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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인웅 옮김, 신혜선 해설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1월
평점 :


지식을 만드는 지식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헤르만 헤세의 가장 유명한 소설 중 하나인 <데미안>.
저는 데미안을 고등학교때 읽었지만,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릴 적 저에게는 필독서라도 읽어 본, 어렵기만 한 유명한 책으로 스쳐지나갔죠.
20년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 <데미안>은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수 많은 서평에서 밝히고 있듯이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본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드러다 보면서, 끊임없이 자아를 성찰하는 책입니다.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고대 그리스인에게도, 지금을 살아가는 저에게도 꼭 필요한 통찰입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길잡이가 되었던 것처럼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읽는 독자들에게 '나 자신으로부터 저절로 우러나온 인생을 산다는 것은 어떤 인생일까'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이렇듯 우리는 고전 문학을 통해 자신을 생각을 좀 더 넓은 세계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저의 내면 세계도 많은 변화가 있다보니, 데미안의 구절 하나 하나가 심오하게 다가옵니다. 그 심오함을 온전히 해할 수는 없어 아직은 벅차게 느껴지긴 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건 언제나 괴롭고 힘든 일입니다. 나의 잘못과 나의 부끄러움, 나의 상처, 나의 욕심까지 제대로 마주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마주 본 다 해도, 그 끝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고뇌입니다.
싱클레어의 삶과 그의 내면의 갈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책이지만, 책의 제목은 왜 <데미안>일까요?
싱클레어는 나약하고 불완전하며, 때로는 외로움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데미안이라는 구원자를 통해 크로머에게 벗어날 수 있었으며, 데미안이라는 지도자를 통해, 본인의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합니다.
그만큼 데미안은 싱클레어 인생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입니다. 싱클레어는 마침내 데미안과 똑같은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없었으면 그의 방황은 훨씬 더 길었을꺼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 확실했던 데미안의 존재는 싱클레어의 자아가 성장할 수록 점점 모호해지다 데미안은 결국 사라집니다.
헤르만 헤세는 1954년 2월 15일 사라진에게 보낸 편지에서 "샤실상 데미안은 사람이 아니라 원칙이며 진리의 화신이거나, 달리 말하면 하나의 가르침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데미안이 소설 속에서 실존했던 인물이 맞는지, 결국 싱클레어의 또 다른 자아인지 알 수는 없지만 데미안이 크로머로부터 싱클레어를 구해준 순간부터 구원자임은 확실합니다.
데미안은 다른 헤르만 헤세의 소설보다 어렵습니다. (저는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2권만 읽어봤기에 비교 대상은 그 책들 뿐임을 감안해주세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와 같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계, 카인의 증표, 아브락사스, 베아트리체, 피스토리우스와의 논쟁, 에바부인의 의미 등을 한번에 이해하기가 쉽지않습니다.
그 이해를 돕는 신혜선, 이인웅의 해설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작품 해설과 함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문학 분야 뿐만 아니라 심리학, 철학, 종교적으로도 폭넓게 연구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바흐오펜의 모권 이론으로 분석한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 출판사의 이인웅 번역과 함께 민음사 번역본, 때로는 열린책들 번역까지 비교하면서 들어보느라 꽤 오랫동안 붙잡고 읽었던 책입니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 출판사의 번역본이 민음사보다 자연스럽게 의역된 책이라 수월하게 읽기 편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현학적 분위기를 즐기실려면(?) 민음사 번역이 더 적합합니다. ㅎㅎ
헤르만 헤세의 소설들이 발표된 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아직까지도 그의 많은 작품을 읽으면서 내면적으로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문학 작품의 선한 영향력이 어떤건지 보여주는 올바른 예라고 생각듭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글은 언제나 존경을 담아 읽게 됩니다.
좋은 책 내주셔서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이상으로 서평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