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잡학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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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재밌을 수 있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그 중의 하나는 언어가 역사와 문화의 창이라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역사와 문화에 따라 언어의 색깔이 달라지고 그 언어를 습득함으로써 그런 색깔에 물들어가는 양상을 보노라면 계승이라는 부분에서 언어가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깨닫게 되곤 하는 것이죠. 가볍게 얘기하자면 우리와는 다른 가치관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를 자극하는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어원을 다루는 책을 제법 봐왔음에도 새로운 책에 대한 흥미도 잃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을 손에 들면 일단 두툼함에 놀라움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책이었는데요, 표지 디자인도 고식적이지만 단순하고 고풍스러운 부분이 마음에 들더군요. 펼쳐 보면 10개의 장으로 주제별로 묶어낸 영단어의 어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름대로 사전과 같은 구성이기 때문에 어디를 먼저 보든 상관이 없겠는데요, 이런 구성이 아니라도 보고 싶은 부분부터 먼저 보는 습관이 있는 제게는 맘편하게 보기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묶어내는 주제는 자연환경, 인간사회, 정치경제, 문화예술, 과학, 동물, 식물, 신화, 이름짓기, 도시이름입니다. 신화를 좋아하고 자주 봐왔던지라 일단 신화의 장부터 펴들었습니다. 조금 읽어보노라니 이 책이 어원을 소재로 하되 궁극적으로는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머릿말에서 작가가 예전의 베스트셀러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와 닮은 책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납득이 가게 되죠. 어원이 되는 신화를 소개하면서 어원을 설명하기는 합니다만 그 어원에서 파생되는 단어를 최대한 많이 실어내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파생 과정이 자연스러워 납득이 가는 것들도 많습니다만, 도대체 어떻게 이 단어가 이 어원을 아버지로 두었는가 깜짝 놀라게 되는 단어들도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그것이 더 잔재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요. 예컨대, gas라는 단어가 chaos에서 유래했다던지, 백과사전을 뜻하는 encyclopedia가 그 거대한 규모의 이미지를 거인 Cyclopes에서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요?



 영어 공부에 초점이 맞춰진 면이 크다고 했습니다만, 이것은 이 책이 단순히 단어만을 실어내지 않고 그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 숙어까지 싣고 있다는 것을 통해서도 알게 됩니다. 예컨대 hell을 소개하면서 make a life a hell, all hell let loose 그리고 파생 형태에서 a liberty hall, hulled rice, in the hollow of one's hand 등을 실어둔 것이죠. 책의 부록에서는 아예 몸의 부위를 가리키는 단어에서 파생된 숙어들, 그리고 파틴어 관용구까지 적지 않은 분량으로 담아냈습니다. 단조로운 구조상 쉽게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조금씩 읽어나가다보면 영어 공부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전 형식의 책을 쓰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가 짐작해봅니다만, 이 책은 그렇게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공들여 자료를 모으로 엮어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설명을 달아내고 있다는 점이나, 상당히 많은 삽화가 들어가 있습니다만 하나하나 내용과 잘 맞아떨어지도록 선정하여 배치하고 있다는 점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봐왔던 사전 형식의 어원책 중에서도 꼽을만하게 잘 만들어낸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첫눈에는 단조로운 구성에 질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읽어 가노라면 깜짝 놀랄 내용들이 이어져 재미가 더해가게 된다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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