 되살아나는 듯한 감각이었다.

 

이야기 속 신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변덕스럽고 매우 감정적이다. 신들은 사랑하고, 질투하고, 분노하고, 연민을 느끼면서 인간의 일에 깊이 개입한다. 이들은 단지 위대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반영하고 증폭시키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일리아스는 인간과 신을 통해 그 당시 그리스인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분노가 단지 파괴적인 감정이 아니라, 인간을 움직이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원동력임을 강렬하게 느꼈다. 호메로스가 이 위대한 서사를 분노에서 시작한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왜 우리는 이토록 오래된 고대의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일리아스>는 인간 본성에 대한 정직한 고백이다. 감정에 휘둘리고, 실수하고, 후회하고, 때로는 용서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인간이 감정을 마주하고 다뤄야 하는 방식,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존엄을 지켜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호메로스가 <일리아스>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 오래된 문장들 속에서, 나는 지금의 나를, 그리고 우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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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컬러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현대지성 클래식 63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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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서평 도서 <페스트>를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알제리의 도시

오랑에서 시작된 전염병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봉쇄되었다.

사람들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과정과 극복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남겨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리외는 의사로서

끊임없이 환자들을 돌보며

전염병과 싸우지만,

본인 또한 페스트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다.

절망과 무기력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페스트 소설을 읽다 보면,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봉쇄, 격리, 이별, 상실.

그때의 우리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페스트 소설 속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내던 사람들.



 

내가 코로나 팬데믹을

직접 겪지 않았다면

리외의 감정과 행동이

이렇게까지 현실적으로

와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염병은 비유가 아닌,

우리가 경험한 실제이며,

오랑의 사람들이 느낀

두려움과 절망, 고립감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알베르카뮈는

1955년 발표한 에세이에서

리외는 성자가 되기보단 사람이고자 했다

밝힌 적이 있다.

이는 이 소설의

중심 메시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특별한 힘을 가진 영웅이 아닌,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이 세계를 지탱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에도

이웃과 의료진, 배달 기사, 가족들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연대의 힘으로 그 시절을 버텨냈다.




 


 

페스트는 단순히

비극을 묘사한 소설이 아닌,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는

인간의 존엄과 연대를

보여주는 소설로

절망과 공포에 굴복하지 않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에 대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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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시터
원장경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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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리나인출판사 도서

<베이비시터>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 입니다.




 

교회에서 만난 부부의 8살짜리 '혁우'를 잠시 돌봐주게 된 '주해'는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저택에 갇히게 된다. 타인의 고통스러운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는 혁우를 피해 멀리 도망갈 것인가. 아니면 교화를 위해 곁에 남아있을 것인가.

 

베이비시터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그 웅장하고 거대한 저택에 갇혀 있었다 마치 다른 차원의 세상인 듯한 대저택은 결국 지옥이 되고 말았다. 알맹이가 남아있지 않은 텅 빈, 공허함만 가득 한 공간에 쏟아지는 광기를 느끼면서 읽어나가야 했다.

'혁우'의 부모 태도가 정말.. 묘하다. 광신도 같기도 하고, 때로는 초월한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설계자이자 방관자이기도 한 그들은, 어째서 그렇게 변하고 말았을까.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뒤틀리게 되었을까.



 

일말의 죄책감이 없는 이들은 사람을 대놓고 가지고 놀면서 농락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 내뱉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너무나 악의적이라 소름이 돋는다. 소모품을 폐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버리는 모습이 위화감마저 들게 만든다.

 

순진하다 못해 착해빠진 '주해'의 편지가 그저 안타깝고, 그녀의 과거는 알면 알수록 마음은 아프고 더 큰일이 닥칠까 내 마음도 조마조마 해진다. 계속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은 분위기 덕분에 피로도가 꽤 높다. 이런 긴장감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는 책이지만, 쉬어가면서 읽었다.

. 우려했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 '살아있는 장난감'이 된 주해와 섬뜩할 정도로 긴장감이 감도는 집, 어처구니없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미쳤다. 비현실적인 그 수많은 말과 행동은 내 정신까지 혼미하게 만든다.

 

 

3부의 몰아치는 전개는 읽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다. 원장경 작가님은 독자에게 세 가지의 결말에서 제시해 준다. 세 가지 결말 모두 파격적이라 마음에 드는 결말을 고르기 쉽지 않다는 것만 얘기하겠다. 나의 경우 세 번째 결말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주해에게 너무나 가혹한 두 번째 결말만은 제발 피했으면 한다.

 

원장경 작가님의 베이비시터 소설을 읽으면서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가 괴물인가, 우리는 교화의 가능성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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