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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켈하임 로마사 - 한 권으로 읽는 디테일 로마사
프리츠 하이켈하임 지음, 김덕수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4월
평점 :

역사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로마사에는 한번 정도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천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유럽에 군림했다는 점, 그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된 정치 체제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 군사 국가이기에 흥미로운 전쟁사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 무엇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강대국이 계승자를 자청할만큼 서양 역사의 뿌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등 흥미로운 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그만큼 로마사 책도 다양합니다만 기번이나 몸젠의 로마사가 가장 저명하고 근간에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사가 유명했었죠. 하이켈하임이라는 이름은 저에겐 낯설었는데요, 찾아보니 한권으로 된 로마사 책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인가 봅니다. 그 긴 역사를 한 권으로 축약하는 것은 오히려 더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만 잘 정제하여 요약해내고 있어 교재로도 쓰인다고 하더군요. 현대지성에서 출간해온 시리즈물상의 특성을 볼 때 현명하면서도 당연한 선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한권이라고는 해도 그 분량은 상당합니다. 1000페이지가 넘는 양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반도에서의 로마의 등장에서부터 비잔틴 제국의 멸망에 이르기까지 천년사를 담아내고 있다 보면 상당히 간결하고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서술 역시 완전히 균질하지는 않고 강약이 제법 들어가 있고요.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소 건조하고 딱딱하면서도 엄정하고 정밀한 문체는 설사 책의 저자를 모르더라도 이 책이 독일에서 쓰여진 것이리라는 것을 예상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실은 구성만 봐도 독일인이 쓴 책이리라 생각이 될 듯 싶은데요, 소제목을 붙인 문단 형식의 구조는 독일 법서 등에서 자주 보게 되는 그것이니까요.
분량이 적다고 해도 이 책이 취미로 로마서를 읽으려는 사람에게 입문서로 적절하냐면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서사가 적고 학술서의 향취가 너무 강하거든요. 요약이라는 장점을 단조로움이 상쇄해버린달까요? 확실히 역사서는 분량이 많은 쪽이 서사를 즐기는 맛이 있어 읽기에 재밌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면 이미 로마사를 한번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흐름을 요약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로마사를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력적인 면이 있습니다. 특히 인과관계를 엄정하게 규명하려는 노력이 강하게 드러나서 여러모로 생각해가며 읽어갈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고전 시리즈는 왠만하면 다 좋아하는데다 현대지성의 작품 선정도 꽤 마음에 들어하는 저입니다만, 디자인이나 편집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표지 디자인도 그렇지만 폰트 선정은 아쉬움이 있어요. 특히나 이번 책처럼 분량도 많고 건조한 책에서는 그것을 보강하는 것이 편집이나 디자인의 묘라고 생각하거든요. 하나의 시리즈로 나오고 있습니다만 동화부터 역사서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택하고 있는만큼 굳이 일관된 디자인이나 편집을 택하느니 각 책에 맞게 개별적인 변주를 주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더 즐겁지 않을까 생각됩니다.