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앤디 위어의 속편이 나왔네요. 많은 분들이 그랬겠지만 저 역시 영화를 접한 후에 다시 책으로 '마션'을 읽었습니다. 정보량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쪽이 책인지라 영화와는 또 다른 정교함과 풍성함이 인상깊어 재밌게 읽어낼 수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문외한의 눈에도 과학적 정확성을 많이 신경쓰고 써내려가고 있구나 눈치챌 수 있을만큼 작가의 꼼꼼함을 느낄 수가 있었죠.


 이번에는 화성이 아니라 달입니다. 화성에서는 이제 겨우 사람이 건너가는 정도였다면 달에는 이지 식민지가 만들어져 있는 수준이네요. 아르테미스가 달의 여신의 이름이라서일까요, 배경이 달일 뿐 아니라 주인공 역시 여성입니다. 모종의 이유로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짐꾼 '재즈'이죠. 워낙 돈이 안되는 일이다보니 그녀가 밀수업으로 부수업을 올리고 있던 것이 사건의 빌미가 됩니다. 밀수업을 통해서 알게 된 '트론'이라는 거부가 큰 돈을 걸고 모종의 반달리즘 작업을 그녀에게 부탁한 것이죠. 첫번째 사건은 그녀가 이 임무를 위해 준비해나가고 실행해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실패하고 의뢰자 트론마저 살해당하면서 두번째 본격적인 사건이 풀려나가게 되죠. 말하자면 사건의 배후에 마피아 및 그들과 정부 간의 거래 등이 얽히고 섥혀 있었기 때문에 재즈는 그 희생양이 될 판이었던 것입니다. 도망칠 수 있는 길은 또 다른 반달리즘! 소원했던 아버지 및 으르렁 거리는 사이었던 행정관, 그리고 컴퓨터 천재 친구 등의 도움을 받아 일을 시작합니다만 온갖 사건 사고가 태클을 걸어오네요.


 개략적인 스토리만으로 알 수 있겠지만 마션에 비해서는 훨씬 스펙터클한 내용이 펼쳐집니다. 지금 영화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애초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 인상이 강하게 듭니다. 도전과 응전이라는 기본 틀은 유지합니다만 전작이 생존만을 두고 있었다면 이번 작에서는 생존을 넘어서서 정치나 경제 문제까지 끌어들이고 있고 액션씬도 쏟아져나오고 있거든요. 일이 꼬이는 과정도 반전을 주기 위한 목적성이 강합니다. 물론 여기서도 달에 식민지가 건설되고 거기서 살아간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과학적으로 그려내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만 거기에 초점이 있지 않다보니 사건 위주로 따라가며 읽게 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는 훨씬 대중적인 플롯 전개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러다보니 전작보다 오히려 임팩트는 약한 것 같아요. 규모는 커졌지만 개성이 덜하다고 할까요? 그러다보니 각인되는 부분은 오히려 적습니다.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가는 과정도 그닥 자연스럽게 보이지는 않고요. 특히 식민지 사람 모두가 가스에 중독되는 부분은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시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이 너무 눈에 띕니다. 여러모로 영화화 되면 오히려 더 흥미로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책으로는 전편보다 못하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인상적인 부분도 적지 않았는데요, 다국적화된 달 식민지의 인물상이나 달이라는 공간으로 인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생활상, 그리고 기술이 발달해도 별로 변할 것 없는 인물들의 욕망 등이 마피아나 정치가들의 모습을 통해 드러나는 부분은 흥미롭습니다. 어거지스러운 악역을 만들어내는 대신에 인물의 욕망이 충돌하는 과정을 악으로 구현해내는 것도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았고요. 지엽적으로는 세련된데 큰 플롯이 상투적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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