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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서버
로버트 란자.낸시 크레스 지음, 배효진 옮김 / 리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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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이라고 하면 흔히 류츠신의 <삼체>나 닐 셔스터먼의 >수확자>처럼 거대한 세계관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옵서버>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SF 소설로, 과학적 진실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주목한다.

양자역학과 다중우주라는 개념은 인간의 끝없는 진리 탐구의 영역으로 제시되며, 과학자와 의사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과학을 탐구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쌓아 올린 지식이 인간의 삶과 죽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끊임없이 사유하며, 과학과 윤리 사이에서 스스로를 시험한다.

소중한 이가 있는 이들에게 가장 가혹한 현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다.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 사랑하는 존재를 다시 만나고자 품는 간절함은 냉정한 과학의 언어 속에서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옵서버>는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의지를 지닌 이들의 진리를 향한 학문적 탐닉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묻는다.

시간과 현실에 대한 기존 개념을 흔들어놓는 발상은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다만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던 서사는 후반부에 이르러 급격히 속도를 높이며, 이러한 전개 변화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각기 다른 신념을 지닌 인물들의 선택은 쉽게 공감되지 않지만, 그마저도 이 작품이 던지는 윤리적 질문의 일부처럼 다가온다.

<옵서버>는 결국 양자역학과 다중우주의 비밀보다, 그 비밀 앞에서 끝까지 생각하고 사랑하려는 인간을 응시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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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김선형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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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디어제인오스틴 #김선형 #엘리출판사 #에세이추천

김선형 번역가님의 제인 오스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담긴 에세이
<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을 읽으며

제인 오스틴이 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작가인지, 그녀의 작품이 얼마나 특별하고 빛나는 텍스트인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만약 제인 오스틴에 대한 찬사만 가득했다면 오히려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선형 번역가님은 제인 오스틴의 다양한 면모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지적 호기심마저 충족시켜준다.

나 역시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글을 읽을수록 번역가님이 느슨하게 이어준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시간은 내내 행복했다.

또한 번역가로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독자에게 작가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읽기와 쓰기 사이에서 얼마나 고심하는지를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알 수 있다.

번역은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작가를 사랑하는 사람이 또 다른 사랑하는 이에게 그 마음을 건네는 일'이라는 표현이 특히 마음에 남는다.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에세이는 종종 끝없는 자기연민이거나, 다정함으로 포장했지만 실은 다정하지 않은 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선형 번역가님의 에세이는 달랐다. 제인 오스틴에 대한 사랑과 번역가로서의 열정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있었고, 그 문학적 애정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했기에 나 또한 색안경 없이 그 사랑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현재까지 읽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오만과 편견>과 <이성과 감성>뿐이고, <설득>은 아직 읽지 못한 채 책장에 꽂혀 있다.

2026년 엘리출판사에서 출간될 김선형 번역가님의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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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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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다산북스의 신작 <남극>은 클레어 키건의 초기 단편소설 15편을 엮은 책이다. 

클레어 키건을 좋아해 국내에 출간된 네 권의 작품을 모두 읽었기에, 

이 책 역시 자연스럽게 읽고 싶어졌다.


초기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읽어서일까. 

기존 작품들에 비해 문체는 덜 정제되어 있고, 보다 거침없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럼에도 특유의 간결함만큼은 여전하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짧고 강렬한 장면에 가깝다. 

등장인물의 삶이 가장 위태로운 순간을 스치듯 엿보는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단편을 좋아하기에 유독 인상 깊은 작품이 많았다.


키 큰 풀숲의 사랑, 노래하는 계산원, 화상, 자매,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권 스프까지 여섯 편이다. 

(표제작 남극은 이미 <너무 늦은 시간>에 수록된 작품이라 제외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가난과 범죄,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

남자가 여자에게, 부모가 아이에게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특별한 사건이 아닌 일상처럼 담담히 그려진다. 

체념하듯 묵묵히 견디는 이들도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하며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이들도 있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읽다 보면 

보잘것없는 남성 인물들이 자주 등장해 씁쓸한 웃음이 나기도 한다. 

과몰입하지 않으려 애써도, 그들에 대한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흐르는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클레어 키건의 <남극> 역시 충분히 마음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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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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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찬쉐 작가님의 글은 정말로 불가사의하다. 이토록 설명하기 힘든 소설이 있다니. 


<오래된 뜬구름>은 이웃 사람들이 서로의 사생활에 집착하는 장면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악의가 가득 담긴 말들과 의미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한다.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들은 꿈 속의 상황인지 아닌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읽는 동안 시큼한 오이초절임 냄새가 스며 나오며, 모기들이 맹렬하게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듯한 불쾌함이 따라붙는다.


화자가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고, 어떤 인물이 등장하든 모두 비상식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전부 조현병 환자들인가 싶을 정도) 그들은 이웃과 가족을 헐뜯고 몰아세우면서도, 동시에 자신과 타인을 향한 깊은 역겨움을 드러낸다. 결국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불행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뒤엉켜 있다. 


그럼에도 그 난해함을 감싸는 낯선 문체는 이상하리만큼 매혹적이다. 수려한 문장 속에서 날것의 감정이 날카롭게 흘러나온다. 독자는 그 흐름을 온전히 붙잡지 못하면서도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지만, 어쩌면 내가 아직 찬쉐 작가님의 세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 스스로를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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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 가장 사적인 기록으로 훔쳐보는 역사 속 격동의 순간들 테마로 읽는 역사 11
콜린 솔터 지음, 이상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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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이제는 편지가 낯선 시대가 됐다. 우표를 살 필요도, 직접 만져본 적도 없는 아이들까지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인류가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편지는 늘 존재해왔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위로, 사랑과 이별까지—인간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 전달하던 그 편지는,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꿔온 인물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대와 나만 읽는다는 전제가 있었기에 편지는 무엇보다 내밀했고, 그만큼 솔직했다. 결국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다.







먼 과거의 역사는 때때로 현실감 없이 느껴진다. 전쟁과 학살, 질병과 굶주림, 어떤 목표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까지. 그러나 그 시대를 살던 이들의 편지를 읽는 순간, 역사적 장면은 놀라울 만큼 생생해진다. 편지를 통해 친밀하게 느껴지는 인물도 생긴다. 만약 그들의 문장이 조금만 달랐다면, 우리의 역사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세상에 ‘만약’은 없지만, 나는 어땠을까 상상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아쉬움도 있다. 익히 알려진 인물들의 편지 역시 흥미롭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비서구권 인물이나 여성들의 기록이 더 있었다면 더욱 풍성했을 것이다. (동양사는 전혀 없었고.. 서양사.. 그 중 미국사가 상당히 나왔다.) 


우리는 쉽게 잊는 존재다. 아마 이 편지들 역시 내 기억 속에서 곧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놀라움 만큼은 오래 남을 것이다. 






좋은 책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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